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현의 무빙] (뜻밖에) 세상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다
[홍상현의 무빙] (뜻밖에) 세상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다
  • 홍상현
  • 승인 2023.09.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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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리볼버 릴리>(2023)
분명한 사실은 「리볼버 릴리」가 유키사다 이사오의 26년 영화인생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C)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C)Kyo Nagaura / KODANSHA
분명한 사실은 「리볼버 릴리」가 유키사다 이사오의 26년 영화인생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 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 Kyo Nagaura / KODANSHA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뒤로하고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2018)의 공주님이 이번에는 심지어 피스톨을 겨누며 말한다.

"살기로 했으니까."

타이틀이 무려 <리볼버 릴리>란다. 뭐 그럴 수 있다. 어떤 배역이든 맡을 수 있는 게 배우이고 게다가 아야세 하루카는 일본의 톱스타 아닌가. 하지만 감독의 이름이 시선을 붙든다.

유키사다 이사오. 반사적으로 청춘스타 시절의 구보즈카 요스케가 <(Go)>(2021)에서 수많은 관객의 가슴을 흔들었던 저 유명한 대사를 떠올린다.

"아냐, 이건 내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응? 그런데 멜로영화가 아니다. 게다가 가장 최근 한국 관객과 만난 그의 작품을 떠올려 보더라도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2020) 아니었나.

 

사카모토 준지의 「어나더 월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하세가와 히로키는 전직 해군장교 이와미로 분해 여전히 중량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C)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C)Kyo Nagaura / KODANSHA
사카모토 준지의 「어나더 월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하세가와 히로키는 퇴역 해군장교 이와미로 분해 여전히 중량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 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 Kyo Nagaura / KODANSHA

'그답다'는 말의 함정

위의 내용은 그의 신작 소식을 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보인 공통적인 반응을 정리한 것이다. 요는 <리볼버 릴리>가 '유키사다 이사오 답지 않은 작품'이라는 이야기일 테다. 이러한 생각에는 나름 원인이 있다. 시계를 한일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으로 돌려보자. 종합문예지 『다빈치』 편집국에 서평 하나가 전해진다. 한 해 전 쇼가쿠칸이 펴낸 소설(카타야마 쿄이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관한 것인데, 눈물을 쏟아가며 단숨에 읽었고, 본인도 앞으로 이런 연애를 해 보고 싶어졌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뭐 그랬나보지'하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문장을 읽어 내려가던 에디터가 이내 자세를 고쳐 앉는다. 발신인이 그 해 3월 <고(Go)>로 구보츠카 요스케와 더불어 일본 아카데미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시바사키 코우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 중. 사. 현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결자해지라 했던가 데뷔 2년차 CF 모델이던 그녀를 주연으로 발탁,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고>의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가 열풍에 정점을 찍었다. <외톨이가 아니야>(2022)로 도쿄국제영화제를 거쳐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은 이토 치히로, <몬스터>(2023)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거머쥔 사카모토 유지 등과 시나리오를 써서 '투고사건' 2년 뒤인 2004년 5월, 동명타이틀 영화를 내놓은 것이다. 아직 멀티플렉스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당시 물가를 기준으로 한국의 약 두 배에 달하던 요금으로 인해 대중오락으로서의 영화 관람이 한국과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던 일본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거둔 흥행기록(관객 동원 수 620만, 흥행수익 85억 엔. ※주)은 실로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일화는 오히려 필자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인상 때문에 유키사다 이사오를 그저 '멜로의 거장'이라고 생각할 뿐, 이후 18편의 장편상업영화와 17편의 중ㆍ단편영화, 21편의 TV와 웹드라마, 8편의 TV-CF, 아무로 나미에, 하마사키 아유미 등 14명에 이르는 정상급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심지어 6편의 연극에 이르기까지 온갖 매체와 장르를 누비며 활약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는 관객이 적지 않아서다.

 

기밀서류를 들고 군부에 쫓기는 소년과 그를 위해 총을 드는 전직 스파이 유리의 도피행이 서사의 큰 줄기를 이루지만, 「리볼버 릴리」의 배경에는 역사적 분기점들을 거치면서 광기어린 폭주를 이어가던 군부의 내부대립이 놓여있다. (C)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C)Kyo Nagaura / KODANSHA
기밀서류를 들고 군부에 쫓기는 소년과 그를 위해 총을 드는 전직 스파이 유리의 도피행이 서사의 큰 줄기를 이루지만, 「리볼버 릴리」의 배경에는 역사적 분기점들을 거치면서 광기어린 폭주를 이어가던 군부의 내부대립이 놓여있다. ⓒ 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 Kyo Nagaura / KODANSHA

과연?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키워드로 수렴될만한 필모그래피와 더불어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영화촬영현장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략 10년 넘는 기간 동안 방대한 양의 고전영화를 섭렵했던 유키사다 이사오의 경험이다. 이 일로 그는 시대적 배경은 다를망정 삶 자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지니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신념을 갖게 된다. (필자의 어조가 확신에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개인적 관계를 통해 본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 주)

또한 이는 '멜로'라는 장르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와도 이어진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기록적 흥행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멜로의 거장"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뿐, 장르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관련, 장르를 특정하기보다 우선 인간이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이 고뇌하는 수만 가지 원인 중 하나로 '애정'을 다뤄왔다고 설명한다. 좀 더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2018년 8월 3일. 도쿄에서 가진 그와의 대담의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홍상현

어느 겨울밤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자가 굴뚝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고 해 보죠. 보통의 가족영화라면 벽난로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여 있는 거실 장면이 이어지겠지만 스릴러라면 다음 장면에서 남자 얼굴에 마스크가 씌워져있고 손에는 권총을 들려 있을 거예요. 슈퍼히어로 영화일 경우, 초능력을 발휘해서 인질로 잡혀 있던 가족을 구해낼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서 제 질문은 유키사다 이사오라는 감독은 '과연 이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겠느냐'는 겁니다.

유키사다 이사오

저라면 굴뚝으로 들어간 산타클로스와 그 집에 살던 여성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를 만들 거예요. 그녀는 배우자에게 학대당하면서, 아이는 있지만 애정이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한, 선물을 받게 될 아이는 이 모든 진실을 이미 간파하고 어머니의 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어떤 원인으로 깊은 고뇌에 직면하는 인간상을 구현하는 게 제 영화적 세계관입니다.

대담은 그가 데뷔 19년 차 되던 해 맞은 50번째 생일날, (이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암 발병 때문일 수도 있는 무릎 통증 때문에 도쿄대학교 의학부 부속병원에 입원해 이런저런 검사를 받던 와중에 이뤄졌다. 그렇다 보니 분위기상 그의 이력을 되짚어보는 내용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필자가 내린 결론은 "멜로의 거장"이라는 이름이 그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우연과 상상」의 후루카와 코토네(오른쪽)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활약하는 유리의 동료, ‘코토코’ 역으로 등장한다. (C)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C)Kyo Nagaura / KODANSHA
「우연과 상상」의 후루카와 코토네(오른쪽)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활약하는 유리의 동료, '코토코' 역으로 등장한다. ⓒ 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 Kyo Nagaura / KODANSHA

조금 다른=많이 다르지 않은

유키사다 이사오의 작품에서 주로 드러나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인간을 이야기하되 그 방식을 미시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것(2003년 작 <오늘의 사건사고>, 2007년 작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 <클로즈드 노트>, 2016년 작 <사랑과 욕망의 짐노패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 2020년 작 <극장>).

이는 그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웃사람들의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에 애정을 가지고, 최대한 작품에 담아내고자 노력한 데서 기인한다. 아울러 유키사다 이사오는 바로 이런 노력으로 인해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특별한 환경에서 전개되는 특별한 소재에 관한 이야기를 예술가라기보다 저널리스트 같은 시선으로 풀어내는" ― 여기서부터는 필자의 정의다. ― 테레야마 슈지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이어지는 사회파 영화의 계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보다 많은 관객들이 시대를 넘어 자신의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그 중심에는 후지TV 다큐멘터리프로 <논픽스>의 외주제작 프로듀서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처럼 취재를 통해 얻어낸 '푸티지(footage)'가 아닌 '소설과 희곡, 때로는 만화'가 있었다.

심지어 이제까지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려 볼 때 유독 '튀는' <리볼버 릴리>조차 방송작가로 활약하다 난치병을 이겨낸 뒤, 하드보일드 소설가로 화려한 변신을 이룬 나가우라 교의 오야부 하루히코상(정상급의 권위를 가진 일본의 장르문학상. ※ 주) 수상작이다. 다만, 이 원작은 지금껏 유키사다 이사오에게 영감(inspiration)을 주었던 소설들(카타야마 쿄이치, 앞의 책ㆍ시즈쿠이 슈스케, 『클로즈드 노트』ㆍ카토 시게아키, 『핑크와 그레이』ㆍ시마모토 리오, 『나라타주』ㆍ마타요시 나오키, 『극장』 등)과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장르상 하드보일드인데다 시대물(period piece)이라서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에 다름 아니다. 그의 초기작 가운데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고>의 공개 4년 후 그에게 다시 한 번 일본 아카데미(최우수감독상)를 안겨준 <북의 영년(Year One in the North)>이다. 후에 <북의 벚꽃지기>(2018)로 일본 아카데미 우수각본상을 받는 나스 미치코가 시나리오를 맡은 이 작품은 시대물일 뿐만 아니라 강인한 여성성이 극적 갈등을 극복하는 열쇠가 된다는 공통점도 보인다. 1850년대 몰락한 도쿠시마번 가로일족의 홋카이도 이주가 이야기의 발단인 <북의 영년>은 신분제의 해체로 모든 일을 스스로 해 나가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자 위정자를 원망하며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남성들과 대조적으로 삶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며 괭이를 드는 여성주인공(바라시노, 요시나가 사유리 분)의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유키사다 이사오가 1991년 3월 시작된 버블 붕괴로 장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몸을 움츠리며 자기만의 세계로 침잠해 가던 남성들과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역전시켜가는 여성들의 대비를 목도했던 것이 <북의 영년>을 구상한 계기였다는 점이다.

 

「도쿄 리벤저스」로 국내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한 시미즈 히로야는 「실종」에 이어 다시 한 번 사토 지로와 호흡을 맞췄다. 특히 「리볼버 릴리」에서는 두 사람 모두 악역이다. (C)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C)Kyo Nagaura / KODANSHA
「도쿄 리벤저스」로 국내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한 시미즈 히로야는 「실종」에 이어 다시 한 번 사토 지로와 호흡을 맞췄다. 특히 「리볼버 릴리」에서는 두 사람 모두 악역이다. ⓒ 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 Kyo Nagaura / KODANSHA

세상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다

<리볼버 릴리>의 탄생에서 버블 붕괴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현실 속 사건은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같은 해 4월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겨우 도쿄로 돌아갈 수 있었던 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유키사다 이사오는 "관객들이 지금까지의 제 필모그래피와 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운을 떼더니 "시대물인데 여성 액션히어로가 등장한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서사의 큰 줄기는 전쟁자금의 행방이 담긴 기밀서류를 들고 군부에 쫓기는 소년(하무라 진세이 분)과 그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전직 스파이 유리(아야세 하루카 분)의 도피행이지만 이를 둘러싼 배경에는 1924년 러일전쟁의 승리와 관동대지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들을 거치면서 광기어린 폭주를 이어가던 육군 수뇌부와 일본의 패전을 예견했던 해군 수뇌부(아베 사다오가 분한 야마모토 이소로쿠로 대표되는. 물론 그렇다고 그를 영웅적인 인물로 그리지도 않는다. ※ 주)의 대립이 놓여있는 이야기. 바로 하드보일드의 외피를 쓴 반전영화였다.

다른, 허나 진정한 의미에서 유키사다 이사오 다운 <리볼버 릴리>의 이러한 특징은 서스펜스의 구축과 스펙터클의 전시에서 보다 도드라진다. 주인공 유리는 행동에 있어 자신을 위한 목적이 없고 다양한 사건에 연루되는 상황에서도 감정표현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하드보일드 장르의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유키사다 이사오는 그녀에게 '비극적 결함을 낳는 원인인 동시에 이를 극복하게 하는 동력'으로서 양가적 위상을 갖는 강한 모성을 더한다. 아울러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 남성캐릭터들의 위협적인 힘이라는 극적장치는 외면하고 작품 전반에서 짙은 느와르의 정서가 묻어남에도 <사무라이>(1967)의 제프(알랭 드롱 분)처럼 '자기파괴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 역시 피해간다. 더욱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안개 속 총격전 시퀀스에서는 스미스앤드웨슨의 피스톨로 상징되는 주인공을 그리면서 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튀는 '리얼 액션' 대신 아서 프리드가 제작한 1950년대의 MGM 뮤지컬영화의 톤앤무드를 채용한다. 결과가 성공적이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평가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스타일의 모든 요소를 이토록 작가적 주관과 완벽하게 조화시킨 경우도 드물 것이다.

 

결과가 성공적이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평가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스타일의 모든 요소를 「리볼버 릴리」만큼 작가적 주관과 완벽하게 조화시킨 경우도 드물 것이다. (C)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C)Kyo Nagaura / KODANSHA
결과가 성공적이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평가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스타일의 모든 요소를 「리볼버 릴리」만큼 작가적 주관과 완벽하게 조화시킨 경우도 드물 것이다. ⓒ 2023 Revolver Lily Film Partners ⓒ Kyo Nagaura / KODANSHA

여정의 끝, 또 다른 시작

"다른 사람 이야기는 필요 없고요. 저는 홍씨 의견이 제일 궁금해요. 어떻게 보셨나요? 솔직하게 들려주세요."

2023일 7월 24일 저녁. 신주쿠 WALD 9 극장 출연자 대기실.

그가 굳은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잘 웃고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나이스 가이, 평소의 유키사다 이사오와 전혀 다른 분위기. 살짝 눈을 감고 낮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지난 1년 3개월여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2022년 4월 5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저녁 한 타임 당 단 한 팀의 손님만을 받던 식당에서의 재회. 4개월 뒤인 8월 5일 도에이도쿄촬영소에서 빡빡한 스케줄의 촬영을 마치고 플라스틱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 방향을 평형으로 맞춰놓고 먹었던 생선튀김 정식. 이듬해 3월 22일 후반작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내부시사와 제2의 데뷔나 다름없는 부담감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맞춰졌던 완성스케줄.

북받쳐 오르는 표정을 감정을 억누르며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머릿속에 내부시사 다음날 시니어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다카사키영화제 때문에 급히 돌아간 군마 현의 호텔에서 그에게 보낸 메시지가 한 글자 한 글자 떠오르고 있었다.

"유키사다 이사오 시즌 2, 스타트."

 

리볼버 릴리

Revolver Lily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Isao Yukisada

각본

고바야시 타츠오Tatsuo Kobayashi

유키사다 이사오Isao Yukisada

프로듀서

다카하시 다이스케Daisuke Takahashi

이시즈카 코타Kota Ishizuka

음악

한노 요시히로Yoshihiro Hanno

 

출연

아야세 하루카Haruka Ayase

하세가와 히로키Hiroki Hasegawa

하무라 진세이Jinsei Hamura

 

배급 도에이주식회사 Toei Co., LTD

제작연도 2023

상영시간 138분

등급 미정

현지개봉 2023년 8월 11일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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