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현상> 어떤 영화는 삶을 긍정하게 만든다
<요요현상> 어떤 영화는 삶을 긍정하게 만든다
  • 선민혁
  • 승인 2021.01.20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요현상>은 그런 영화다.

청소년기의 어느 순간부터, 나는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이 좋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과 함께 입시를 준비했고 결국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대학에서도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고학년이 되었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됐다.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될 것이냐'는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고, '나는 문학으로 먹고살겠다'는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 대답을 하는 데에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 같다.

 

ⓒ 씨네소파
ⓒ 씨네소파
ⓒ 씨네소파
ⓒ 씨네소파

다큐멘터리 영화 <요요현상>의 주인공이자 요요 공연팀 '요요현상'의 멤버인 다섯 인물들도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된다. 소재 자체도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다섯 인물들이 제각각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을 흥미로운 구성으로 보여줌으로써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캐릭터들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제공한다. 이들이 함께 요요 공연팀으로서 활동하던 과거와 각자의 길을 걷는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여 관객들이 그들의 서사에 이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요요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전국에서 가장 잘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공연도 펼친 적이 있는 '요요현상'의 멤버들은 이제는 한 팀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이제 사회에 나가 먹고살아야 하니까 요요를 그만둬야 할까?'라는 질문에 각기 다른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섯 주인공이 각각 어떤 대답을 했는지 한 문장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해 딱 잘라 대답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중이다.

동훈은 요요로 먹고사는 대신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가 요요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그는 요요를 직업으로 삼은 다른 동료와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하기도 하였으나, 오히려 직장이 있어서 요요를 계속하게 된다고도 이야기한다. 직장 생활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요요로 채우고 싶어 요요 연습을 계속하게 되고, 어느 순간 멈출 것 같았던 실력향상은 계속되며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한다.

 

ⓒ 씨네소파
ⓒ 씨네소파

대열은 직장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만두고 요요로 먹고살아 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직업으로 요요 공연을 계속하다가, 요요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연기를 공부하러 프랑스로 떠난다. 이후 그는 마임과 인형극까지 하는 공연예술인으로 성장하고,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을 계속한다.

대열과 함께 2인 팀으로 요요 공연을 계속하던 현웅은 대열이 떠난 후에도 해오던 일을 계속한다. 요요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팀으로 하던 공연을 혼자서 하려니 어려운 점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는 그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다. 현웅은 결국 한국요요협회장이 된다.

동건은 자신에게는 요요가 가장 잘하는 일이 아니었다며, 한 번도 요요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적어도 챔피언은 해봤어야 요요로 먹고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하는 그가 보여주는 요요 기술은 현란하다. 기자가 된 동건은 직장생활이 너무 바빠 요요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 씨네소파
ⓒ 씨네소파
ⓒ 씨네소파
ⓒ 씨네소파

화려한 요요 기술로 유명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종기는 요요를 수입해 유통하려는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일하다가, 인사조정 후 소비자들이 보낸 고장 난 요요를 고치는 일을 하게 되고, 결국 회사에서 나와 직접 요요로 사업을 벌이게 된다. 요요 붐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요요 붐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사업은 작은 공간의 요요 판매점 겸 강습소에서 시작해, 전국의 요요 플레이어들이 찾는 커뮤니티가 되기까지 한다. 그는 지금도 새로운 요요를 출시하고 유튜브에 요요 콘텐츠를 올리는 등 활발히 활동한다.

'요요현상'의 멤버들 중에는 요요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요요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이제는 각자 다르다. 그들은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다. 나는 영화를 보며 나의 성향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캐릭터에 가장 이입되었는데, 그러면서도 모든 캐릭터의 선택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요요를 그만둬야 할까?'라는 질문에 다섯 인물들이 해내고 있는 각자의 대답들이 전부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더 이어져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떤 영화는 삶을 긍정하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요요현상>은 그런 영화다. <요요현상>에는 생동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또한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현재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이들이 자라고 있음을 담백한 방법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요요현상>을 보고 나온 후 무언가 따뜻한 것을 느끼게 되었으며 나는 어느 순간과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씨네소파
ⓒ 씨네소파

요요현상

Loop Dreams

감독

고두현

 

출연

문현웅

곽동건

윤종기

이대열

이동훈

 

제작 영화사 금요일

배급 씨네소파

제작연도 2019

상영시간 92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2021.01.14

선민혁
선민혁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