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돌아온 사립 탐정
<나이브스 아웃> 돌아온 사립 탐정
  • 배명현
  • 승인 2020.02.02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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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미국, 2019, 130분)
감독 '라이언 존슨'(Rian Johnson)
사진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2020년도에 사립 탐정이라니(물론 2019년 12월 4일 개봉이긴 하지만 한 달의 시간차이니 봐주도록 하자). 영국 자본가의 성, 살인, 유산, 사립 탐정과 경찰. 이 모두 아서 코난 도일 혹은 애거사 크리스티 그것도 아니라면 레이먼드 챈들러의 그것과 닮아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피를 흘리는 성의 주인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영화는 2020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과거의 유산(물론 여전히 훌륭하다)을 영상화하는 단계에 머물기엔 부족하다. 딱 10초만 수많은 추리 명저를 영화화한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한 사실을 반추해보자. 수긍이 가실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을 변화시켰는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시점이다.

탐정의 시선으로 사건을 역추적해 들어가는 대신 살인자의 시점에서 들어간다. 여기서 추리소설 매니아분들은 반기를 드실 수가 있다. 살인자를 주인공으로한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물론 그렇다. 하지만 살인자가 탐정과, 그것도 탐정이 살인자를 의심과 변호를 동시에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물은 드물 것이다.

<나이브스 아웃>은 추리물의 장르적 특성을 정확하게 살리면서 재미는 물론 정치적 메시지 까지 전달한다. 일본의 추리 문학 평론가인 진카 카츠오는 추리 소설의 요소를 '발단의 불가사의성', '적당한 서스펜스', '의외의 결말' 세가지로 꼽았다. 이 고전적 틀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반전을 연이어 주기 위해 영화는 마르타를 주인공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아는대로 그녀의 승리이다. 할란 트롬비가 써놓은 각본대로 가 아닌 그녀의 인성과 진실성을 토대로 재산을 성취한다.

그렇다면 분석해보자. 추리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3요소로는 보통 "누가 했는가?" 와 "어떻게 했는가?” 그리고 "왜 했는가?"가 대표적이다(사실 다른 소설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먼저 마르타가, 약을 잘못 투약해서, 실수로. 라는 당위성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렇게만 하면 마르타는 살인자가된다. 영화는 그녀에게 면죄부를 부여한다. 할랄은 진정으로 자살한것이며, 바뀐 약병 속에서도 그녀는 수많은 경험으로 진짜 약을 정량 투약한다.

 

사진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사진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이 때 사건은 혼란을 맞이한다. 유언장이 발표된다. 사건의 복잡성은 더욱 깊어진다. 재산은 누구에게 가야하는가. 주인공은 진실만을 말하기에, 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롬비가문의 사람들과의 대척은 절정에 다달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보면서 작가는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회수하려는지 걱정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완벽하게 트랩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할란이 말한 것, 그러니까 그가 써놓은 시나리오의 예상 이상으로 마르타는 잘해주었다. 할란이 그려놓은 스케치 이상의 그림을 그린것이다. 우연이나 기적이아니다. 분명 그녀의 진실함 그리고 인성으로 얻어낸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권선징악 영화이면서도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었다. 더 세련된 고전 추리소설물이라고나 할까.

이 때 비판의 대상은 악덕하거나 어리석은 자들만이 아니다. pc함과 정치적 올바름, 좌파와 리버럴한 부자 또한 유산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들의 위선 혹은 고매함을 가감없이 까발리며 영화는 불편한 기색(그와 동시에 주인공을 이주민으로 설정한 것이 아이러니하긴하지만)을 드러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이 영화는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영화 대사를 모두 이해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엔 속도감이 과했다. 상황에 대한 방대한 정보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도처에 깔린 정보들을 의심하기 힘들었다. 단순히 저자인 내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조금만 생각해도 빈틈이 있다고 반박할 수 있는 설정(랜섬의 급작스런 캐릭터 변화가 대표적이다) 이 속도감은 아마 관객이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을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분명 재미있는 영화이다. 또 다양한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엮고 장르의 특성을 훌륭하게 비튼 성공적인 추리물이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재미만 있어선 안된다. 재미와 동시에 훌륭해야 한다. 극장에서 영화와 오랜만에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사진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사진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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