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아테나' 혼돈을 비집고 들어간 카메라
[NETFLIX] '아테나' 혼돈을 비집고 들어간 카메라
  • 배명현
  • 승인 2022.10.0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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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폭력은 발화하며 시작하고 그 끝은 재만 남는다"

모든 개인의 생은 전체로서 일반적으로 본다면,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들만 강조한다면, 진정 비극이다. 그러나 세부를 살펴보면, 희극의 특징을 보인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13세 소년 이디르가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다. 이디르의 형 압델은 철저한 사망 조사를 약속받은 뒤 침묵시위를 진행할 것을 언론에 공표한다. 하지만 이 선언이 있는 장소에서 압델의 동생 카림은 화염병을 던지며 전면전을 선포한다. 이때부터 도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든다. 경찰서를 털어 무기를 약탈하고 아테나 지구에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대치 준비한다. 그리고 이곳에 카림의 큰형이자 마약상인 무흐타르가 의도치 않게 갇히게 된다.

이렇듯 영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아테나>는 현실에 기반한 서사이다. 프랑스의 알제리인을 다루고 있다는 점, 이민자의 폭력과 부패한 경찰을 다루고 있음에 그렇다. 영화 안에서 종종 보이는 삼색의 프랑스 국기는 '혁명'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다만, 필자는 프랑스의 정세나 정치에 어두운 사람으로서, 이 글에서 지엽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영화의 서사를 통해 작품이 경유하는 지점과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은유를 연결 지어, 작품 아래 깔린 무의식과 작품이 기반한 성향을 유추하고자 한다.

 

ⓒ 넷플릭스

먼저, <아테나>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부터 이야기해보자. 이 작품은 필연적으로 <버드맨>(2015,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이나 <1917>(2020, 샘 멘데스)을 떠올리게 한다. 영상의 호흡이 길다는 점과 동시에 피사체와 카메라가 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때문에 '타르코프스키'의 그것은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왜 감독은 이런 호흡의 스타일을 선택하였는가.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점이지만, 이 영화는 폭력 안에 '내'(관객)가 함께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 감각은 (가상의) 사건 안에서 세 명의 인물을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객관적 시각이라는 느낌을 전달한다.

여기서 방점은 '느낌을 전달한다'에 찍힌다. 왜냐하면 이것은 말 그대로 느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테나>의 서사를 다시 한번 복기해보자. 왜 아테나 지구에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났는가. 영화는 이디르의 죽음 때문이라 말하지만, 관객인 우리는 그 이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부패한 경찰 때문이라고 은근하게 전달하지만 이를 정말 믿을 수 있는가) 이것은 서사에 대한 믿음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논리에 대한 문제이다. 영화가 다루는 세계는 '세계 그 자체'가 아닌, 잘린 하나의 '단면'이다. 영화는 아니, 문학은 아니, 세계가 아닌 그 모든 것은 세계의 총체를 구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테나>를 투명한 유령의 시선으로 인물을 따라가며 관람하는 것은 객관이란 착각, 그 자체라고 말해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도 이 착각을 조소하려는 듯 화면 안에서 폭죽을 쏘아대며, 이 사건과 화면을 '아름'답게 밝혀 관람하는 이에게 폭력과 심미 사이에서 괴리감을 건넨다. 영화가 선사하는 이 거리감은 (사건의 단위에서) 천천히 그리고 동시에 (서사의 전달에서) 급박하게 우리에게 다가와 눈앞에서 일어나는 이 사건을 이전의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람하길 요청한다. 감정의 영역이 아닌 사건 그 자체의 영역으로 말이다.

즉, <아테나>는 '사건 그 자체, 있는 그대로의 사건, 현재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광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어떤 방식으로 그 형태를 바꾸고 있는가'에 대해 바라보길 원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을 권유한다는 점에서 암울하지만, 동시에 그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하다. 또한 그렇기에 권유해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사건을 따라가는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세계의 엉켜버린 인과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는 지난한 여정. 단 고르디우스의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신화의 결말과 영화의 결말이 각각의 서사에서 비극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 공통점을 가진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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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영화의 결말이 사건의 시작이 있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주목해보자. 어떤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경찰로 위장한 채 이디르를 죽인다. 그리고 그들은 위장한 옷을 불태운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건, 이디르의 형들이 이미 무장 폭력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고, 국가에 불만이 있는 몇몇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암시를 주는 것으로 끝난다. 이때 결말은 두 가지 문제를 포괄한다. 하나는 우리가 마주한 사건의 진실이 모두 거짓으로 시작되었다는 '조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건의 결말 이후를 비추는 것이 아닌, 그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거나 긍정하는 것 또한 비웃는다. 이 두 웃음은 우리의 현재에 대한 상상의 불가능성 그리고 현재의 이전과 이후 모두를 비웃는 염세 그 자체이다.

이는 <브이 포 벤데타>(2006, 제임스 맥티그)와 <칠드런 오브 맨>(2016, 알폰소 쿠아론)을 비교하며 80년대와 현재가 생각하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비교한 마크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리시올, 2018)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서 마크 피셔는 브이 포 벤데타에선 세계의 변화 가능성을 긍정하며 보다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으나, 칠드런 오브 맨에서는 세계가 멸망하는 와중에도 돈을 쓰고 버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본주의 그 이외의 세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로써 자본주의는 그 자체, 그러니까 그 이외의 대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차라리 세계의 멸망을 상상하는 게 더 쉽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는 인간이 파악하는 세계에 대한 '현재'에 대한 궁극적 지적이며, 우리의 상상의 빈곤인 동시에 무기력을 길어 올려 다시 한번 확인 하게끔 한다.

그리고 여기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자 전쟁의 여신의 이름을 빌려 <칠드런 오브 맨>의 새로운 버전을 제시한다. 세계가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 '마약-돈'은 여전히 막강한 힘으로 생을 넘나들게 하는 힘으로 작동하며 '시스템-권력'은 여전히 공고하고, '체제-국가와 법제 시스템'은 여전히 바뀔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조소하는 영화이다. 세계에 대한 모든 비관과 염세를 담지만, 그 폭력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길 권유한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폭죽이 그러하고 엔딩 씬 전 폭발이 그러하고 엔딩 씬에서의 불과 화염병이 그러하다. 이 영화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불태우며 '재'를 만들어낸다. 모든 폭력은 발화하며 시작하고 그 끝은 재만 남는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종결을 의미하지만 않는다. 그럴 것이었다면 세계의 근원적 부조리인 인식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조차 시작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영화는 그 재에서 다시 다시 새로운 것이 탄생하길 기다린다. 모든 것이 붕괴된 이후 다시 완전히 새로운 것이 태어나길.(다만 그 과정을 조소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불쾌긴 하지만...) 과연 우리는 다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해낼 수 있을까.

[글 배명현, rhfemdnjf@ccoart.com]

 

ⓒ 넷플릭스

아테나
Athena
감독
로맹 가브라스
Romain Gavras

 

출연
달리 벤살라
Dali Benssalah
사미 슬리만Sami Slimane
앙토니 바종Anthony Bajon
우아시니 엠바렉Ouassini Embarek
알렉시 마넨티Alexis Manenti

 

제작 이코노클라스트
제공 넷플릭스
제작연도 2022
상영시간 97분
등급 18세 관람가
공개 2022.09.23

배명현
배명현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인생의 어느 순간 아! 하고 만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런 영화들을 만나려 자주 영화를 봤고 여전히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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