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현의 무빙] 은하철도를 타고 '괴물'의 세상 밖으로
[홍상현의 무빙] 은하철도를 타고 '괴물'의 세상 밖으로
  • 홍상현
  • 승인 2023.08.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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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몬스터>(2023)
필자는 주인공인 미나토와 요리가 활짝 갠 하늘 아래를 질주하는 이 숲속 신에 「몬스터」의 모든 것이 답겨있다고 생각한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필자는 주인공인 미나토와 요리가 활짝 갠 하늘 아래를 질주하는 이 숲속 신에 「몬스터」의 모든 것이 답겨있다고 생각한다. ⓒ 2023 Monster Film Partners

딱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너의 이름은>(2016)의 무대이기도 한 '그 호수'에.

'스와호'. 생각보다 물이 맑지 않았지만 바로 그래서 햇볕을 반사하는 수면이 거대한 거울처럼 보였다. 순간 떠오른 것이 루이스 캐롤의 두 번째 장편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다. 거울나라에서는 모두들 가려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 회상조차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사고 작용이 아니다. 하얀 여왕은 장차 일어날 일을 기억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정반대인 쌍둥이 트위들 디와 트위들 덤이 등장한다. 브람홀하우스가 간행한 1960년 판을 보면 혼란은 더 커진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니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스와호 안에 그 거울나라가 있을 것만 같았다.

 

흐린 하늘 아래,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스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모습을 보고 “‘괴물이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흐린 하늘 아래,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스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모습을 보고 "'괴물이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2023 Monster Film Partners

거울나라

어느 영화감독은 이 풍경에 "류이치 사카모토 씨의 곡의 울림이 겹쳤다"고 한다. 그래서 신작의 촬영을 끝내고 음악을 임시로 붙인 파일과 작곡을 의뢰하는 편지를 보냈다. 답장에는 "(작품의 음악) 전부를 맡을 체력은 이제 남아 있지 않지만,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음악적 이미지도 몇 개 정도 떠오르니 곡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마음에 드시거든 써 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얼마 후 두 개의 신곡과 함께 "이미 제가 발표했던 곡 중에서 원하시는 것들을 자유롭게 쓰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영화감독에게 전해졌다.

일화의 주인공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일본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리고 <너의 이름은> 이후 다시 한번 스와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칸영화제 수상으로 화제가 된 신작 <몬스터>(2023)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이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유작이 되었다.

원래 <몬스터>의 시나리오상 배경은 도쿄도 서부지역으로 마을을 남북으로 가르는 강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하지만 역 앞에서의 화재와 소방차가 나오는 장면을 문제 삼은 도쿄도가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중, 지역 영상위원회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힘입어 제작진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후지TV 드라마 <고잉 마이 홈>(2012)을 연출하면서 연을 맺은 스와 지방(나가노현 스와시, 오카야시, 지노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으로 향하게 된다. 현지 로케이션 매니저의 안내로 2021년 폐교한 스와시 소재 조호쿠초등학교를 방문한 고레이다 히로카즈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 이곳을 촬영지로 정하고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와 호수를 겹쳐보기로' 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보트가 거울나라의 경계 같은 호수 위를 가로지르듯 화재현장으로 달리는 소방차를 따라간다. 넋 놓고 불구경을 하는 주민 중에는 고층아파트 베란다의 두 모자, 미나토와 사오리도 있었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보트가 거울나라의 경계 같은 호수 위를 가로지르듯 화재현장으로 달리는 소방차를 따라간다. 넋 놓고 불구경을 하는 주민 중에는 고층아파트 베란다의 두 모자, 미나토와 사오리도 있었다, ⓒ 2023 Monster Film Partners

간단하지 않은 이야기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보트가 거울나라의 경계 같은 호수 위를 가로지르듯 화재현장으로 달리는 소방차를 따라간다. 넋 놓고 불구경을 하는 주민 중에는 고층아파트 베란다의 두 모자가 있었다, 얼마 전 아빠를 잃었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그런 아들이 애처로워 고달픈 싱글마더의 삶일망정 최선을 다해보려고 매 순간 스스로를 다잡는 사오리(안도 사쿠라).

그리고 예견되어 있었던 것처럼 시련이 닥친다. 명백한 물리적 폭력의 흔적을 안고 돌아와 침묵하는 아들, 거기에 억장 무너지게 만드는 이상행동까지, 사오리는 학교로 달려가지만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 기다린다. 혼이 반쯤 나가 있는 느낌의 교장(후시미, 다나카 유코)은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업무지침서풍의 '사사(apology)'를 기도문처럼 읊조리고, 화재 당시 사고건물 내 유흥주점에 있었다는 소문이 도는 담임교사(호리, 나가야마 에이타)는 억지춘향식의 태도로 일관하다 실소까지 터뜨린다. 꼼짝없이 '괴물 학부모'가 될 상황에 내몰린 사오리가 비명을 내지른다.

"당신들, 눈이 죽어있어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이후의 내용은 학교 측과 시오리의 다툼쯤이겠지만 <몬스터>의 스토리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내용으로 요약되는 45분 분량의 챕터가 지나가고 나면 카메라는 또 다른 인물의 거울 저편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페이드아웃과 자막 대신 도입부의 소방차가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시점도 사오리와 호리를 거쳐 미나토로까지 옮겨가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등장인물의 방어기제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들로 재구성하는 <라쇼몽>(1950)을 닮았나 싶지만, 아니다. <몬스터>는 어느 순간 허무하리만치 건조하게 팩트를 전시한 뒤 정작 심각한 갈등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문제로부터 발생했음을 강조하며 사람들이 흔한 친구들 간의 난투극을 벌였다고 믿는 미나토와 요리(히라기 히나타)를 감춰버린다.

 

초반부에 비윤리적인 교사의 전형처럼 비쳐지던 호리는 이어지는 챕터에서 그 자신 편부모가족의 아들로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보려 끝까지 노력하는 캐릭터로 밝혀진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초반부에 비윤리적인 교사의 전형처럼 비쳐지던 호리는 이어지는 챕터에서 그 자신 편부모가족의 아들로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보려 끝까지 노력하는 캐릭터로 밝혀진다. ⓒ 2023 Monster Film Partners

'사카모토 유지'라는 작가

"살다보면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인 까닭에 서로에게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해야 할 필요를 느껴 직면하고자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울러 그 '복잡함'을 표현하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각본을 썼어요."

이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데뷔작 <환상의 빛>(1995) 이후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맡긴 사카모토 유지의 회고. 그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의 공동시나리오로 시작해 <최고의 이혼>(2013), <문제 있는 레스토랑>(2015), <콰르텟>(2017) 등 한국에서도 사랑받은 다수의 TV드라마는 물론 최근 들어서도 <마더>(2020),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같은 문제작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전방위 스토리텔러다. 그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인물이 현재 일본영화계에서 가장 핫 한 프로듀서로 손꼽히는 가와무라 겐키다. 2005년 <전차남> 이후 2010년 <고백>, <악인>, 2014년부터 <기생수> 시리즈를 거쳐 2016년 <분노>와 <너의 이름은>, 2018년 <온다>, 2019년 <날씨의 아이>, 2022년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화제작을 기획ㆍ프로듀스하고 감독데뷔작인 <백화>(2022)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은조개상까지 거머쥐었던 그는 2018년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에게 예의 "45분 분량의 챕터"를 "세 개쯤 만들어서 이어 붙여 보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던졌다.

사카모토 유지의 극작술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와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의 갈등을 단순한 선악구도로 나누는 이분법적 전개를 지양하고 '소통의 문제'로 갈등하는 입체적인 인간군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러한 재능은 <몬스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를테면 초반부에 비윤리적인 교사의 전형처럼 비쳐지던 호리는 이어지는 챕터에서 그 자신 편부모가족의 아들로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보려 끝까지 노력하는 캐릭터로 밝혀지고, 역시 관객의 분노를 자극하던 후시미도 후에 진심 어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어른이라는 게 드러난다. 아울러 모든 갈등의 불씨라는 오해를 받는 요리는 미나토의 단 하나뿐인 친구다. 결국 악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는 '복잡함'이 적절하게 기능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칸영화제가 굳이 감독이 아닌 각본가에게 트로피를 건넨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미나토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아빠의 배신에 따른 자기연민과 보상심리를 투사하고 있기도 한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요리와의 관계에서 위안을 얻는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미나토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아빠의 배신에 따른 자기연민과 보상심리를 투사하고 있기도 한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요리와의 관계에서 위안을 얻는다. ⓒ 2023 Monster Film Partners

은하철도의 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칸영화제 당시 기자회견(5월 18일)에서 '일본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성소수자에 관한 클리셰가 적다'는 칭찬 섞인 질문이 나오자 "(<몬스터>를) LGBTQ에 특화된 작품이 아니라 소년(들)의 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로 파악했다. (비단 성소수자들이 아니라) 누구의 가슴 속에서든 싹틀 수 있는 거 아닐까"라고 잘라 답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며칠 뒤 <몬스터>는 칸영화제 각본상과 함께 퀴어종려상을 수상한다. 해당부문 심사위원장 존 카메론 미첼은 선정이유에 대해 "세상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두 소년이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퀴어나 (세상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 혹은 세계가 거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며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 극찬했고 《르몽드》 또한 "두 소년의 사이에 친밀한 우정이 쌓여 이내 사랑의 관계로 발전한다는 플롯을 대단히 절제된 표현으로 묘사한다. 영화는 어떤 면에서 2022년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던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를 떠올리게 한다"고 호평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필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자신의 작품이 관객을 특정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경계하는 일본 영화감독 특유의 태도(필자의 경험상 그들은 대부분 칠자가 인터뷰에서 '이번에 ○○영화를 선보이셨는데요'라고 운을 떼면서 질문을 던질 경우, 일단 '딱히 ○○영화를 의식해서 만든 건 아니'라는 확인과 함께 대답을 이어가고는 했다. '관객을 가리는 작품'으로 비쳐질까 우려해서다. ※주)를 보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오해였다. <몬스터>의 시나리오는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집필되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완성본을 읽자마자 미야자와 겐지의 단편소설 『은하철도의 밤』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쿠라카와 소야, 히라기 히나타 두 배우의 캐스팅이 확정된 뒤 진행한 첫 미팅에서도 그들에게 우선 『은하철도의 밤』부터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소설의 내용을 되짚어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느낌이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 <몬스터>처럼 『은하철도의 밤』역시 두 소년 ― 병든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조반니와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단짝친구 캄파넬리 ― 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은하수축제가 있던 날 밤, 여느 때처럼 혼자 밤하늘을 바라보던 조반니는 문득 '은하스테이션'이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캄파넬리와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난다. <몬스터>는 위에서 언급한 『은하철도의 밤』의 인물구도와 '철도'의 상징성을 유지한다.

 

여자아이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알코올중독에 폭력성향을 보이는 아버지에게까지 시달리는 요리에게도 미나토와의 관계가 구원이기는 마찬가지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여자아이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알코올중독에 폭력성향을 보이는 아버지에게까지 시달리는 요리에게도 미나토와의 관계가 구원이기는 마찬가지다. ⓒ 2023 Monster Film Partners

메시지에 다가서기

반면, 창작자의 스타일에 따른 차별점 또한 드러난다. 일단 <몬스터>는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소통을 포기하고 서로에게 괴물이 되어버리는 어른들의 세상을 신랄하고 거침없이 묘사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아울러 이는 미나토와 요리의 우정이 깊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미나토는 자신을 사랑하지만 아빠의 배신에 따른 자기연민과 보상심리를 투사하고 있기도 한 엄마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요리와의 관계에서 위안을 얻는다. 여자아이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알코올중독에 폭력성향을 보이는 아버지에게까지 시달리는 요리에게도 미나토와의 관계가 구원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두 친구는 숲속의 버려진 전철을 비밀기지로 삼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현실을 잊어보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두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슬픔의 연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주요 요소다. 그는 다큐멘터리스트를 만들면서 다져진 리얼리즘의 시선으로 버려진 아이들(2004년 작 <아무도 모른다>)이라는 캐릭터를 포착해내고, 그들 간의 유대가 어떻게 공고해지는지 내재적 접근을 통해 고찰하는 한편(2011년 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여기에 자신의 연령대를 반영하는 작법으로 '후기자본주의사회의 가족(혹은 그에 상응하는 대안적 집단)'이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조명해왔다. (2008년 작 <걸어도 걸어도>, 2013년 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5년 작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6년 작 <태풍이 지나가고>, 2018년 작 <어느 가족>, 2022년 작 <브로커>) 그런데, 이런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몬스터>가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무책임한 어른들의 책임을 묻거나(<아무도 모른다>), 아이들 간의 연대를 낙관하고(<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서사가 어른들 또한 무력하기 그지없는 가련한 존재들(<어느 가족>, <브로커>)이니 그들에게 연연하기보다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들을 향한 새로운 메시지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에서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는 영화적 장치는 사오리가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미나토가 뛰어내리는 시퀀스의 반복이다. 작품의 전·후반부에 걸쳐 등장하는 이 시퀀스는 처음에 이상행동으로 비쳐지면서 관객의 주의를 끌었다가 시점이 전환되면서 설명이 이루어진 뒤 후반부에 다시 한번 등장한다.

 

미나토와 요리는 숲속의 버려진 전철을 비밀기지로 삼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현실을 잊어보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두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C)2023 Monster Film Partners
미나토와 요리는 숲속의 버려진 전철을 비밀기지로 삼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현실을 잊어보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두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 2023 Monster Film Partners

"괴물은 누굴까?"

필자에게 <몬스터>의 결정적 장면은 어둠 속의 미나토가 "괴물은 누굴까?"라고 외치며 서 있던 터널 신이 아니라, 미나토가 요리와 함께 활짝 갠 하늘 아래를 질주하던 숲속 신이다. 관련 기사에서도 종종 인용되는 이 신의 스틸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는 어쩌면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를 주시하고, 영화를 통해 비판적으로 그려내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자칫 도그마가 될 수도 있는 리얼리즘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졌음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는 한층 상냥해진 어조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괴물이 누구냐는 질문은 우리들(어른들)에게 중요할지 모르나 '은하철도'를 타고 괴물의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너희들(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그러니, 이제누군가에게 괴물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고.

 

몬스터

Monster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Hirokazu Koreeda

각본

사카모토 유지Yuji Sakamoto

프로듀서

가와무라 겐키Genki Kawamura

음악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

 

출연

안도 사쿠라Sakura Ando

나가야마 에이타Eita Nagayama

쿠로카와 소야Soya Kurokawa

히라기 히나타Hinata Hiiragi

다나카 유코Yuko Tanaka

 

배급 도호주식회사Toho Co., LTD

제작연도 2023

상영시간 126분

등급 미정

현지개봉 2023년 6월 2일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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