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몸이란 슈트를 입은 슈퍼히어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몸이란 슈트를 입은 슈퍼히어로
  • 이현동
  • 승인 2023.07.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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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물음"

'톰 크루즈'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그의 액션은 기발하고 심지어 무모하기도 하지만, 영화마다 그 한계를 경신하는 연기는 다시 봐도 놀라울 정도다. 그는 <탑건: 매버릭>(2022) 촬영하기 전에 60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해군 파일럿 훈련에 참여하면서 비행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다. 이제 톰 크루즈 액션은 영화사에서 영원토록 화자 될 것이다. 하지만 가끔 그의 다른 연기가 그리울 때가 있다. 뭉뚝하지만 감정이 돌출되는 그런 영화들. 적어도 필자에게는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 그랬다. 온전히 얼굴로 말해야만 하는 연기와 AI와 같은 외모를 가진 톰 크루즈의 결합은 기괴하고도 묘하지만 참으로 영화다운 것이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 롯데엔터테인먼트

언제부턴가 '톰 크루즈'의 얼굴보다도 그의 몸이 영화에 헌신하는 크기를 보며, 이것이 '시네마'라며 극찬하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일종의 프랜차이즈가 되어버린 톰 크루즈 영화는 영화관이 지닌 광대한 스크린을 적극 활용해 궁극적인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적당한 유머와 춤을 연상시키는 몸의 결합은 관객에게 티켓을 구매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트랜드가 됐다. 시리즈물마다 로케이션 선정, 빌런의 개성, 액션의 변화 등으로 변칙을 구현하는 이 영화들은 어느새 영화관을 독점했다. 소비시장에서 강력한 특권을 지닌 '몸'은 스크린에 표식처럼 남아 그것을 졸졸 따라가는 좀비와 같은 관객을 양산했다. 마틴 스콜세지가 언급했듯이 영화관은 테마파크가 됐다. 극장은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놀이기구를 탔을 때 2, 3분 정도의 쾌감만으로 충족되는 모습이다. 자극에 충실한 관객은 더한 자극 없인 영화를 감상할 수 없을 지경이다.

차력쇼와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 톰 크루즈를 보며 우린 상상하지 못할 자극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롤러코스터처럼 언제쯤 떨어질까를 순간순간 인내하면서 말이다. 액션 영화를 무조건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봐야 영화로 구분하거나 영화를 '봄'이라는 공식에 해당하기 위해서 '극장'을 가는 건 그 행위 자체가 이미 특정한 본질로 환원되었다는 증거다. 자본으로 구축된 멀티플렉스의 증가는 그만큼 새로운 '몸'이 아닌 자극적인 '몸'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몸으로부터 '극장'을 구원할 방법이란 요지부동하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의문을 가져야 할 요소는 영화란 '몸'인가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몸'이기도 하다. 무성영화 시절에 몸의 연기를 보여준 대표적 인물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등은 '몸'에 대한 탐구를 한 인물이다. 과장된 연기, 독보적인 캐릭터, 사회풍자, 영웅주의 등의 조화를 통해 그들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주류는 아니었다. 몸은 영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 또는 장르에 불과하지, 영화 자체로 규정될 수 없다. 이제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몸'의 영화가 주는 자극이란 단단하게 대중들을 묶을뿐더러 예술의 형태를 하나로 응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 또한 이 범주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보이는 영화 중 하나다. 감독이 바뀌어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일관성이란 실제로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대신 해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작된 프로젝트임을 이번에도 보여주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이 첩보물이란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을 우린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과 첩보물

톰 크루즈를 상징하는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은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가 어떤 배우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주는 쾌감은 인물과의 갈등이라기보다 임무를 수행할 때 등장하는 액션이었다. 대표적으로 암호를 해킹하기 위해 와이어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은 시리즈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지금에서야 단순한 액션처럼 보이지만, 감독이 톰 크루즈에게 던져주는 미션은 곡예를 하듯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물을 한둘씩 넘는 것에 있었다. 물론,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번 공개된 예고편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톰 크루즈가 등장한다. 비현실적이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연기는 뜨악할 만한 요소다. 톰 크루즈가 스턴트맨을 대동하지 않고 자기가 직접 액션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그 연기를 더욱더 실제처럼 체감한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은 첩보물이 가진 무게감을 관객에게 계속해서 환기할 수 있는 장치인 유머와 액션이란 코드로 흥행을 이루어 냈다. 가령 '007'이나 '본' 시리즈가 어느 정도 미션 임파서블과 상응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이와 반대로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가 있다. 레지스탕스를 다룬 <그림자군단>(1969)은 그가 실제로 레지스탕스로 살면서 겪은 현실적인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 특히, 경제적인 숏과 캐릭터의 움직임, 감정이 절제되고 건조하기까지 한 몸과 감각은 어떤 액션보다 뛰어난 액션을 잠재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사실 첩보물에서 제어되고 돌출되지 않아야 할 것이 '몸'이라는 점에서 멜빌의 영화는 첩보에 관한 몸의 사용법을 잘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몸'의 사용법은 첩보물에서도 전환을 꾀하게 됐다. 90년대 들어 첩보가 하나의 유희 대상으로 변용되고 있는 것은 세계 열방의 냉전, 전쟁 종식이 곳곳마다 전파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첩보의 관성을 굴절시킬 수 있었던 건 영화로부터였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첩보물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극장에서도 큰 흥행을 이루었다. 이런 요소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탄생시킨 힘이 될 수 있었고, 30년 동안이나 톰 크루즈를 상징하는 영화가 되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딩 PART ONE>은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지각을 가진 인공지능으로 등장하는 '엔티티'를 막기 위해서 두 조각으로 분리된 열쇠 조각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AI가 인류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예언은 시대를 위협하는 장치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오늘날만큼이나 AI가 강력한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드러난 시기는 없었다. 식별할 수 없는 적, 그것만큼이나 강력한 적은 없다. 엔티티를 상대하기 위해 이번에 시리즈에도 동료로 합류하는 루터(빙 레임스)와 벤지(사이먼 페그), 로그레이션과 풀 아웃에서도 활약했던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페르구손), 새롭게 등장하는 히로인인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은 에단 호크와 연대하며 이야기에 호흡을 부여한다. 여전히 루터와 벤지는 유쾌하게 에단을 서포트하고, 파우스트는 스파이에 걸맞은 자신을 숨기기에 능하면서도 매혹적인 여성이고, 새로운 히로인 그레이스는 도둑으로 영화의 키포인트 역할로 능수능란하게 열쇠를 갈취하고 에단을 골탕 먹인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앙상블은 장소를 활용하는 연출에도 큰 하모니를 이룬다.

파우스트와 첫 번째로 마주하는 장면은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오만, 아랍에미리트에 걸쳐 650,000평 반경의 거대한 사막 한 가운데서 촬영되었다. 이 광활한 공간에서 로마와 베니스로 옮겨간 영화는 코믹한 자동차 추격신, 심야 전투 시퀀스를 추가하고, 오토바이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신에선 노르웨이의 헬셋코펜을 로케이션으로 다채로운 경로들을 선보인다. 다양한 장소만큼이나 영화 안에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고, 이를 해명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영화가 주축으로 하는 에단 호크는 늘 그렇듯 경쾌하고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과감한 액션으로 흐름을 지속한다. 도주하는 카레이싱 장면에서 에단과 그레이스가 탑승하는 미니자동차는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한 요소고, 파우스트가 사망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 혼재된 정서를 나타내는데 동원되기도 한다. 또한 헌트와 과거를 공유하는 옛 연인과 파우스트를 살해한 빌런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과의 관계는 영화적 갈등을 나타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브리엘은 인공지능인 엔티티를 대신하여 인간의 얼굴을 하고 뛰어난 분석력으로 세계를 조작하는 능력을 갖춘 위협적인 존재다. 그와 벌이는 최후의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이 되풀이하는 공식이면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기차 위에서 벌이는 액션과 폭발한 다리 밑에 추락하는 기차를 그레이스와 함께 한 칸, 한 칸 등반하는 모습은 영화적 쾌감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고 믿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에는 '죽음'(Dead)이 내포하고 있다. 또 에피소드를 파트 1과 2로 볼륨을 확장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맥쿼리는 이 영화가 최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까지 톰 크루즈가 완벽한 슈퍼히어로로 등장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지울 수가 없다. '미국 영웅주의의 페르소나인 그가 언제까지 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의 한 평론가는 "이제는 슈퍼히어로가 착용하는 슈트가 그 옷을 입는 사람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분명 많은 관객들은 톰 크루즈 이후에도 '몸'의 부활을 기다릴 것이다. 진정 '몸'을 대체할 수 있는 슈트는 없기 때문이다. 에단 호크의 뜀박질이 바톤터치 될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저 티켓가격을 했다는 관객들의 평가와 <탑건: 매버릭>보다 부족했다는 톰 크루즈와 제작자 사이에게 '자극'의 충족성이란 딜레마를 가져온다. 그렇기에 그 자극은 끝나지 않고 늘 도래하는 건 아닐까.

[글 이현동 영화평론가, Horizonte@ccoart.com]

 

ⓒ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Christopher McQuarrie

 

출연
톰 크루즈
Tom Cruise
헤일리 앳웰Hayley Atwell
빙 레임스Ving Rhames
사이먼 페그Simon Pegg
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
바네사 커비Vanessa Kirby
에사이 모레일스Esai Morales
폼 클레멘티프Pom Klementieff

 

배급|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연도 2023
상영시간 16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07.12

이현동
이현동
 영화는 무엇인가가 아닌 무엇이 아닌가를 질문하는 사람. 그 가운데서 영화의 종말의 조건을 찾는다. 이미지의 반역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영화 안에서 매몰된 담론의 유적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한다. 매일 스크린 앞에 앉아 희망과 절망 사이를 배회하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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