<애드 아스트라> 아버지라는 망령
<애드 아스트라> 아버지라는 망령
  • 오세준
  • 승인 2019.09.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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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브라질, 미국, 2019, 123분)
감독 '제임스 그레이'(James Gray)

1.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스틸 사진, '제임스 그레이 감독' ⓒ ㈜영화사 빅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스틸 사진, '제임스 그레이 감독' ⓒ ㈜영화사 빅

Intro. PLAN B (1)

인류 역사의 마지막 퍼즐 'Z'를 찾기 위한 포셋의 아마존 탐험(영화 '잃어버린 도시 Z')을 그렸던 '제임스 그레이' 감독과 제작자 '브래드 피트'. 그리고 다시 시작된 제임스 그레이의 탐험, 이번에는 제작자가 아닌 배우로서 '브래드 피트'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지구를 떠나 저 먼 우주로 향한다.

지구로 추락하는 사고를 겪은 우주 비행사 '로이'(브래드 피트). 우주 안테나에서 일하던 중, 인류를 위협할 전류 급증 현상인 '써지'가 덮쳤기 때문. 심지어 이 사고가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자신의 아버지가 벌인 위험한 실험으로 인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껏 죽었다고 굳게 믿어왔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잠시 지구를 위협하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 화성으로 가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미션을 받는다.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없었지만, 있는 것

<애드 아스트라>는 죽었다고 믿었던 아버지가 알고 보니 살아있었으며, 영웅이 아닌 자신의 탐험을 위해 같이 탄 동료들을 무참히 죽인 살인자라는 진실을 깨닫는 우주 비행사 '로이'를 그린 작품이다. 지구에서 시작해 달을 거쳐, 화성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있는 혜왕성까지 이어진 그의 여정은 마치 테세우스, 페르세우스 등 시련을 통해 성장하는 '영웅 서사'로 이뤄졌다. 또 큰 틀로 보았을 때, 결국 아버지의 죽음이 필수불가결한 부분(물론, 영화는 아버지가 자살한다)에서는 '오이디푸스 서사'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애드 아스트라>는 그러한 모험이나 여정의 성공이나 결말보다는 '로이의 내면'에 집중한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그려내는 것은 '로이'라는 인물의 주체성, 내면으로의 탐구다. 비사교적이며, 자기파괴적인 '로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짜놓은, 혹은 자의적으로 '우주탐험사'라는 위험한 삶을 선택한 인물이다. 이를테면 영화 처음 추락 사고 후, 분명 많은 동료들이 죽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거나 무덤덤한 로이의 모습은 감정이 없는, 소통 장애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실제 '로이'는 임무를 위해서 화성으로 떠나지만, 어느새 '의무감'으로 바뀌어 아버지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이 결정적 동기는 오로지 '진실'이다. 즉, 달에서는 프루이트, 화성에서는 헬렌을 통해 로이는 자신이 우주사령부로부터 이용당하고 있으며 리마 프로젝트 역시 아버지의 욕망으로 함께한 동료들이 죽었다는 사실. 분명 추락으로 인해 지구로 가까워지고 있었던 로이는 반대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죽었다고 믿었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전복된' 것이다.

 

영화는 우주로 떠나는 것이 아닌 '로이의 내면이라는 소우주'로 떠난다.

 

달로 떠나기 전 로이는 연인 '이브'에게 보낼 메시지를 녹음하고, 곧 바로 삭제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혜왕성으로 떠나는 약 79일의 시간 동안 '이브'의 영상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본다. “늘 나 혼자 있는 느낌이야”라고 말하는 이브, 그 순간 '로이'는 자신이 선택했던 '고립이라는 삶'과 마주한다. 그 긴 시간을 영화는 로이의 모습, 이브의 영상과 아버지의 영상이 교차 편집된, 마구 뒤섞인 상태로 보여준다. 이 몽타주는 분명 그동안 억압하고 억눌렸던 로이의 내면 그 자체이다. 존재하지 않은 아버지의 뒤를 쫓았던 로이는 정작 자신의 옆에 있던 이브를 보지 못한 것이다.

로이는 미지의 존재를 찾고자 했던 아버지와 달리 로이는 지구로 돌아간다. 수미상관 구조로, 로이는 처음과 같이 지구로 떨어진다. 그렇지만 분명 그때와 다르다. 자신의 심연 끝까지 갔다 온 '로이', 어쩌면 <애드 아스트라>는 시작하기 위해 '추락'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2.

Intro. PLAN B (2)

'셰프'(스티브 카렐)는 약물 중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 '닉'(티모시 샬라메)이 다시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작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닉은 도망친다. 그러나 셰프는 그런 '자신의 아름다운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마주하는 두 사람, 영화 <뷰티풀 보이>의 이야기. 이와 정반대로 미지의 생명체를 만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로이'(브래드 피트)의 여정을 그린 <애드 아스트라>, 신기하게도 '부자(父子) 관계' 그리는 동시에 개봉하는 두 영화는 모두 'PLAN B', 즉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점. 재밌는 우연이다.

아무도 없었다

'헬렌'(루스 네가)은 우주사령부 기밀 정보를 몰래 ‘로이’(브래드 피트)에게 준다. 화면에는 그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가 녹화한 영상이 나온다. 곧 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리마 프로젝트’를 위해서 함께한 동료들을 죽였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말한다. 심지어 그 죽은 동료 중에는 헬렌의 부모가 포함되어 있다. 그 순간 카메라는 로이의 얼굴과 화면 속 아버지의 얼굴을 중첩해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로이의 얼굴을 잡는다. 분명 로이는 ‘아버지처럼’ 산 인물이다. 또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났던 것처럼 그 역시 ‘이브’에게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의 정체성에는 오로지 ‘아버지’(영웅이라 믿었던)로 가득 채워졌다.

‘탐험이 탈출이 될 수 있다’는 프루이트의 묘한 말은 로이와 그의 아버지, 두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말이다. 로이는 아버지를 만나러 떠나는 탐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는,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탐험은, 아내와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의무로부터, 그리고 리마 프로젝트를 통해 영웅이 된 자신이 실패자로 남고 싶지 않은 현실로부터 탈출하는 셈이다. 아버지의 추악한 밑 낯은 로이 자신이 더는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에 머물지 않게 하는 동시에 반대로 그의 아버지가 자신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자살을 택하는 이유이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자살)은 자신이 패배자나 실패자임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과 가족이 아닌 지적 생물체를 만나고자 하는 이상의 충돌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이 우주에는 인간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버틸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아버지의 자살을 바라보는 것, ‘그의 우주선을 파괴’하는 로이의 선택은 외적으로는 지구를 위협하는 재앙을 해결하는 의미를 가지며, 내적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숭배, 억압 더 나아가 그의 이상까지 소멸한다고 볼 수 있다. 분명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기파괴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탐험을 통해 진정한 ‘자기 파괴’를 이룬 것은 로인 셈이다.

 

화성을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달의 뒷면으로 이동하던 중,

로이는 갑자기 허공에 손을 올린다.

공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무엇을 느끼려(만지고 싶어) 했을까.

아니면 저 먼 지구에 닿기를 원했던 것일까.

영화 제목인 ‘애드 아스트라 Ad Astra'는 라틴어로 ’별을 향하여‘라는 뜻이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우주라는 추상의 공간이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공간으로 그려냈다. 또 “인간이 곧 별이다”라는 말처럼 주인공 ’로이‘가 다시 지구로 회귀하는 것은 ’지구라는 별‘ 그리고 언제나 함께 살아야 할 인간, 즉 연인인 ’이브‘에게 향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애드 아스트라>가 보여주는 우주의 웅장함은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 외로움, 슬픔 등 삶의 무게로 다가와 더욱더 무겁게 느껴진다.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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