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th BIFAN] '호신술의 모든 것' 폭력은 강인함의 정의인가
[23th BIFAN] '호신술의 모든 것' 폭력은 강인함의 정의인가
  • 오세준
  • 승인 2019.07.10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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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신술의 모든 것'(The Art of Self-Defense, 2019, USA)
감독 '라일리 스턴즈'(Riley STEARNS)
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호신술의 모든 것'(The Art of Self-Defense)은 라일리 스턴즈(Riley STEARNS) 감독의 작품으로, 2019 SXSW(South by Southwest) 영화제에서 초연했으며, 올해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경쟁) 섹션에 초청됐다.

주인공 '케이시'(Jesse Eisenberg)는 한밤중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갱단으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이후 동네 가라테 도장에서 가라테 마스터 '센세'(Alessandro Nivola)와 '안나'(Imogen Poots)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운다. 그는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도장의 야간 수업을 참석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잔인한 수업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도 잠시, 도장의 강인함에 길든 그는 직장도 그만둘 정도로 가라테에 흠뻑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 도장은 저녁이면 무장으로 하고 도시로 나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일삼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을 공격한 갱단도 이들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꾸민 '센세'를 향해 복수를 다짐한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일단, 한글 제목과 영어 제목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언뜻 한글 제목을 보면 '호신술'에 대한, 일종의 스포츠 영화로 생각하기 쉽지만, 'Self-Defense'라는 '자신을 방어하는 혹은 보호하는' 의미가 영화의 주된 메시지에 가깝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너무 쉽게 타인의 위협에 노출된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감독 나름의 생각을 담은 작품이다. 단순하게 주인공 '케이시'가 '가라테'를 배우며 강해지는 이와 비슷한 장르 영화랑 거리가 멀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오히려 '가라테'는 이 영화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무술로 기능하기보단 '강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폭력성, 또 그의 눈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들인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 이를테면 그들이 자신의 강함을 상징하는 '허리띠'에 집착하는 면모나 저녁이면 몰래 힘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총'의 유무로 자신들의 타깃을 판단하는 잣대까지. '강인함'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과 폭력을 통해 나약함을 해소하려는 도장 안에 모든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억압된 남성성과 양육강식과 같이 강한 자가 살아남아야 하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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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결국 영화는 주인공 '케이시'를 바라보는 태도와 그의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끝나면 '오프닝 스퀀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데, 촌스러운 한 카페에서 케이시가 다소곳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이어 한 커플이 카페에 들어오고, 그를 보면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재밌는 점은 이들은(관광객쯤으로 보이는) 영어를 쓰지 않고, 프랑스어를 쓴다는 점이다. 오로지 그들만의 잣대로 제시를 산산조각내는 장면은, 사실 그들의 태도가 별로라고 하기 이전에 흔히 일상 속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중요한 건 케이시는 프랑스어를 충분히 구사할 수 있다는 점과 그들의 대화를 다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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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매우 쿨하게 이해하지 않은 척 그 상황을 빠져나온다. 단지 '화'를 내지 않거나 '사과'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든 '끊임없이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공격을 해오는 '타인'이라는 존재 앞에서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가'에 집중해 케이시를 바라봐야 한다. 이후에 도장의 주인이자 가라테 마스터가 제시의 남성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취미', '취향', '언어', 심지어 '강아지 종류'까지 지적하며, 잘못됐다는 식으로 강제로 바꿔버린다. 이 사회가 여전히 나약함과 강인함을 나눌 때 외적으로 혹은 삶의 라이프 스타일로 판단을 하려 하며, 자식이 부모를 보고 배우듯 대체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마스터라는 존재나 사회의 위계질서,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어떤 이유에서든 추구하고 따라 하려는 본능을 풍자한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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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잔잔한 한 남성의 일상이 가라테를 통해서 어두워지고 격렬해지는 이 영화의 리듬은 유머를 통해 그 균형을 맞출 뿐만 아니라 여주인공 '안나'를 통해 남성 사회 안에 무력한 여성의 위치도 포착해 나아간다. 또, 이 영화는 주인공과 가라테 마스터 등 낭비되는 캐릭터 없이 극 안에서 잘 쓰였다. 특히, '제시 아이젠 버그'(Jesse Eisenberg)의 무표정하고 경직된 몸동작과 함께 찌질한 말투는 주인공을 소화하기 매우 적합한 배우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가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인물들의 종합적인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쩌면 'The Actting of Jesse Eisenberg'로 영화 제목을 바꿔도 충분히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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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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