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빠져나올 수 없는 곳, 그 사이에 '존재'한 특별한 이유
[Jul] 빠져나올 수 없는 곳, 그 사이에 '존재'한 특별한 이유
  • 오세준
  • 승인 2019.07.11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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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갤버스턴'(Galveston, 2018, USA)
사진 ⓒ ㈜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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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를 빠져나와 갤버스턴으로 향하는 길에는 적어도 '자유'가 있다. '시작'과 '끝'의 모호한 경계 선 사이에 위치한 '로니'와 '록키'의 비극적인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감독 멜라니 로랑(Melanie Laurent)의 영화 '갤버스턴'은 범죄 드라마의 대표주자 '트루 디텍티브' 닉 피졸라토의 동명소설 영화화한 작품이다.

보스의 함정으로 죽을 위기 처한 '로이'(Ben Foster)는 힘든 삶을 사는 '록키'(Elle Fanning)를 만난다. 그들은 지옥 같은 삶을 탈출하기 위해 '갤버스턴'으로 향하지만, 로이의 병과 록키의 동생 '티파니' 그리고 경찰에게까지 쫓기는 신세에 처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 ㈜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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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을 지켜보면 슬픈 감정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느껴진다. 그 이유는 어쩌면 여러 인물들이 '오인'해서 벌어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진실'이란 존재의 유무보다는 '오인'했기 때문에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인물들의 '삶'을 집중한다.

이 영화의 '오인'은 사실 로이가 록키를 위해, 설령 진정한 가족이 되어주지 못할지언정 그녀가 몸을 팔며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게 하는, 다시는 빈곤해하지 않고 '집'에 살 수 있게 하는 금전적 지원을 해주기를 경정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사랑하는 여자도, 가족도 심지어 친한 친구도 없는 그. 사람을 죽이는 해결사로 무작정 살아온 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은 당황스럽지만, 무언가 만회할 기회로 다가간다. 과거에 정말 진정으로 사랑했던 애인에게 찾아가는 것도, 록시와 티파니가 더는 돈을 걱정하거나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뉴올리언스가 그에게 '삶'이었다면 '갤버스턴'은 '죽음'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서야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발견한다.

사진 ⓒ (주)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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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록시의 거짓말, 이 영화의 나름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자신의 동생이라 소개한 '티파니'가 사실은 과거 새아빠의 성폭행으로 낳은 자식, 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오인은 사실 그녀가 티파니를 찾으러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발생한 총소리, 그녀는 로니에게 분명 겁만 주기 위해 벽에서 총을 쌌다고 거짓말을 한 부분, 이후 신문으로 록키의 가족이 살인‧실종 사건을 접한 그가 자신이 용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록키와 티파니를 떠나는 계기이지만, 반대로 '록키'가 로니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로니는 더는 이 모녀가 불행해지지 않기를 결심하게 한다.

 

 로니의 '오인'은 어쩌면 자기 죽음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나름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로니는 록키에게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록키는 로니와 함께 갤버스턴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오인'한다.

 

사진 ⓒ (주)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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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약점을 쥐고 있던 로니는 그를 협박해 돈을 받으려 하지만 되려 그에게 습격을 당해 록키와 함께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록키'가 목숨을 잃는다. 다친 몸으로 복수는커녕 급하게 빠져나오다 다른 차와 부닥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첫 번째 오인의 진실, 그가 걸린 병은 충분히 치료 가능함을, 죽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일어났던 모든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그는 20년 동안 뉴올리언스 감옥에서 갇혀 살아간다. 록키와 티파니가 없이 홀로.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을 마주한 자는 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죽었다. 그러나 결코 '다행스럽다'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왜일까. 아니. 처음부터 진실이 있었을까. 그의 모든 오인은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할까. 로니와 록키는 분명 갤버스턴에 있었지만, 그녀가 죽고, 그가 교도소에 갇힌 곳은 뉴올리언스다. 이들은 결국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셈이다. 돌아갈 집이 없는 삶, 빈곤과 범죄로부터. 어쩌면 진짜 '오인'은 그들이 '미국'이라는 곳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사진 ⓒ (주)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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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잘 살기 위해 도망친 그들의 종착지는 결국 원점이다. 열려있지만 나가지 못했던 그들은 카프카가 말한 '억압된 존재들'이다. 오인의 껍데기를 벗겨도 '진실'에 가까워지지 않는 것은 진짜 '오인', 그들이 사는 곳이 살기 힘든 지옥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건 정부 시대의 미국이란 나라, 루이지애나 주 항구 도시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80년대 미국 경제의 깊은 침체와 경제성장의 민낯을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로니와 록키, 그녀의 딸이 지내는 갤버스턴의 모텔을 보고 있자면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무니와 함께 살기 위해 무니의 엄마 '핼리'는 성매매를 통해 방값을 번다. 그 이유는 여전히 미국이란 땅에서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20년이나 시간적인 차이를 두고 있음에도 '록키'와 똑같이 '핼리' 역시 기회를 가지지 못한 억압된 존재라는 점이 꽤 씁쓸하게 다가온다.

사진 ⓒ (주)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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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바다의 경계, 그 사이 해안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로니와 록키. 그 둘의 모습은 삶과 죽음의 사이, 뉴올리언스와 갤버스턴의 사이 그리고 이들의 관계가 가족과 연인 그사이에서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는 것까지.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미국(외부)과 전혀 그렇지 못한 삶을 사는 두 사람(내부). 어쩌면 로니가 과거 애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던 '갤버스턴'을 추억하는 것도 실패한 과거에 불가할 뿐이며, 록키와 티파니와 함께 살지 못한 것도 실패한 로니는 이 땅에 더는 정착할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미국인의 단상을 그려낸 인물이다.

영화의 첫 오프닝 시퀀스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집은 마지막 시퀀스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로니'가 어쩌면 자살이나 복수를 선택하지 않고 묵묵히 수감생활을 버티며 살아왔던 이유는 결국 록키의 딸 티파니가 20년이 지나서 자신을 찾아오는 장면을 통해 마무리된다. 그는 마치 관객이 지금껏 봐왔던 영화의 모든 순간을 그녀에게 전달한다. 진정한 진실을. 이후 여전히 로니의 집,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로니는 록키를 찾아 그 어떤 경계로 아니 '갤버스턴'으로 떠나지 않았을까.

사진 ⓒ (주)삼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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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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