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앞에 놓인 것들을 위한 고백
[Interview] 앞에 놓인 것들을 위한 고백
  • 김민세
  • 승인 2023.08.02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작 <당신으로부터> 신동민 감독

신동민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항상 무언가를 찾으러 떠난다. 대학생활, 오디션 준비, 영화 작업 등 지금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어디론가 향한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동민의 모습, 즉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2020)의 첫 쇼트는 그의 영화가 결국은 여정 내지 모험의 틀 안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 모험의 과정에서 신동민은 우리가 잊고 있던 어떤 것을 기어이 떠올리게 만든다.

신동민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면 실제로 그가 겪었던 자전적인 경험이나 부모와의 관계, 그의 가족이 거쳐야만 했던 다사다난한 시간을 함께 꺼내어 놓고 싶은 욕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 밝히듯이 그의 영화에서 결국 매우 사적인 기억들을 떼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신으로부터>를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상실과 죽음, 생명과 희망의 이미지가 결국은 우리 모두의 피부에 닿는 보편의 경험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다. 신동민이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이런 순간에 닿기 위한 끊임없는 모험이 아닐까.

1년 만에 다시 만난 신동민 감독은 여전히 영화를 둘러싼 자신의 태도에 대해 말하길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영화와 자신과 자신이 보고 있는 대상, 심지어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어떠한 형상 자체도 단정 짓지 않는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그리고 단지 자신 앞에 놓인 것을 필요한 만큼 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하나의 관객이자 비평가로서 창작자의 끈질긴 고민을 따라가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신동민의 새 영화가 반갑고 다음 작업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가 가고 있는 길이 모험의 가장 순수한 형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민 감독 

김민세

신작 <당신으로부터>가 올해 전주에서 공개됐다.  첫 장편인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2020)가 앞서 전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만큼 두 번째 영화로서 부담과 고민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더욱이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감회가 어떠한가.

신동민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상을 왜 주셨을까.' (웃음) 심사위원마다 영화에서 보는 지점이 다를 것이고, 그들이 읽어내고 있는 어떠한 트렌드와 코드가 있지 않겠나. 영화 언어로서의 코드를 읽어내는 데 있어서 영화와 어떤 생활 문화 현상들을 묶어서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내 말을 어떻게 코드화시킬까'하는 고민들이 있었다. 이번 영화는 전작보다 쉬웠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런 코드들이 잘 보이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너무 사적인 지점을 그렸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전달이 될까'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으신 이유가 뭘지.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때부터 그랬지만, 이번에 들어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심사위원 측은 내 영화에서 어떠한 지점을 강점으로 본 것이지 않나. 물론 그게 내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떤 지침이 되지는 않겠지만 궁금해지더라. '내 영화가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김민세

아직 영화를 만나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당신으로부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신동민

세 개의 챕터에 각각의 주인공이 반복해서 나오고 그들을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화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찍으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들이 조금 닮아있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당신으로부터>(2023) ⓒ 전주국제영화제

김민세

지난번 대화(「[Interview] 수집가로서 영화를 만든다에서」) 이번 작품에 대해 "아버지에 대한 영화라고 한다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말로 설명했다. 처음에는 감이 잘 안 왔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어머니이지만 어머니가 아니다" 이런 얘기를 자주 하지 않았나. 한 마디로 배우라는 존재와 연기라는 방법론에 대한 생각이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에서도 친어머니인 김혜정 배우와 함께 하며 어머니의 몸이라는 또 다른 반복을 마주했을 때 어떠한 새로운 순간과 생각의 변화를 겪었는가.

신동민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를 찍고 나서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면, <당신으로부터>를 찍으면서는 아예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게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했다. 본인이 연기를 해도 본인이 아니고 남이 연기를 해도 본인이 될 수 없다. 어떤 싱크로율이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절대 본인이 본인을 연기한다 하더라도 자신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

결국 이게 연기한다는 것 또는 연기 그 자체의 고민일 수도 있는데 존재를 그냥 그 자체로 보려고 했다. 이 사람이 뭔가 그리고 있는 혹은 연기하는 모습이 있는데 그 자체를 하나의 연기로서, 마치 배우들이 그냥 연기하면 이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하고 받아들이지 않나. 그런 것처럼 어머니가 뭔가를 했을 때 스스로 뭔가를 표현한 거고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물론 어머니가 자기 자신에 가까워지려고 스스로를 그리려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배우 본인의 문제다.

김민세

싱크로율을 높이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닌가.

신동민

그렇다. 그게 중요하진 않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 아예 관심이 없는 수준이었다.

영화 속 각각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어떤 형상이 누구의 모습인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이 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인물의 디테일한 지점들이 마치 뭉개져서 붕 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유령처럼 흩어져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을 구현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건 없었고, 각자의 모습이 누구의 모습이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1부, 2부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김민세

그래서 <당신으로부터>를 보면서 또 새롭게 느꼈던 것은 전작처럼 사적인 부분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배우의 몸과 얼굴의 풍경들이 공동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신동민

공동체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김민세

보편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나의 공동체가 갖고 있는 무의식이나 기억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그런 지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신동민

영화 속의 인물들을 어떤 초월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 군상이라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인물들이 서로 다르고 비슷한 지점들이 있지만 그것이 아들의 모습이든 딸의 모습이든 그걸 떠나서 어머니와 딸, 아들 같은 존재가 모두 포개어지는 지점을 고민했다.

김민세

3부에서는 스스로 카메라 앞에 나와 직접 연기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본인 스스로를 연기한 것일 수도 있고, 그 영화 안의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은 어땠는가. 예전에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웃음)

신동민

처음에는 배우를 섭외하려고 했었다. 근데 배우를 찾기도 힘들고 처음부터 제작 지원을 받은게 아니다 보니 금전적인 문제도 있어서 고민이 되더라. 친척 동생한테 맡겨볼까도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은 내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근데 내 몸이 어떤 육체로서 등장하는 것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건가, 중요하지 않은 건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게 실화이기 때문에 혹은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나. 그게 해석 또는 비평적인 요소로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데 그게 흥미를 돋우는가는 아직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 육체가 필요했던 이유는 내가 실존 인물이고 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은 아니다. 어머니와 내가 닮아 있는 모습을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 발견하기를 바랐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1부의 민주가 옷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창작의 과정들을 겪고 배우가 어떠한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렇게 무언가 만들어 나가는 것들은 결국 내가 모르는 어떤 것들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것에 대한 지표가 되는 장면이 1부의 민주가 계단에 앉아서 별을 보는 장면이다. 근데 그 별 보는 장면에서 밤하늘을 비추는 인서트로 넘어갔을 때 별은 안 보이지 않나.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앞에 있는 것들을 찾길 바랐다. 이 장면이 말하듯 실제 인물과 실제 관계의 논리를 떠나서 내 육체에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어머니와 나의 닮음이다.

 

영화 <당신으로부터>(2023) ⓒ 전주국제영화제

김민세

1부의 민주와 2부의 승주는 각 이야기에서 딸의 역할을 맡는다. 민주 역의 강민주, 승주 역의 이금주 배우와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는가. 전작에서 아들 역을 맡았던 신정웅 배우와 더불어 자신의 캐릭터성을 지닌 인물을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할 때 어떠한 기준이 있는가.

신동민

일단은 그분들과 친하다. 아직 공개된 영화는 아닌데 내가 조연출로 참여한 영화에서 두 분이 주인공이었고 그때를 계기로 알게 되었다. 또 둘이 서로 동갑이고 그 작품 안에서도 서로에 대해 탐구하고 이해하는 관계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어떤 친분이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보기에 그 둘이 비슷한 연령대에 서로 닮아 있는 지점들을 느낄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

김민세

이번 영화에서 그 둘이 직접 같은 챕터에서 함께 연기하며 호흡을 맞추진 않지만, 서로 교감하는 관계가 1부와 2부의 연결성을 위해 필요했던 것인가.

신동민

그렇다. 그러한 유사성이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같은 맥락으로 3부의 주인공도 강민주와 이금주처럼 젊은 20대 중반 정도의 배우를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나도 이제 서른인데 약간은 차이가 있지 않나. 어떠한 통일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3부의 배우를 찾았었다. 근데 결국에는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 1부와 2부의 통일성은 중요해도 3부는 조금 더 떨어져 있어도 되겠다,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김민세

1부와 2부의 주인공으로서 민주와 승주의 캐릭터가 3부를 포함한 영화 전체에서는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

신동민

영화를 찍기 전에 호랑이 두 마리가 집에 들어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래서 해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나는 1부와 2부가 결국에는 혜정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세

3부의 첫 쇼트가 잠자는 혜정 아니었나.

신동민

그렇다. 사실 자고 있는 그 장면을 10분 정도로 길게 보여주려고 했다. 나중에 잘 타협을 해서 지금의 쇼트가 되었다. 암튼 호랑이 꿈에 대한 이야기가 2부에서 등장하지 않나. 강민주와 이금주 배우가 실제로 호랑이 띠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이 두 사람이 딸의 역할이라면 1부와 2부는 어머니가 꾸는 복꿈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그 부분을 드러낼지 말지는 고민이 많았는데 너무 편리하고 쉬운 방법인 것 같아서 드러내지 않는 것을 택했다.

김민세

내게는 3부의 첫 쇼트가 보여주는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전 작품부터 계속해서 자고 있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봐왔다 보니까 그렇게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단정 지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챕터 간의 위계를 일찍이 설정하고 이 작품을 보는 것이 과연 좋은 접근 방법인가, 다시 말해 3부가 영화 안에서의 현실 내지 리얼이라고 한다면, 1부와 2부가 그 안의 꿈 또는 영화 이런 느낌인 건데 그렇게 단정을 지어 버릴 필요가 있을까 의심이 들더라.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영화에서 진짜와 가짜의 위계는 의미가 없는 말인 것 같다. 배우 또한 그렇다. 감독님의 영화에서 배우의 존재는 다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배우의 몸은 하나가 아닌 여러 존재가 소환되는 장소이기도 하며, 실재하는 형상으로 프레임 안에 있다가도 더 이상 여기에 없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배우의 몸이 여기 안에 있는데도 그 안에 내화면과 외화면이 존재하는 것 같달까. 배우라는 존재에 계속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어떠한 사유의 변화들이 있었나.

신동민

나도 고민이 많다. 내가 이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그냥 그들의 몸이 필요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에겐 누구든 상관없는 것인가. 근데 따지고 보면 그건 절대 아닌 것 같다. 캐스팅의 과정이 나에게도 매우 큰데 어떤 직관적인 이유라도 이 사람이랑 하고 싶다, 이 사람은 된다 안 된다라는 그런 판단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냥 친하니까 배우분께 부탁을 드리고 함께 하는 것도 있지만 그들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도 존재한다.

김민세

영화 안에 존재가 여러 가지가 혼재된 모호한 존재처럼 보이는 이유가 그러한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 있다는 말인가.

신동민

그렇다. 어차피 감독으로서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게 엄청 디테일하지 않다. 어떤 대화들을 요청하고 캐릭터성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그들의 존재 자체를 드려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게 나 스스로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공감이나 관심 정도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같은 영화를 보면 마음의 형태를 쇼트로 찍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거의 공통이기 때문에 내가 거쳐 가야 되는 일인가 싶지만, 그러지 않고도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단정 지으려 하지 않는다.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영화 <당신으로부터>(2023) ⓒ 전주국제영화제

김민세

전작과 마찬가지로 3부의 구성을 취했다. 계속해서 구조로 이루어진 영화를 찍는 이유가 있는가. 각 이야기를 구상하고 촬영한 순서는 어떠한가.

신동민

내가 원래 하지 말라면 하는 성격이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이해를 못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왜 배우가 바뀌고 3부 구성을 취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러면 한 번 더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해본 거다. (웃음) 근데 답습이나 재탕하는 느낌이 들면 당연히 안 된다. 누가 그걸 원하겠나. 그런 고민들은 당연히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부 이야기를 구상했고 순서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각 챕터 안의 씬들도 거의 순서대로 찍었다.

김민세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의 3부 구조, 또는 <당신에 대하여>도 2부나 3부 구조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창작의 전제나 다름없는 것인가.

신동민

내 작품을 할 때 구조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없다. 그냥 하나의 글처럼 이어서 쓴다.

꼭 구조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구조가 뭘까 하는 고민은 있다. 이게 어떠한 간극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나는 이 간극을 왜 만들어낼까. 어떻게 보면 컷과 컷 사이에 블랙이 있는 거나 다름없는 건데 인위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세상을 이렇게 벽을 세워두고 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 벽이 통과되어 서로 오고 가는 지점에 관심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내가 지원을 받아 영화를 찍지 않았다 보니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없다. 배우나 제작 환경과 더불어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다.

김민세

한국 독립영화 안에서 구조를 통한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작은 경향 같은 게 보인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들은 어떤 생각에서 출발을 하는가, 또는 이러한 경향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이런 영화들이 계속 나온다는 게 긍정적인 건지 부정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동민

구조라는 게 결국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로이 앤더슨의 <끝없음에 관하여>(2019)도 어떻게 보면 30개, 50개에 달하는 이야기 구조가 아닌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한 개로 된 이야기도 결국에는 구조를 갖고 있고 그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인데 몇 개의 챕터를 취하나의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김민세

감독님의 영화에서 이미지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빛처럼 희미한 잔상으로 스크린에 닿는다. 사라졌던 것이 서서히 되살아나거나, 불씨가 힘을 잃고 꺼지는 것처럼 기어이 무너져 내린다.

신동민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에서는 어머니가 몸이 안 좋고 암에 걸렸던 기억들을 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당신으로부터>에도 그런 지점이 있는가.

김민세

<당신에 대하여>에서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의 긴 디졸브와 어머니의 몸이 사라지는 디졸브가 있다. <당신으로부터>에서는 다시 그것들을 되살리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는 실제 형상으로 등장하는 유령의 존재라든가.

신동민

결국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생명, 죽음, 병, 이런 것들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었고 지금은 내 앞에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는 의미에 가깝다. 카메라를 픽스해놓고 앞에 있는 것을 계속 보려 한다. 그에 비해 팬(pan)은 거의 없지 않나. 사실상 자동차 씬 빼고는 없다. <스틸 라이프>에서 지아장커가 팬으로 두리번거리면서 이미 사라진 것들을 또는 사라지려고 하는 것들을 바라본다면, 내가 아직까지 카메라를 움직일 이유를 못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앞에 있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 바라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김민세

그걸 어떻게든 붙잡아 놓으려는 의지가 프레임 안에 드러나는 것인가.

신동민

그렇다. 근데 그게 프레임 안에 국한된 건 아니다. 물론 프레임을 통해 앞에 있는 것들을 보여주지만 프레임 주위의 것들, 밖의 것들 역시 프레임 안에 있는 것과 동등하고 우위를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당신으로부터>(2023) ⓒ 전주국제영화제

김민세

이번 작품은 흑백으로 촬영됐다. <당신에 대하여>(2020)의 후반부 두 컷 정도 흑백을 썼던 적이 있지만,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신동민

나에게는 흑백이 당연했다. <당신에 대하여>에서는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뀌지 않나. 흑백으로 끝냈으니까 흑백으로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흑백에서 컬러로 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고민을 했는데 결국 그렇게 수정하진 않았다.

흑백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나중에 찾게 되었다.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유령의 존재로서 서서히 등장하게 하고 색채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런 보이고 보이지 않는 흐름들을 뒤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흑백이라 하더라도 그것들은 각자 고유의 색들이 있는 거 아닌가. 고유의 색이라고 한다면 카메라를 어떻게 찍느냐 햇빛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지겠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각자의 색들은 존재할 것이다. 흑백영화를 통해서 그들을 보는 사람들 각자가 어떤 색들 혹은 어떤 존재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김민세

이번 영화를 보면서 이전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이미지들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특히 3부가 그러하다. 타고 남아 곳곳이 그을린 집, 차 안의 두 사람을 담고 있는 숏-역숏과 창밖의 풍경을 담고 있는 숏 간의 연결, 화면을 가득 메운 숲의 풍경 등. 이번 영화에서 어떤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가.

신동민

특수한 목적을 갖지는 않았지만 1, 2부와 3부를 보여주는 방식이 다른 것 같기는 하다. 도시와 시골의 차이인가,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의 모습들인가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1, 2부가 도시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서울 어딘가를 비추는데 그친다. 어떻게 보면 1, 2부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계속해서 인물들을 만나는 데 있다. 그래서 익히 아는 도시의 풍경들은 생략되고 그런 만남들의 이미지가 남은 것 같다.

3부를 보면 아까 얘기한 산의 풍경이나 폐허의 풍경들은 어떤 개인의 역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찍을 수밖에 없었다. 폐허가 된 곳은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 같이 살았던 곳이고 아버지의 유골을 뿌렸던 곳도 그 실제 영화 속에 나온 곳이다.

다만 1, 2부에 비해서 내가 그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뒤늦게 다시 돌아봤을 때 3부에서는 걷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도시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시골로 갔을 때 느껴지는 어떤 루틴들은 다를 것이다. 3부가 시작하면 어머니의 자는 모습으로부터 시작해 어딘가로 들어가고 들어가니까 불탄 집이 있고 거기서 또 아들이 등장을 한다. 그다음 걸어가는 장면이 이전에는 없었던 익스트림 롱샷으로 등장한다. 그 이후에도 이런 익스트림 롱샷이 두세 번 정도 더 등장한다. 3부에서는 말 그대로 풍경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그 시간이자 흐름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1, 2부에서 생략한 것들은 도시의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일 것이다. 우리의 사는 모습을 의식하며 찍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1, 2부에서는 생략된 것 자체가 풍경이 됐고, 3부에서는 그들이 만나는 이것과 이것 사이에 지나가는 것 그 자체가 풍경이 된 것 같다.

 

영화 <당신으로부터>(2023) ⓒ 전주국제영화제

김민세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다. 1부의 민주와 2부의 승주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장면이다. 서로 독립적이고 평행선상에 놓인 두 세계가 실제로 겹쳐지는 때는 이 장면뿐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장면이 나오게 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가.

신동민

처음에 얘기 드렸듯이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담고 싶었기에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이게 왜 퀴어 요소를 담았냐고 할 수는 있어도 나는 그런 목적을 갖고 있진 않다. 목적이 없는 상태가 제일 올바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에서 남성과 남성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보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누군가 어떤 고민이 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는 1부 내내 누군가의 고민을 듣는 역할이고 반면 승주는 쉽게 고민을 털어놓는 성격이다. 그렇다면 민주도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그 상대로 연인이 떠올랐다. 사실상 굉장히 상업 영화스럽고 독립 영화 안에서도 뻔한 장면이다. 1부와 2부의 유사성을 이해시키는 편한 방법이랄까. 그게 유니크하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제일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민세

이걸 전체적인 구조가 아니라 시간 순서대로 보는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민주가 하는 말이 승주의 오디션 대사라는 건 2부에서 뒤늦게 나오지 않나. 그리고 승주의 존재 자체도 그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이 있었다.

신동민

이게 굉장히 뻔한 건데 관객의 판단을 유예시켜서 그런 거다. 이 장면이 무엇이고, 이 인물은 누구인지 정확한 설명을 주지 않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뒤늦게 판단을 할 수 있는 어떤 역순의 구조를 만들어서 진부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민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어머니와 동민이 숲을 걸어 올라가는 5분가량의 롱테이크 씬을 얘기할 수 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에 어떤 선택들을 했는지 듣고 싶다. 앞서 어머니가 잠든 장면을 10분가량의 롱테이크로 담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신동민

롱테이크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쇼트마다 필요한 만큼 찍는 것이다. 쇼트를 나눌 필요가 있으면 나누는데, 지금까지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행위 아래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가는 쇼트마다 다르다. 숲 장면 같은 경우에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또 <당신으로부터>를 찍으면서 처음부터 나무 같은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나무가 있으면 가지들이 많이 갈라져 있고 여러 가지의 나뭇잎들이 엄청나게 달려 있지 않나. 그리고 그것들은 굉장히 풍성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직선으로 쭉 가야지 관객들이 더 좋아할 수는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그 넓은 공간을 쪼개서 보여줄 수도 있지만 전체를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서 소리가 들리게 하느냐 안 들리게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럴 수도 있는데 전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 상대방의 통화 소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도 나에겐 중요하다. 근데 멀리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어떤 세계에서 위반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굉장히 이질적인 장면이 됐다.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어떤 규칙들을 바꾸었다고 전에 말하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그 장면에서도 왜 멀리 찍었을까, 그리고 소리는 이렇게 가까운데 화면은 왜 이렇게 멀까, 이 사이의 간극은 뭘까. 관객이 이런 고민들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것들을 내 앞에 다시 소환하는 쇼트였던 것 같다. 아버지 혹은 남편이 이 세상엔 없지만 그 존재를 느끼니까 그곳에 간 것이지 않나. 이미 보이지 않거나 희미한 것들이 사실은 존재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건데 그렇기에 이것도 어떻게 보면 명확한 장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민세

그럼 그 장면의 사운드는 현장에서 후시 녹음을 한 것인가.

신동민

후시 녹음을 한 건 하나도 없다. 실제로 계단을 올라가면서 어머니와 내가 대화하며 녹음했고, 나중에 필요 없는 문장들은 잘라서 약간의 편집을 하긴 했다.

김민세

사실 워낙 멀어서 인물들이 보이지 않다 보니까 싱크 같은 것은 디테일에서 큰 문제가 없지 않나. 그래서 그 장면을 동시로 녹음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신동민

와이어리스로 어머니 하나 나 하나 해서 녹음했다. 후시 녹음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웬만하면 동시 녹음으로 하려 한다.

김민세

세 번의 중요한 장면을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CG로 표현했다. 이러한 이질적인 이미지의 반복이 관객에게 어떠한 리듬으로 다가가길 바랐는가.

신동민

아버지의 유령을 만들고 그 유령이 어머니와 대화를 한다. 이 씬을 만드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목표이자 기획이었다. 내 몸을 그린 스크린으로 촬영하고 아버지의 얼굴을 합성해서 아버지와 저 사이에 있는 얼굴을 만들었다. 이 중간에 놓인 얼굴에서 아버지와 내가 닮았다는 것을 관객이 발견하길 바랐다. 이렇게 3부의 장면을 만들고 나서 1, 2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래픽, 애니메이션, 3D 같은 것들을 알아봤는데 결국엔 애니메이션을 택했다. 나도 어떤 확신으로 선택을 한 것은 아니어서 어려운 장면이었다.

먼저, 떠올랐던 건 실타래다. 실타래가 이리저리 돌고 있는 모습, 그게 이 인물들의 마음이자 영혼의 시초로서 복잡하면서도 낯선 어떤 모습을 구현하려 했다. 사실 이게 점점 사람이 된다는 것도 굉장히 친절한 방법이다. 1부에서는 실타래, 2부에서는 사람의 형태, 3부에서는 사람의 얼굴이 직접 등장하는 식인데 너무 편한 선택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친절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감독으로서 판단했다. 어머니와 내가 느끼고 있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이 느끼는 당신이라는 존재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그런 농도와도 맞닿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당신으로부터>(2023) ⓒ 전주국제영화제

김민세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와 <당신에 대하여>의 엔딩이 주는 정서가 모호하긴 하지만 처연함에 가깝다고 느꼈었다. <당신으로부터>의 엔딩을 보고서는 감독님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결국은 희망의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일반적인 영화들이 희망을 담아내고자 하는 방식과 거리가 멀긴 하다. 이 엔딩에서 어떠한 변화를 읽어내도 될까.

신동민

우선, 어머니가 부잣집 사모님 역할로 연기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 그래서 부잣집 사모님으로는 못하겠고 다른 방식으로라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영화 자체를 인물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1부에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고, 2부에서는 배우가 되었지만 제대로 역할을 따내지 못하고, 3부에서는 이미 영화를 찍고 GV를 하는 모습을 만들어낸 거다.

1부에서도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예쁘게 보이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다고 담배를 피워서 암에 걸리면 보험금을 받지 않겠냐고 하는 그런 마음들이 있는데 그것을 3부에서 이루어주는 것이다. 이것을 이야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될 수 있어도 인물이 이루고 싶어 하는 욕망이나 소망을 다음 챕터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화가 가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적어도 어머니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영화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였다.

김민세

어떤 영화를 보는가. 또는 어떤 영화들을 계속해서 따라가게 되는가. 영화에만 국한하고 싶은 질문은 아니다.

신동민

물론, 좋은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이제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내가 뭘 보고 무엇을 만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영화를 보고 그들이 왜 그런 방법을 택했는가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싶다. 그게 결국에는 내가 어디에 있고 내가 어떤 시선을 갖고 무엇을 택하고 내가 가진 무기는 어떤 것인지 탐구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민세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작가성 안에서 나왔으면서도 영상 언어에 대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인가.

신동민

그렇다.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엔 기술이다. 진정성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술이다. 옛날에는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구별을 했다면 요즘에는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만, 어떤 영화가 성공하고 잘 찍히고 하는 것은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건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넓힐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한다.

김민세

다음 이야기에 대한 고민은 어떠한가. 첫 번째 작품에 이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 온 것이 아닌가. 다음 이야기는 이에 이어질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동민

고민이 많다. 준비된 상황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몇억, 몇십억을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무엇을 찍을 수 있는지 주위를 탐색하고 있고, 그 환경이 주어지면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혹은 나로부터 비롯된 영화든 저 멀리 동떨어져 보이는 영화든 간에 찍을 생각이다. 그래서 우선은 내가 어떤 환경에 들어가야 하는지 혹은 어떤 환경에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

[인터뷰 김민세 영화전문기자, minsemunji@ccoart.com]

김민세
김민세
 고등학생 시절, 장건재, 박정범 등의 한국영화를 보며 영화를 시작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영화부에 재학하며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고, 종종 학생영화에 참여하곤 한다.
 평론은 경기씨네 영화관 공모전 영화평론 부문에 수상하며 시작했다. 현재, 한국 독립영화 작가들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와 관련한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비평가의 자아와 창작자의 자아 사이를 부단하게 진동하며 영화를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누벨바그를 이끌던 작가들의 이름을 하염없이 떠올리곤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