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애꾸의 설계
실패한 애꾸의 설계
  • 오세준
  • 승인 2019.09.12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타짜3: 원 아이드 잭' (권오광 감독)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짝귀'의 등장. 반가움도 잠시 그는 곧 떨어질 듯 옥상 끝에서 의수(義手)로 버티는 중이다. 곧이어 정체불명의 남자가 등장, 그가 떨어져 죽기를 바라는 듯 가만히 지켜본다. 마침내 그는 밑으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한다. 이 글에서 이 장면을 언급하는 이유는 왜일까. 잔인하게 말하자면 타짜3은 '짝귀의 모습'처럼 최악을 향해 추락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너무 강한 비판일까. 또는 타짜1과 너무 비교한 탓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짜1을 그대로 가져온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구성과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 감독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안전하게 만들고자 했던 타짜3은 위험할 정도로 예측이 가능한 작품이다.

 

타짜1 '고니'(조승우) ⓒ CJ엔터테인먼트
타짜1 '고니'(조승우) ⓒ CJ엔터테인먼트

'고니' 따라잡기

타짜가 이렇게 3편까지 시리즈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허영만 작가의 원작이 훌륭한 탓도 있지만,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관객들이 “싸늘하다”를 기억할 정도로  배우 조승우가 연기한 '고니'는 잊을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다. 물론 '정마담', '아귀', '평경장', '고광렬', '곽철용' 등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들어내는 최동훈 감독의 특기답게 타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작이다. 그래서일까. 도박의 종류가 화투에서 포커로 바뀌었을 뿐 타짜3은 타짜1을 그대로 답습한다. 심지어 고니가 도일출로 바뀌었을 만큼 리메이크 수준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타짜1이 도박으로 잃은 누나의 돈을 갚기 위해서 화투를 시작했던 고니가 스승인 평경장의 죽음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정마담과 아귀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였다면, 타짜3은 도박으로 빚을진 도일출이 자신을 도와준 애꾸의 죽음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마돈나와 마귀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런 매우 흡사한 스토리의 구성은 영화를 보는 동안 끊임없이 고니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것이 비교의 잣대로 고니를 소환시키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일출이 고니 흉내를 내고 있는건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나마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면 공시생인 '일출'이 공부 또한 금수저가 더 좋은 출발점을 가진다며, 도박은 다 출발점이 같아서 해볼만 하다고 언급하는 점, 딱 그뿐이다. (신기하게도 최근 여러 유명 정치인들의 대학 입학 및 스펙 관련 논란이 떠오른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런 일출의 '고니 따라잡기'는 더 큰 실수를 낳는다. 타짜3은 분명 '애꾸의 설계'를 통해서 한 탕하려는 타짜들의 팀플레이가 중축인 영화다. 타짜3은 초반 1시간 가량을 '애꾸'(류승범), '마돈나'(최유화), '까치'(이광수), '영미'(임지연) 등을 등장시키기 위해 할애한다. 하지만 '일출과 마돈다'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너무 쉽게 낭비된다. 이 또한 '고니와 정마담'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애꾸의 설계는 실패하고 애꾸를 포함한 인물들은 더는 등장할 이유가 사라진다. 심지어 어처구니없는 애꾸의 죽음은 류승범이 패를 만지며 멋진 한판을 벌이는 모습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큰 허무함을 남긴다. 이 정도면 기승전 '도일출'이라 부를 만큼 타짜3은 캐릭터들의 균형이 상당히 무너진 작품이다.

 

어쩌면 '애꾸의 설계'에 당한 건 영화를 보는 우리가 아니었을까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보여준 '타짜3: 원 아이드 잭'은 '타짜1'을 뛰어넘기는커녕 따라 하기 급급한 영화다. 어쩌면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전후치', '암살' 등 여러 캐릭터들의 시너지를 매력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의 독보적인 연출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해야 할까. '속편은 전작을 뛰어넘기 어렵다'라는 말 대신 '앞으로 타짜 시리즈는 최동훈의 타짜를 뛰어넘기 어렵다'로 바꿔 말하기 충분할 정도로 타짜3은 많은 아쉬움과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