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th BIFAN] 나만의 '리듬'에 맞춰 서로 함께 추는 '댄스' 그리고 우리만의 무도회
[23th BIFAN] 나만의 '리듬'에 맞춰 서로 함께 추는 '댄스' 그리고 우리만의 무도회
  • 오세준
  • 승인 2019.07.0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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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이코비치'(Psychobitch, 2019, Norway)
포스터 ⓒ IMDb
포스터 ⓒ IMDb

영화 '싸이코비치'(Psychobitch)는 노르웨이 감독 마틴 룬드(Martin LUND)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섹션에 초청된 작품이다.

노르웨이의 어느 한 중학교. '마리우스'와 그의 친구들이 속한 반에 '프리다'가 전학 온다. 정신적인 질환을 가진 그녀의 불안정하고 과잉된 행동은 주변 친구들이 보기에 이상하고 비정상적이다. 학교의 모범생이며, 부모님의 기대가 높은 '마리우스'는 그의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프리다와 함께 스터디를 시작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과 거침없는 말투를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싸우고 만다. 이후 그녀가 자살을 시도했던 과거를 들은 그는 혹시나 이번 일로 다시 자살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사랑'이라 감정을 처음 느끼는 두 사람. 언제나 솔직하고 당당한 프리다와 달리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부끄러움이 많은 마리우슨는 이런 상황을 친구들 앞에서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시 한번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만다. 분명 자신이 너무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그녀에게 다시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고백할 것을 다짐한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싸이코비치'는 단순히 10대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가 아니다. 정상적인 것이 당연하고, 예의가 바른 것이 올바른 것임을 가르치는, 과잉된 행동을 통해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사와 부모라는 '어른의 시스템'의 모순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를테면 짧은 단발머리와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표출하는 프리다와 달리 긴 금발 머리를 가진 10대 소녀들의 모습과 마리우스의 아버지와 교사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마치 도덕책을 읽는 듯한 진부한 표현을 뱉는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영리한 감독은 이런 대조적인 장면의 충돌을 충격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신나는 '음악'을 사용하여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분우기를 환기시키며, '웃음'을 유발하여 일부러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하도록 한다. 큰 온도차를 주지 않고 미지근한 물처럼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려는 듯한 이 영화의 '가벼움'은 관객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장점'으로 느껴진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의 제목을 가리키는 '프리다'는 자신이 속한 학교에 존재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강렬한 임펙트를 주는 인물이다. 다시 말하면 그녀는 자신이 이 학교를 벗어나 '외부자'가 되는 것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인물이다. 이와 동시에 자신들이 정상이고 그녀가 비정상임을 구분하는 마리우스를 포함한 영화 속 모든 인물들. 정작 그녀는 그러한 차별 속에서 오직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다. 단지 그녀의 과잉된 행동과 자살을 시도했다는 경험만으로 밖으로 밀어내고 배척하는 인물들은 그 사회에 속한 어른들이고, 이 어른의 프레임을 그대로 배운 아이들이다. 즉, 프리다의 불안정성과 그녀를 둘러싼 계급 환경, 그녀를 다루는 방식은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드러낸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성취는 여전히 '어른들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특히 여전히 '어린 아이들'이 자신들의 감정과 개성을 숨긴 채 평범함과 정상적인 것을 강요받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는 당연하게도 조신한 척, 수줍은 척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은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한 공간에 함께 좋아하는 상대방과 키스를 하거나 성관계를 가진다. 물론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 장면을 문화적 차이 정도로 느낄 수 있지만, 어른들이 있는 장소에서 억압된 존재로 머물다가 그들이 없을 때면 자유분방하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모습(개방적인)은 사실 여전히 '어른들의 목소리'에 매달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변화'를 보이는 인물인 마리우스. 그는 선생님의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않으며, 부모님이 저녁 식사에 초대한 손님들 앞에서 멋진 영어 실력을 발휘하는 촉망받는 학생이다. 그리고 그의 부모는 언제나 그를 칭찬하고 자랑한다. 감독은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서 칭찬이 자녀를 행복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마리우스의 잘못을 프리다에게 떠넘기며 남 탓을 하는 그의 부모의 모습과 자신의 실수와 미숙한 행동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어떤 관계에서 마찰 없이 자라온 아이들의 어려움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리다와의 만남, 즉 그녀와의 반복적인 다툼을 통해서 도전적이고 솔직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경험한다.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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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와 프리다. 두 사람이 함께 수영하거나 몰래 학교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우스꽝스럽게 추는 춤을 추는 장면들은 영화가 끝나도 머릿 속에 여운이 남을 정도로 강렬하고 아름답다. 해피 엔딩으로 빠르게 전개되지 않은 이 영화는 클리셰라 불릴만한 클라이맥스가 없음에도 2시간 동안 두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이 결코 지루하거나 느리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정신 질환을 가진 인물이 등장함에도(영화 '웰 플라워'를 연상시키는) 우울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게 그려냈으며, 젊은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영화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올해 제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부분'에서 은공상(알프레 드바우어상)을 받은 독일 신인 감독 '노라 핑샤이트'(Nora FINGSCHEIDT)의 시스템 크래셔'(System Crasher)와 같이 '다름의 차이를 가진 혹은 과잉된 아이들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사회'를 아이들을 통해 이야기하는, 사회의 정해진 틀과 기대가 노르웨이 청소년에 끼칯는 영화 그리고 다가올 어려움에 대해서 질문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코아르 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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