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별장에서 생긴 일'(The Lodge)는 세버린 피알라(Severin FILAL), 베로니카 프란츠(Veronika FRANZ) 감독 작품으로 2019 선댄스영화제에서 초연했으며, 올해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경쟁 섹션에 올랐다.
별거 중인 한 가족. 리차드(Richard Armitage)는 로라(Alicia Silverstone)에게 이혼을 통보하며, 새로 사귄 애인 그레이스(Riley Keough)과 결혼 발표를 한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딸 미아 (Lia McHugh)와 아들 에이든 (Jaeden Martell)을 두고 자살을 선택한다. 엄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아빠 리차드는 그레이스와 결혼을 서두르기 위해서 아이들과 그녀가 친해질 수 있도록 여행을 가기를 결정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일로 리차드가 별장을 비운 사이 폭설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최악에 상황을 맞이한다. 여전히 죽은 엄마의 흔적들이 가득한 별장, 남매는 그녀를 벌하기 위해 잔인하고 끔찍한 계획을 준비한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공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 혹은 느끼게 하느냐가 아닌 '채워가느냐'가 어울리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공포를 유발하고 있을까. '집','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요소를 통해서 그것들이 일상적이지 않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특히, 주인공 남매가 가지고 노는 '인형의 집'과 죽은 엄마의 '별장'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누군가 응시하고 있는 듯한 혹은 조종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관객들에게 죽은 엄마의 귀신 내지는 영혼이 있는 듯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집 전체를 카메라에 담기보다는 구석구석 집의 일부분을 담아내면서 정확히 구조를 알 수없게 해 '누군가'있을 것 같은 긴장감을 갖게 만든다.
특히, 인물과 집을 카메라에 담는 방식 역시 상당히 재밌다. 로우컷이나 하이컷을 통해 인물을 괴기하게 담아내는 것(실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을 함께 작업한 촬영 감독 '티미오스 바카타키스'(Thimios Bakatakis)가 이 작품의 촬영을 맡았다)이나 집의 어느 공간에 위치한 인물을 담아낼 때에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보다는 집의 모습, 즉 여백을 더 많이 담아내려고 한다. 또 집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에 경우도 그림자가 가득한, 빛이 없는, 어둠에 가려진 '여백'을 더 많이 담는다. (조명을 쓰지 않은 탓) 기본적인 공포 장르 영화의 문법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처럼 반복되는 장면들은 '무언가' 분명 등장할 것 같은 그리고 존재하고 있다고 확신을 하게끔 관객을 교란한다. '있는 듯한 없는', 이것이 이 영화가 공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주요 방식이다.
그러나 공포는 단순히 이런 장치가 전부는 아니다. 되려 인물들의 관계가 이런 장치를 이용하여 극적인 공포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불투명한 사실에 기초로 하여 감정을 쌓아 올린다. 남매는 엄마의 자살이 분명 새엄마 탓임을 확신하고, 심지어 그녀가 믿는 비밀스러운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아버지를 유혹했다고 믿는다. 이와 반대로 그레이스는 사실 정확히 그녀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왜 약을 먹고 있으며 '회계하라'(Repent)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몽유병 증세나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판단력까지, 대체로 '문제가 많아 보이는' 인물이지만 정작 큰 악의가 없어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남매와 그레이스 사이에 발생되는 일종의 '오해'는 현실과 환상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강력한 요소다.
이야기가 흐를수록 '대체 누구를 위한 영화인지' 두 남매인지 새엄마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는 영화는 남매의 엄마가 총으로 자살을 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많지 않은 정보와 빠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는 속도감은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듯해 온 몸을 뒤덮는 공포, 확신이 불확신으로 뒤바뀌는 혼란까지 흥미롭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오두막집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Lodge'는 주인공들이 머무는 새하얀 눈으로 덮인 퀘벡에 눈에 띄는 어두컴컴한 별장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쓰이는 '연옥'과 기독교의 '회계'의 뒤섞인 사용과 울름으로 가득 찬 사운드, 어두운 무드 각각 시퀀스는 이런 설정들로 더욱더 힘을 가지며 스릴 있는 원천을 제공한다.
'죄'에 대한 물음. 정말 그레이스는 죄를 저지른 인물일까. 아니면 그녀를 죽이기 위해 괴롭히는 아이들일까. 혹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이 아빠 라차드 탓일까. 새하얀 눈밭이 마치 사막을 연상시키는 황량함은 집이 가진 공허함과 아이들의 슬픔 그리고 그레이스의 불안정함이 뒤섞여 공포라는 신기루를 만들어 내는 듯하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