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루벤'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
'미션 임파서블 : 루벤'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
  • 이현동
  • 승인 2021.07.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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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선언에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언급하며,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 년간 지구상에서 영화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란 열차는 시종일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왔고, 세상이란 철로와 마찰하며 우리에게 도달해 왔다. <미션 임파서블 : 루벤>(2018)의 수미상관 구조로 등장하는 열차의 이미지는 이를 연상시킨다. 그 열차 사이의 공간에는 '꿈'이 존재한다. 무의식이 발현되는 처소인 '꿈'은 의식의 모방으로 '사실'이 아닌 '사실적'으로 추방된 영화라는 존재가 있다.

르네 마그리트가 <이미지의 반역>(1928)이라는 작품에서 파이프 그림을 그려놓고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상징성은 영화가 지나온 길, 아니 정확히는 예술이 모방(시뮬라시옹)의 연장으로써 원본으로 직조된 시뮬라르크(모방의 궁극적인 구현 방식)가 어떻게 현상되는지를 점진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현재까지 영화라는 매체가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출한다. 그렇다면 과연 모방은 예술의 의미를 해방 시킬 수 있을까. <미션 임파서블 : 루벤>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명화'들과 '영화'들을 통해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13장의 명화와 다수의 영화, 그 오마주들―<대부>(1972), <람보>(1982), <언터처블>(1989), <펄프 픽션>(1994) 등―은 예술의 의미를 개방하는 소품들로 영화의 리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큐비즘'(입체주의)으로 표상된 인간들의 몽타주를 표현하는 방식과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 안에 깊게 침전되어 있는 예술이란 주제를 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는 장르의 그릇에 담아 다채롭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주인공인 예술 치료사인 '루벤'은 '기면증'이라는 책을 읽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그가 꿈을 꿀 때마다 열세 편의 명화들이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히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잠재의식 속에는 예술가로 양육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세뇌로 인한 상처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루벤은 고통받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그를 도와줄 조력자는 그에게 미술치료를 받는 3명의 남자와 스턴트 대역으로 일하고 있는 뛰어난 신체능력을 갖고 있는 '미미'라는 여자다. 이를 저지하려는 형사 '마이크'와 범죄 조직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루벤 일행은 고군분투 끝에 13편의 명화를 빼앗는다.

 

"'상징'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 폴 리쾨르

영화는 '인간'을 입체적으로 그리지만, '사물'은 선형적이며 질서 있게 표현한다. 두 가지의 양면성은 이 영화가 세상을 보는 태도이자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탐구로써 발현된다. 또한, 유일하게 입체주의가 형상화된 사물은 '그림'이다. 이것은 상징이다. 현대에 이르기 전까지 미술은 원근법, 혹은 정밀한 묘사에 따라 예술적 가치를 부여해 왔지만, 현대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회화의 한계를 벗어난 '해석'으로써의 가치가 예술에 요청되었다. 영화는 이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처럼 펼쳐진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 무엇을 간구해야 하는가. 결국 '보편성'(사물) 속에 '큐비즘'의 옷을 입고 있는 '그림'들은 억압되어 있는 잠재의식 속에 해방을 위한 몸부림으로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해방에 대한 이야기는 대표적으로 '여성'과 '숫자' 속에 은폐되어 있다.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에서 여자는 독립적이면서 강인한 인간으로 등장한다. 루벤의 이복동생인 '마이크'가 조언을 구하는 대상도 여자이며, 그를 아버지의 손에서 구출하는 사람도 여자인 어머니다. 영화 곳곳마다 등장하는 '하이 레그'를 입고 있는 남성이나 명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루벤'을 괴롭히는 장면들은 남성과 여성의 형적인 관념의 경계가 붕괴되는 순간이자 고전적인 문법의 파괴로 여겨진다. 또한 13장의 명화에서 13이란 숫자는 최후의 만찬에 함께 했던 13명 중에 마지막 참석자인 유다를 칭하여 불길한 숫자로 통칭 된다. 이는 기존에 도식화된 관습이 이제는 유희로 읽히고, 마이크가 범인들의 흔적을 찾다가 발견한 명화가 새겨진 필름들은 일반적으로 영화가 구성하는 24프레임이 아닌 25프레임으로 설정되어 있다. 틀에서 벗어났을 때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냄으로 영화의 메시지는 '케이퍼 무비'라는 장치를 뛰어넘어 예술로써 관객들에게 도달한다.

후반부에 루벤은 자신이 절도한 13편의 그림을 응시하다가 히치콕으로 추정되는 형상이 컵 안에 담겨 있는 것을 본다. 공간의 진동으로 인해 추락하는 영화(히치콕)와 미술(명화)을 축으로 갈등하는 루벤이 곧 기차에서 깨어나 자신이 보고 있던 책을 문뜩 본다. '기면증'이 아닌 '예술 즐기기'라는 책이 그에게 떨어져 있었다. 억압의 구조로 축적된 무의식의 예술이 그제야 그의 의식 속에서 진정한 예술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루벤에게 조언했던 미미의 말은 삶에서 예술은 결코 거세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이 영화는 묻는다. 그러나 과연 이 영화는 '모방'이란 주제에서 '창조'를 이루었는가를 묻는다면 섣불리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큐비즘'이라는 독창적인 그림체는 영화적 반향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케이퍼 무비'로써의 장르적인 재미가 뛰어난 지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먼저, 명화 혹은 영화에 대한 선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영화는 불친절하게 느껴지며, 곳곳마다 비범한 상징들이 은폐되어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감상을 피곤하고 고루하게 만든다. 예술에 관한 감독의 번뜩이는 고찰은 아쉽게도 감상적인 이미지들로만 소비된다. 예술영화로써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관객들하고 이를 공명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밀로라드 크르스티치 감독의 전작인 <My baby left me>(1995)가 이미지의 팽창과 수축, 확장과 축소와 같은 무의식의 기표가 내포되어 있는 이미지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형국이라면 <미션 임파서블 : 루벤>은 분명히 정돈된 서사와 번뜩이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 타협점을 찾으려 한 것처럼 보여 조금은 아쉽다. 둘 중 한 가지를 밀고 나가면 어땠을까. '예술은 역시 어려운 작업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벅차오르는 작품을 만나 '좋은 예술가'가 '위대한 예술가'가 되는 길이라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글 이현동, Horizonte@ccoart.com]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 ㈜예지림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 루벤 
Ruben Brandt, Collector
감독
밀로라드 크르스티치
Milorad Krstic

 

출연(목소리)
가브리엘라 하모리
Gabriella Hamori
이반 카마라스Ivan Kamaras
처버 마르톤Csaba Marton
마트 데베레Matt Devere

 

수입 ㈜예지림엔터테인먼트
배급 ㈜더쿱
제작연도 2018
상영시간 9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1.07.08

 

이현동
이현동
 영화는 무엇인가가 아닌 무엇이 아닌가를 질문하는 사람. 그 가운데서 영화의 종말의 조건을 찾는다. 이미지의 반역 가능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영화 안에서 매몰된 담론의 유적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한다. 매일 스크린 앞에 앉아 희망과 절망 사이를 배회하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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