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도, 학교도, 군대도 하나의 사회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는 어째서인지 누군가가 독립을, 졸업을, 전역을 하는 상황을 두고 '사회에 나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미 사회에 속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사회에 나간다'는 표현을 쓰고, 이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가 향해 가는 그곳이 이전에 속해 있었던 곳보다 더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보다 '사회적'인 곳이기 때문은 아닐까. 개인이 모인 집단은 곧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버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만을 '사회초년생'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핸즈헬드와 클로즈업,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새벽의 색감과 자연물에 대한 인서트 등 특유의 미쟝센을 4:3 화면비에 채운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는 한 사회초년생의 이야기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주인공 스타(사샤 레인)는 불우한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의 별에서 태어났다는 낭만적인 이유로 딸에게 '스타'라는 이름을 지어준 친모는 마약으로 인해 죽었고, 친부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아버지에게는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스타가 살고 있는 집에는 배다른 어린 동생도 둘 있는데, 스타는 이들을 돌보는 일을 떠맡고 있기도 하다.

스타는 동생들과 함께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길거리의 쓰레기통을 수색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히치하이크를 시도하던 중 인생을 바꾸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이크(샤이아 라보프)와 그의 동료들이 탄 밴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이들이 차 안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과, 제이크라는 인물의 매력에 이끌린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잡지 판매를 하는 조직의 에이스 영업사원인 제이크는 스타의 마음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그들과 함께 일할 것을 권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스타는 사회에 나간다. 그녀가 돈을 벌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스타가 가정을 벗어나 진출한 사회는 자본주의를 논리로 작동하는 곳으로, 이곳의 구성원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본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금광과 유전은 이미 개발이 완료되었고 스타는 물려받을 자산이 없다. 스타가 소속된 잡지 판매 조직 '071'의 또래들도 같은 사정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자본을 확보한 이들에게서 그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개척'이며 고용주 크리스탈(라일리 키오)의 인솔과 통제하에 도시들을 떠돌며 잡지를 판매하는 이유이다.

스타와 동료들은 갑작스럽게 강렬한 사랑에 빠지고, SF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열광하고, 스케이트보드를 온종일 타는 것을 꿈꾸고, 동물을 좋아하고, 최신 유행의 음악을 틀고 함께 부르는 등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다운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이들은 엄연한 사회초년생이다. 이들은 서로의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다른 영업사원보다 더 많은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멤버 두 명은 '루저의 밤'의 주인공이 되어 서로 싸워야 하며, 좋지 않은 실적을 유지할 경우 고용주로부터 해고당할 수 있다.

스타는 제이크에게 잡지를 판매하는 방법을 배운다. 제이크는 스타에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가르친다. 스타는 판매를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이크가 좋고 판매에 성공하는 경험들을 쌓아간다. 이미 사회의 방식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제이크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스타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를 걱정하며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제이크와 스타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정확히는 제이크라는 인물의 행동이 그렇다. 고용주 크리스탈과 특별히 가까운 제이크는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어 보이며 자신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떳떳하나, 스타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다. 그는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질러도 수사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

제이크는 스타의 희망이다. 무언가를 판매하여 돈을 버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누군가가 버린 것들을 주워 생활하던 스타는 그를 발견하고 사회에 진출할 결심을 한다. 그녀는 그를 따라가면 이제껏 살아오던 절망적인 현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와 함께 도시로 떠난다. 희망을 쫓아 자본주의 사회로 뛰어든 그녀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고용된 상태가 되어 판매를 시작한다. 무언가를 판다는 것은 쉽지 않고 고용주 크리스탈과의 갈등 등 역경을 만나기도 하지만, 제이크와 함께 있기에 스타는 즐겁다.

그러나 제이크로 형상화된 희망은 스타가 그것을 쫓기로 했을 때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오직 나에게만 특별한 기회인 줄로만 알았던 그것의 실체는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존재했던 평범한 것이었다. 스타에게 한 것처럼 제이크는 다른 영업사원들이 신입일 때 그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었고, 크리스탈은 그에게 여성 신입 사원들을 데려올 때마다 보수를 주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스타는 제이크가 존재할 때에만 판매를 한다. 제이크가 사라졌을 때 방문한 도시에서 스타는 다른 이들을 돕는 '이윤추구'와는 관계없는 행위를 한다. 제이크를 돕기 위해 성매매를 한 스타. 이를 알게 된 제이크는 화가 나 그녀에게 폭력을 가한 후 사라진다. 영화의 끝에 이르러 다시 스타에게 돌아온 그는 그녀에게 선물을 내민다. 그녀 또한 그를 밀어내지 않는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선민혁

sunpool2@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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