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담백한 위로
<미스 리틀 선샤인> 담백한 위로
  • 선민혁
  • 승인 2020.11.18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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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이지만, 과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있는 것은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2019)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하고 사소한 일상들이 나에게 너무나 강렬하여, 마치 내 기억 한편의 어느 순간들을 영화에게 들킨 것만 같았다. 그 당황스러운 기분이 좋았다. <남매의 여름밤>은 오프닝 장면부터 인상적이었다. 아버지와 남매가 다마스에 이삿짐을 싯고 이동하는 장면이다. 운전하는 아버지와 조수석의 딸, 뒷좌석에 앉아 아버지와 누나 사이로 고개를 내민 막내의 모습을 카메라는 정면에서 담는다. 나는 이 오프닝 장면에서 영화에 매료될 것을 직감함과 동시에 이전에 보았던 어떤 영화가 떠올랐다. 상용화된 OTT(Over The Top) 서비스 덕분에, 떠오른 김에 그것을 볼 수 있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의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자동차 때문이다. <남매의 여름밤>에서 3인 가족을 싣고 달리는 다마스 이전에, <미스 리틀 선샤인>에는 6인 가족을 싣고 달리는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가 있었다. 리차드 후버(그렉 키니어)와 쉐릴(토니 콜렛)부부, 이들의 자녀인 드웨인(폴 다노)과 올리브(아비게일 브레스린), 남매의 할아버지(앨런 아킨), 그리고 쉐릴의 남동생 프랭크(스티브 카렐)이다. 이들을 실은 마이크로버스는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올리브의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어린이 미인 대회 참가를 위해서다. 미스 아메리카를 동경하고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할아버지와 함께 그것을 준비하는 데에 열정적이던 올리브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가족 모두가 1박 2일 동안 차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향하게 되었다. 6인의 가족이 함께하는 이 여정에서 캐릭터들이 드러나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특이한 면을 가지고 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자신이 만든 9단계 성공 이론에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이를 책으로 출판하여 팔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지만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가장 리차드, 셰릴은 이런 남편을 경멸하며 가족 몰래 담배를 피운다. 실연 후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여 누나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된 프루스트 학계의 권위자 프랭크와 한 방을 쓰는 드웨인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에 감명을 받아 조종사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말을 하지 않기로 하고, 노트에 글씨를 적어 의사소통 한다. 미인 대회에 유난히 집착하는 올리브의 대회 준비를 도와주는 할아버지는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상태이며, 가족들 몰래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족은 아니다. 또한 이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런데 거의 고물이 되어가고 있는 마이크로버스와 함께 하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남매의 여름밤>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가족에게 이입할 수 있게 된다. <남매의 여름밤>이 절묘하도록 사실적인 재현으로 우리가 가진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준다면, <미스 리틀 선샤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결핍들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갈등하면서도 조화를 이뤄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우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게 된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스 리틀 선샤인>이 주는 웃음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남매의 여름밤>과 마찬가지로 담백하기 때문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극단적이지만, 과하지 않다. 이들은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으며 영화는 어떤 것도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관객들에게 충분한 위로를 준다. <남매의 여름밤>에 따뜻함을 느꼈었다면, 지금 왓챠에 접속해 후버 가족의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에 올라타 이들의 여정에도 함께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감독

조나단 데이턴 Jonathan Dayton

발레리 페리스 Valerie Faris

 

출연

스티브 카렐 Steve Carell

토니 콜렛 Toni Collette

그렉 키니어 Greg Kinnear

폴 다노 Paul Dano

아비게일 브레스린 Abigail Breslin

알란 아킨 Alan Arkin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작연도 2006

상영시간 102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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