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현의 무빙] 심연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따라
[홍상현의 무빙] 심연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따라
  • 홍상현
  • 승인 2023.10.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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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이 유야 감독 <달>(2023)
「달」은 일본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실제사건을 소재로 오늘날의 일본영화를 대표하는 캐스트가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문제작이다.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달>은 일본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실제사건을 소재로 오늘날의 일본영화를 대표하는 캐스트가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문제작이다.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일부의 장애인은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따라서 장애인 시설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은폐되는 경우가 있다.

팩트를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옮겨놓은 문장 두 줄이 지나가면, 밤바다 위로 초승달이 보이면서 전도서 1장 5절이 이어진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버려진 철길을 밝히는 플래시 불빛과 긴장ㆍ두려움에 휩싸인 요코(미야자와 리에 분)의 얼굴. 천둥번개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폐허다.

고작 2분 남짓한 오프닝 시퀀스만 봤을 뿐인데 이시이 유야에게 도대체 무슨 일어났나 싶었다. 나이브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긍정적인 시선으로 점철돼 있던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2020)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인 '아들의 죽음'이 서사의 전면에 놓였던 <난반사>(2019, 애초에 2018년 나고야TV에서 방영된 드라마였으나 1년 뒤 극장용 디렉터스컷으로 개봉했다. ※ 주)마저 아득하게 넘어서는 분위기. <>과 2주 간격을 두고 개봉할 예정인 <사랑에 번개>가 쿠보타 마사타카, 마츠오카 마유 주연의 복작복작하고 정감 넘치는 가족ㆍ로맨스영화인 것을 떠올려보면 이 작품에 강력한 작가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달」에서도 ‘배우 오다기리 조’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이시이 유야 감독은 <달>에서도 '배우 오다기리 조'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마이더스의 손을 사로잡다

순간 떠올린 이름은 <달>을 기획하고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를 맡은 가와무라 미츠노부.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하게 되는 감독은 양영희다. 가와무라 미츠노부는 그녀의 극영화 데뷔작 <가족의 나라>(2011)의 기획ㆍ제작은 물론 배급까지 맡았고 5년 뒤에는 주연배우였던 양익준이 스다 마사키와 공연해 화제를 모은 <아, 황야 전ㆍ후편>(2017)을 기획ㆍ제작했다. 뿐만이 아니다. 2019년 일본 독립영화의 대표작으로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된 <미야모토>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이기도 했으며 2020년 심은경에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안긴 <신문기자>(2019)를 만들 때는 아예 원안까지 냈다. 국내 어떤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적 없이 오직 스트리밍만으로 문제작에 자리매김한 <마더>(2020), <야쿠자와 가족>(2021)도 그의 손을 거쳤다.

범상치 않은 필모그래피에서 확인할 수 있듯 프로듀서시스템으로 특징되는 일본영화계에서 그의 입지는 독보적이었다. 일단 '시대와 사회, 그 안에서의 ― 어떤 의미에서든 상징성을 지니는 ―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면 원작이 소설(<아, 황야>)이든, 만화(<미야모토>)든, 심지어 리스크 매니지먼트 상 다들 피해가려고 하는 오리지널시나리오(<가족의 나라>, <마더>, <야쿠자와 가족>, <신문기자>)라 할지라도 가리지 않았다. 아울러 시네마콤플렉스의 요구를 거스르지 못하는 거대배급사가 작품을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008년 설립한 스타 샌즈를 통해 미니 시어터를 공략했다. 요컨대 현재 일본영화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인 '다양성'을 견인해 온 인물인 것이다. <달>은 그런 가와무라 미츠노부의 유작이다.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인 만큼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는 등 복잡한 전후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작 그는 묵묵히 전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이시이 유야를 감독으로 영입, 차곡차곡 일정을 소화해가던 그는 촬영을 목전에 두고 있던 2022년 6월 11일 돌연 심부전으로 타계한다. 그렇다면 <달>은 대체 어떤 이야기였기에 2000년대 이후 일본영화의 한 축을 지탱했던 마이더스 손을 마지막순간까지 사로잡았을까.

 

부천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국내에서 공개된 「신도들」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 「플랜 75」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이소무라 하야토가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참사의 범인으로 분했다.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으로 국내에서 공개된 <신도들>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 <플랜 75>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이소무라 하야토가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참사의 범인으로 분했다.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2017년의 두 사내

우선 원작의 작가가 눈길을 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이라는 압도적인 커리어 외에도 교도통신사 기자로 베이징, 하노이 특파원을 지내며 수많은 특종보도로 각종 언론상을 휩쓸었던 저널리스트 출신 헨미 요. 아울러 그가 동명원작을 출판한 2017년이 어떤 해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먹이사슬에 대입하면 최하위쯤에 위치해있던 <달>의 실존모델 우에마쓰 사토시와 최상위에 위치해있던 또 한 사람을 소환해본다. 가상화폐 열풍을 이끌었던 코인체크의 CEO 와다 고이치로. 경쟁사인 비트플라이어를 이끌던 모건스탠리 출신 가노 유조보다 14살이나 어렸고, 도쿄공대 재학시절 세계 최대 레시피 사이트 쿡 패드가 주최한 어플리케이션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2012년 개발한 SNS 스토리즈가 상한가를 치던 순간 홀연히 학교를 떠난 점도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코인체크의 서버가 해킹당하면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26만 명의 피해 고객에게 총 462억 엔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왜였을까. 답은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재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면 "트위터"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이름과 함께 트위터가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귀축"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아귀와 축생을 뭉뚱그린 이 말에는'잔인하고 인정머리 없는 자'를 가리키는 비유적 의미가 있다. 네티즌들이 와다 고이치로에게 이런 섬뜩한 닉네임을 붙인 건 그가 올린 두 개의 트윗 때문이다.

우선 2016년 7월 30일 오전 6시 57분, 도쿄도 시부야구에서 업데이트한 첫 번째 트윗을 보자.

도켄자카(시부야 역 서쪽에 위치한 번화가. ※주)에 사람이 쓰러져있다 했더니 홈리스 아줌마였다... 걱정해서 손해 봤네.

무더운 여름날 아침, 거리에 쓰러져있던 사람을 본 와다는 순간적으로 그의 상태를 걱정하지만, 이내 (정신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푸념한다. 그에게 노숙인은'사람'이 아니니까.

다음은 약 3주 뒤인 8월 21일 오후 10시 49분에 업데이트한 두 번째 트윗.

안전한 사무실 안에서 바깥의 곤란해하는 사람을 보며 카이지 놀이를 하고 있다.

일요일 밤,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자신의 상황을 그는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빗댔다. 일상의 풍경에서 <오징어 게임>(2021)의 원형으로 회자되는 만화를 떠올리는 와다 고이치로에게 사람들은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무의미한 존재에 불과했다. 경악스러운 점은 그가 첫 번째 트윗을 올리기 나흘 전인 7월 26일.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 우에마쓰 사토시(<달>에서는 이소무라 하야토가 연기하는 '사토')가 참극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새벽 2시경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 잠입해 흉기로 19명을 살해하고 26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전후최악의 대량 살인사건"으로 명명된 학살을 저지르고도 그는 경찰의 조사에서 "장애인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니카이도 후미는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의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입체적인 캐릭터인 또 한 사람의 요코를 연기한다.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니카이도 후미는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의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입체적인 캐릭터인 또 한 사람의 요코를 연기한다.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데칼코마니

위의 두 사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1990년생으로 수도권 공업 지역(사이타마현 이루마시와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 자랐다는 것. 1991년 3월부터 1993년 10월 사이, 일본경제는 1973년 12월부터 이어지던 비정상적인 활황기, 즉 '버블'의 붕괴와 함께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저성장 시대로 돌입한다. 그들이 살던 도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거나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동안에만 일하다 용도 폐기되는 불안정고용을 선택해야했다. 흑사병처럼 퍼져나간 적자생존의 논리는 학교조차 소외와 갈등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본에서 빈부격차가 급격히 벌어진 1990년대 후반은 교육현장에서 학원폭력이 급증했던 시기와도 겹친다.

우에마쓰는 잃어버린 20년을 전후한 시기를 철저한 패배자로 살았다. 비명문고ㆍ비명문대 출신으로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결국에는 끔찍한 범죄의 주인공이 되었다. 와다는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사내는 결국 강자를 동경하는 만큼 약자를 혐오하는 데칼코마니였다.

 

미야자와 리에(왼쪽)는 「달」에서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분석력과 내면연기를 보여주었다.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미야자와 리에(왼쪽)는 <달>에서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분석력과 내면연기를 보여주었다.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십자군, 이시이 유야

가와무라 미츠노부가 이러한 '귀축'이 등장하는 신작의 연출을 맡아달라고 제안하자 이시이 유야는 "찍어볼 수도 있는" 영화가 아니라 "찍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하며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필자가 이 대목에서 '역시나'하며 기억해낸 작품은 이시이 유야라는 작가를 '발견'하는 계기였던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미츠코, 출산하다>(2011)이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4년 뒤 만들어진 동명타이틀 실사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으며 청춘스타의 반열에 오른 나카 리이사를 느닷없이 '따발총 토크'를 구사하며 아무데서나 반찬통에서 거침없이 단무지를 꺼내먹는 임신부(미츠코)로 캐스팅한 이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7개월 뒤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소개로 부산의 관객들을 만나고 현지 개봉했다. 타이틀 롤이 경쾌한 어조로 포복절도의 웃음을 자아내는 비유를 곁들이며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대략"다들 힘들잖아? 힘들면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민폐는 무슨!"쯤으로 요약된다. 전국 12개 지자체에서 15,897명이 사망, 2,534명이 실종(2018년 기준)되는 대재난을 겪었음에도 내내 '우리는 괜찮아, 그러니 힘내자'운운하는 부담스러운 캠페인 송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리 내 우는 것조차 주변의 눈치를 봐야했던 숨 막히는 일본사회에 날린 '유쾌한 한방'이었다. 앞서 소개한 우에마쓰 사토시와 와다 고이치로에게는 없는, 오직 약자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작가만이 날릴 수 있는.

 

「달」을 연출하면서 이시이 유야는 보다 짙어진 일본사회의 어둠만큼이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 요코와 쇼헤이, 두 사람의 인물로 분리된 자기반영적 캐릭터로 참극에 개입한 것.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달>을 연출하면서 이시이 유야는 보다 짙어진 일본사회의 어둠만큼이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 요코와 쇼헤이, 두 사람의 인물로 분리된 자기반영적 캐릭터로 참극에 개입한 것.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심연을 파고들되, 어둠에 물들지 않는

1983년생인 이시이 유아는 예의 약자혐오가 '사회적 상식'의 자리를 점하고 학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끈질긴 저항을 이어왔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사회에는 고교ㆍ대학의 신규졸업자가 그대로 청년실업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이른바 "취업빙하기"가 이어졌는데 이 시기에만 그는 오사카예술대학 졸업 작품인 <엉덩이가 벗겨진 일본>(2005)을 비롯해서 <사와코, 결심하다>(2009)에 이르기까지 총 다섯 편의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여기에 2년 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미증유의 재앙이 사람들을 덮치자 역설적으로 18편의 장편독립ㆍ상업영화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유쾌한 작품을 발표한다.

다만, <달>을 연출하면서 이시이 유야는 보다 짙어진 일본사회의 어둠만큼이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 요코와 쇼헤이(오다기리 조 분), 두 사람의 인물로 분리된 자기반영적 캐릭터로 참극에 개입한 것. 입소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가 일상적으로 암암리에 자행되는 지적장애인 복지시설로 요코를 들여보내고, 그런 그녀의 곁에 어떤 경우에라도 낙천적 세계관을 유지하는 쇼헤이를 둠으로써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신념을 표현한다. 아울러 이 부부의 관계를 무척 촘촘한 그물망 속에 던져 넣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두 사람은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를 잃었던 아픔뿐만 아니라 작가와 애니메이터로서 더 이상 쓸 수 없거나(요코), 영화의 제작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쇼헤이) 데서 비롯되는 창작의 고통 역시 공유한다. 한편, 두 사람의 삶에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의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 입체적인 캐릭터인 또 한 사람의 요코(니카이도 후미 분)가 엮여들면서 침묵하는 이들도 현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암시 또한 던진다.

허나 <달>이라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무엇보다 필자의 시선을 붙들었던 것은 참극의 범인을 누구나 예상할 법한 슬래셔 무비의 괴물처럼 그리지 않았던 이시이 유야의 지혜다. 이를 위해 그가 부각시킨 것은 입소자들을 학대하던 다른 직원들에게 '이지메'를 당하던 사토가 현실적 무력감과 모멸감을 비뚤어진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극복하려 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사토는 약자혐오와 더불어 공동체를 위협하는 극단주의 또한 경계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역설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감독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표현주의적 이미지들을 조합해 미학적 성취에 다가서는 한편, <미츠코, 출산하다>나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서와 같은 판타지의 날개 없이 심연을 파고들되, 어둠에 물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따라가는 지난한 여정을 완주해낸 것이다.

 

웃음기가 걷힌, 좀 더 새롭고도 견고한 터치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적 성장을 이뤘다는 사실만으로도 「달」은 이시이 유야의 영화인생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일 것이다. (C)2023 The Moon Film Partners
웃음기가 걷힌, 좀 더 새롭고도 견고한 터치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적 성장을 이뤘다는 사실만으로도 <달>은 이시이 유야의 영화인생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일 것이다. ⓒ 2023 The Moon Film Partners

성장

일본 국내배급사의 개봉일자 확정소식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석상 노미네이트 사실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후 잠시 고민했었다. 수상 후 리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끝내 편집부와 타이틀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방향으로 게재일정을 잡아버리고 말았다. 걸음한지 12년 만에 처음 자신의 작품을 초청한 프로그래머의 이름을 딴 상을 수상하는 것도 드라마틱한 일이겠지만, 웃음기가 걷힌, 좀 더 새롭고도 견고한 터치로 세계를 그려 작가적 성장을 이뤘다는 것만으로도 <달>은 그의 영화인생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일 테니까.

 

The Moon

감독/각본

이시이 유야Yuya Ishii

기획/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가와무라 미츠노부Mitsunobu Kawamura

프로듀서

나가이 료Ryo Nagai

나가이 타쿠로Takuro Nagai

음악

이와시로 타로Taro Iwashiro

 

출연

미야자와 리에Rie Miyazawa

오다기리 조Joe Odagiri

니카이도 후미Fgumi Nikaido

이소무라 하야토Hayato Isomura

 

배급

스타 샌즈Star Sands, Inc.

제작연도 2023

상영시간 144분

등급 미정

현지개봉 2023년 10월 13일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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