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th BIFAN]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 사랑이라는 정답
[23th BIFAN]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 사랑이라는 정답
  • 오세준
  • 승인 2019.06.30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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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Bangla, 2019, Italy)
감독 '파임 부이얀'(Phaim BHUIYAN)
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Bangla)는 방글라데시 출생 파임 부이얀(Phaim BHUIYAN) 감독 작품으로, 2019 로페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 경쟁' 섹션(Tiger Competition)에 올랐다. 올해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섹션에 초청됐다. 

주인공 '파임'은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세대 벵골 청년이다. 그는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로마에 살고 있으며, 미술관에서 보안관으로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밴드 활동을 하며 작은 공연을 한다. 그리고 매일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다. 어느 날 공연을 준비하던 중에 '아지아'(Carlotta Antonelli)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녀 역시 그에게 호감을 가진다. 그러나 파임은 이슬람교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과 같은 벵골 여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 또 결혼 전에는 그 어떤 신체접촉이나 성관계가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도 파임은 자신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아지아를 멀리할 수 없다. 심지어 조신한 척은 다했던 그가 먼저 키스까지 하고 만다. 종교와 사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파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임의 가족은 영국으로 떠나기를 결정한다. 파임은 아지아를 놓고 떠날 수 있을까.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인 '파임 부이얀'(Phaim BHUIYAN)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민자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으며 이탈리아 시민권자다. 그는 실제 자신의 삶을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는 로마의 다문화 지역 토피냐타라(Torpignattara)를 무대로 이슬람교를 가진 보수적인 남자와 털털하고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멘스 코미디이다. 또 운동복 차림의 섹시한 여성이 노골적으로 가슴을 보여주는 파임의 꿈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임에 분명하지만, 파임의 욕망(사랑)과 그것을 억압하는 종교적, 문화적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의 주된 갈등, 파임이 아지아에게 사랑에 빠지는 '패닉'은 실제 이탈리아 내 문화 전통을 고수하는 가족, 엄격한 원칙을 지닌 종교를 가진 2세대 이민자들에게 매일 일어나는 현실이자 문화적 충돌이다. 감독 자신뿐만 아니라 2세대 이민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영화는 재치 있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아지아에 대한 묘사가 매력적이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남아있는 많은 이탈리아인들과 달리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멋진 여성으로 그려낸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가득한 야외 테라스에서 아지아는 "나는 자위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뿐만 아니라 파임에게 뱉도록 하는, 쑥스러워하거나 민망할 이유가 없는 것을 가르치는 이 장면은 그녀가 성숙한 인물이란 것을 보여준다. (영화 '우리의 20세기'에서 배우 '그레타 거윅'이 맡은 '애비'가 떠오르기도 했다) 또 이 영화가 중간중간 끊임없이 보이스오버를 통해 파임의 속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파인의 '언행불일치'를 유발하는 좋은 장치로, 사랑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그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한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래서인지 파임의 위치가 그가 일하는 미술관 속 레이저 광선으로 보호된 예술품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가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사진 찍지 마세요"나 "가까이 가지 마세요"와 같은 경고를 하는 것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지아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어쩌면 예술품을 만지면 울리는 경고음은 파임에게 내려진, 이슬람교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명령과 같지 않을까. 재밌게도 파임이 일하는 미술관에 찾아온 아지아는 일부러 작품 근처에 접근해 센서를 울리는 행동을 하는데 이는 아무리 밀어내도 다가갈 것이라는 그녀의 의지처럼 느껴진다.

또 파임이 처한 상황을 말해주는 중요한 장면이 등장한다. 아지아가 자신의 가족 식사에 초대한 날, 그녀의 아버지는 파임이 18세 이후에 시민권을 얻었다는 이야기(이탈리아에서 출생했음에도)를 듣고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사람이 이탈리아인이 될 수 없는, 잘못된 법을 가진 나라에 있다"라고 불평한다. 이 약간의 정치적인 대사는 파임의 존재가 상당히 아이러니한 존재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종교를 가진(이 나라에서 종교를 가지고 사는 삶) 그의 존재 역시 상당히 아이러니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파임과 아지아의 만남은 이 복잡하게 엉킨 다문화 사회의 통합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아지아가 외향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이지만 그녀에게도 상대방의 확실함이 필요하다. 즉,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파임의 '결단'이 필수 요소인 셈이다. 물론 이 영화가 거창하고 이상적인 사회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과연 '역사적, 문화적, 인종적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합일점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 명확하게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타협이 아닌 그들의 진심으로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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