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로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당신과 나를 위한 선물
[Interview] 서로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당신과 나를 위한 선물
  • 홍상현
  • 승인 2022.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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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화난 아들> 이이즈카 카쇼 감독
「화난 아들」은 ‘필리핀 이주노동자 어머니와 현지에서 태어난 혼혈인 아들’이라는 설정이 얼핏 한국영화 「완득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알고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화난 아들」은 '필리핀 이주노동자 어머니와 현지에서 태어난 혼혈인 아들'이라는 설정이 얼핏 한국영화 「완득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알고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이런저런 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GV) 모더레이터를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대되는 영화제가 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필자에게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그렇다.

영화적 취향도 취향이거니와 다루는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다. '장르영화제'라는 정체성 구분이 초청작의 범위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백 편의 영화가 상영되더라도 일단 독립예술영화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억지로 용어를 써 구분하자면) '일반' 영화제의 경계를 뛰어넘는 메리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메인스트림과 인디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이 장ㆍ단편을 막론하고 모여든다. 당연히 세계관도 파격적·진보적이며 관객들도 특별하다. 하루 세 편의 GV를 진행하다 보면 내내 상영관에서 얼굴을 마주친 끝에, 눈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간단한 안부나 질문을 건네 오는 이도 있다. 유난한 공감대와 일체감.

따라서 GV도 얼마든지 자유롭고 다양한 분위기로 진행할 수 있다.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는가 하면 창작자에게 격려와 응원이 건네지는 감동의 장도 펼쳐진다. 올해 BIFAN 초청작 <화난 아들>에서 이이즈카 카쇼 감독과 함께한 GV도 그랬다. 코로나 19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임에도 서울에 오지 못했던 <둘만의 세계>의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듯 더 넓어진 소재의 다른 영화를 가지고 한국을 찾은 그는 올해 부천의 관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LGBTQ로서의 정체성을 영화적 자양분 삼아 사회적 약자 이슈를 폭넓게 아우르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은 신작  「화난 아들」을 통해 주류의 시선을 절묘하게 비껴가면서도 시종일관 재미와 따듯함으로 가득한 성장영화를 탄생시켰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LGBTQ로서의 정체성을 영화적 자양분 삼아 사회적 약자 이슈를 폭넓게 아우르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은 신작 「화난 아들」을 통해 주류의 시선을 절묘하게 비껴가면서도 시종일관 재미와 따듯함으로 가득한 성장영화를 탄생시켰다. (C) 2022 Angry Son Film Partners

동행한 친구를 필자가 관객들에게 소개해서다. 이이즈카 감독이 사쿠마 유카리 씨(한국 항공사 근무경험 때문에 한국어가 유창하다. ※ 주)를 만난 건 초등학교 시절. 이이즈카 감독은 당시 여성이었지만, 현재는 남성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여성으로 살던 한 친구가 남성이 되어 영화감독에 데뷔하고, 여성에 머물러 있는 다른 한 친구가 가정을 꾸린 뒤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만큼 시간이 흘렀음에도 두 사람의 우정은 한결같다. 아니, 세상의 편견에 맞서면서 더욱 굳건해졌다.

물론 영화도 이들의 사연 못지않게 웰 메이드다. <완득이>(2011)를 떠올리며 객석에 앉았던 관객들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재미를 안긴다. 타이틀 롤인 준고의 캐릭터도 압도적이지만 예의 위태위태한 언행에 동조하고 싶어질 만큼 트러블메이커 레이나의 모습을 깜찍(!)하게 표현해내는 필리핀·영국 혼혈인 연기자 고우의 연기력도 재미를 더한다. LGBTQ로서의 정체성을 영화적 자양분 삼아 사회적 약자 이슈를 폭넓게 아우르는 감독은 주류의 시선을 절묘하게 비껴가면서도 시종일관 재미와 따듯함으로 가득한 성장영화를 탄생시켰다.

내용은 이렇다. 고교생 준고(호리케 카즈키 분)는 요즘 몹시 화가 나 있다. 필리핀에서 온 철부지 엄마(고우 분)는 끝없이 속을 썩이고, 유복한 환경에 이해심 많은 가족이 있어 안심이던 동성 파트너 유스케(시노하라 마사후미 분)조차 함께할 미래의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냉각기를 요구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혼을 하겠다며 '정체불명 백수 아저씨'(모리시타 노부히로 분)를 데려오는 엄마. 모든 것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낀 준고는 양육비 통장의 송금인으로만 존재하던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화난 아들」에서 갈등하는 극중 연인, 준고와 유스케. 흔히들 예상하듯 정체성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그 부분은 이미 해결된 상태에서 유스케는 그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준고가 못미더울 뿐이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화난 아들」에서 갈등하는 극 중 연인, 준고와 유스케. 흔히들 예상하듯 정체성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그 부분은 이미 해결된 상태에서 유스케는 그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준고가 못 미더울 뿐이다. (C) 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홍상현

두 번째의 장편상업영화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장르영화제인 BIFAN에 초청되셨습니다. 감상이 어떠신가요.

이이즈카 카쇼

대단한 영광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텐데요. 제가 낳은 아이, 즉, 작품이 제대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대해 주셨다는 건 BIFAN에서 아이를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인정해 주신 거잖아요. 너무나 안심되고 기쁜 일이죠.

게다가 저 자신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기도 하고요. 한국 분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오신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런 자리에 불러 주신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홍상현

한국의 국제영화제와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실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웃음) 본인의 작품들이 2년이나 연속해서 한국의 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특별한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이즈카 카쇼

말씀대로 정말 사랑해주신다면 완전 기쁠 것 같아요. (웃음)

기왕에 그렇게 질문해주셨으니 감히 추측해 본다면 일단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화난 아들>을 만드는 동안에도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영화인들은 개인과 사회와의 관련성에 대한 사고를 잘하지 않는 편이죠. 이런 부분이 어필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한국영화는 지금의 사회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이 대단히 뛰어나잖아요. 늘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저의 그런 자세와 작품을 받아주시는 게 진심으로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호리케 배우를 준고로 거듭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니즈, 예컨대 사랑이나 명성, 혹은 용서 같은 것들 중에서 배우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찾아 시나리오에 써놓은 캐릭터에 투영시키도록 했어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의 말이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호리케 배우를 준고로 거듭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니즈, 예컨대 사랑이나 명성, 혹은 용서 같은 것들 중에서 배우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찾아 시나리오에 써놓은 캐릭터에 투영시키도록 했어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의 말이다. (C) Soichiro Suizu

홍상현

한국에 유학해서 영화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이번에 영화제에 오시기 위해서 한국어 공부도 하셨는데요. 엄청난 애정 아닌가요? (웃음)

이이즈카 카쇼

아직 한글을 조금밖에 읽을 수 없어서 유학의 꿈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는데요. (웃음)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제가 발 딛고 있는 사회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야 할지에 대해 언제나 고민하고 있어요. 게다가 끌어낸 이야기를 어떤 장르로 만들어 내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죠.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는 이 분야에서 상당히 고도화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기술을 배워보고 싶고요. '애정' 보단 '존경'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지 않을까 싶네요.

 

홍상현

전작이 본인의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트랜스젠더 커플 이야기였는데요. <화난 아들>은 좀 더 폭넓은 사회적 마이너리티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울러 전작과 마찬가지로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오리지널 작품이기도 하고요. 작품을 기획하시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이즈카 카쇼

초등학생 시절 가까운 친구 중에 어머니가 필리핀 분인 아이가 있었어요. 방과 후 몇 번인가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저녁 시간이 돼서 제가 집에 가려고 할 때마다 너무 서운해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필리핀 퍼브(pub)에 일을 하러 가셔서 밤마다 혼자서 집을 봐야만 했기 때문이었는데, 저는 그 사실을 어른이 되고 나서 알았습니다. 당시 그 친구의 쓸쓸한 모습을 떠올린 것이 <화난 아들>을 구상하게 된 배경입니다.

 

준고의 모티브가 된 것은 어머니가 이른바 ‘필리핀 퍼브’라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이이즈카 카쇼 감독의 초등학생 시절 친구다. 그가 친구의 모든 상황에 대해 정확히 할게 된 건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준고의 모티브가 된 것은 어머니가 이른바 '필리핀 퍼브'라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이이즈카 카쇼 감독의 초등학생 시절 친구다. 그가 친구의 모든 상황에 대해 정확히 할게 된 건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홍상현

작품에서는 그런 아들뿐만 아니라 어머니 본인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는데요.

이이즈카 카쇼

그렇습니다. <화난 아들>은 아들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와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일본에 온 어머니와 일본에서 나고 자란, 국적 상으로 필리핀사람이지만, 보통의 일본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가 어머니와의 가치관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는.

이 부분에 또한 반영된 게 '1990년대 이후 급증한 필리핀 이주노동자'라는 일본사회의 현실입니다. 주로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다 일본인 남성을 만나 결혼했던 여성들은 이른바 '더블'(이이즈카 감독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미의 하프나 혼혈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 주)로 불리는 자녀를 갖게 되는데요.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대부분이 혈연으로는 이어져있을망정 서로의 다른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다행히 최근 일본 사회에서 조금씩이나마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기도 해서, 이런 문제를 하나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홍상현

그런데, 전작인 <둘만의 세계>의 경우에 비해 작품의 분위기가 대단히 밝아졌어요. 특히 희극적 요소도 강화되었고요.

이이즈카 카쇼

주제야 심각해도 영화 자체는 재미있는 편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웃음) 똑같은 설명도 쉽게 하면 이해하기 쉽잖아요. 또, 이건 너무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만나본 필리핀 분들(주로 여성)이 하나같이 너무나 밝은 성격의 소유자들이셨습니다. 매사 긍정적이시고. 그분들의 밝은 정서에서 받은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은 한국에 유학해 영화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번 BIFAN 초청 당시에도 한국어 인사를 준비한다며 평소 하고 있던 한글공부에 피치를 올렸다. 사진은 BIFAN이 기획해 화제를 모은 유튜브 채널 비비빞의 “이상한 인터뷰”에 출연한 모습. (C)BIFAN
이이즈카 카쇼 감독은 한국에 유학해 영화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번 BIFAN 초청 당시에도 한국어 인사를 준비한다며 평소 하고 있던 한글공부에 피치를 올렸다. 사진은 BIFAN이 기획해 화제를 모은 유튜브 채널 비비빞의 '이상한 인터뷰'에 출연한 모습. (C) BIFAN

홍상현

반면, 역시 <둘만의 세계>와 공통되는 경향도 보입니다. 예컨대 점층적으로 고조되던 주인공의 감정이 어느 시점에 대단히 강렬하게 드러나지만, 그것이 또 상대역의 캐릭터와 엇갈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요.

이이즈카 카쇼

아마도 제가 촬영현장에서 마이즈너 연기술을 적용했던 게 유효했던 것 아닐까 합니다. 뉴욕대학 연기과의 마이즈너 스튜디오에서 가르치는 연기술인데요. 샌포드 마이즈너는 배우와 배우의 감정적 상호작용이 리얼리즘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중시했어요. 저는 이걸 일본의 유명한 액팅 코치인 바비 나카니시 씨에게 배웠습니다.

이 이외에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배우들과 최대한 개인적으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감정적인 버릇을 익히거나 맡은 역할에 스스로를 덧씌우도록 리드했어요.

 

홍상현

줄곧 화를 내지만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관객을 납득시키는 호리케 카즈키 씨의 연기가 좋았는데요.

이이즈카 카쇼

호리케 배우하고는 몇 년 전 촬영장에서 만났습니다. 이후 줄곧 그의 활동을 주시했죠. 그는 연기에 있어서 리얼리즘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바로 이 점이 아주 인상적으로 느껴졌어요. <화난 아들>의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호리케 배우와 함께한다면 준고를 종이 위의 글자가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인간으로 그려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주연을 맡은 호리케 카즈키 배우는 연기에 있어서 리얼리즘을 중요시한다. 이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이 그를 「화난 아들」의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원인이 되었다.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주연을 맡은 호리케 카즈키 배우는 연기에 있어서 리얼리즘을 중요시한다. 이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이 그를 「화난 아들」의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원인이 되었다. (C) 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홍상현

촬영을 진행하면서는 어떤 디렉션을 하셨나요.

이이즈카 카쇼

호리케 배우를 준고로 거듭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니즈(needs), 예컨대 사랑이나 명성, 혹은 용서 같은 것들 중에서 배우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찾아 시나리오에 써놓은 캐릭터에 투영시키도록 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연기가 보다 리얼하고 파워풀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다행히 호리케 배우가 너무 잘 해내주셨습니다.

 

홍상현

엄마 역의 고우 배우도 밉지 않은 철부지 엄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셨습니다.

이이즈카 카쇼

아, 고우 배우는 정말 훌륭한 연기자예요.

원래 가수로 활동하고 계시던 분인데요. 경력만 놓고 보면 한참 선배이시지만 정말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화난 아들>의 레이나 역을 소화해 주셨어요. 게다가 필리핀대사관 일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재일필리핀인이 안고 있는 문제, 나아가 모국인 필리핀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까지 평소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시는데요. 그래서인지 더욱 의욕적으로 촬영에 임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준고의 캐릭터가 진짜 강한데 이에 못지않게 파워풀한 연기를 볼 수 있었고요. (웃음)

 

엄마인 레이나 역을 맡아 열연한 고우는 원래 가수로 활동해 왔다. 스코틀랜드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의 딸로 태어난 그는 평소 재일필리핀인이 안고 있는 문제, 나아가 모국인 필리핀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고.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엄마인 레이나 역을 맡아 열연한 고우는 원래 가수로 활동해 왔다. 스코틀랜드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의 딸로 태어난 그는 평소 재일필리핀인이 안고 있는 문제, 나아가 모국인 필리핀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고. (C) 2022 Angry Son Film Partners

홍상현

네. 그러면서도 묘한 일체감을 유지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모자간 같던데요. (웃음)

이이즈카 카쇼

특히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에선 제가 어떤 이야기든 할 게 없더라니까! (웃음) 한 마디도 안 보태고 정말 배우들이 거둬낸 승리입니다.

하지만 역시 배우도 사람이기 때문에 촬영기간 동안 늘 똑같은 감정이 유지되느냐면 당연히 아니거든요. 부침이 있죠. 그런 이유로 일단 제작진으로서는 그들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든 대응이 가능하도록 사전협의를 해놓고 감정이 가는 쪽으로 자유로운 연기가 가능하도록 준비했어요.

그밖에 연출가로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캐스트에게 말을 거는 방법에 최대한 신경을 썼습니다. 그들의 감정의 고리에 걸릴 수 있는 말을 최대한 선택해 감정의 움직임을 끌어낸 거죠.

 

홍상현

촬영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하나만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이이즈카 카쇼

역시 결혼식 장면일까요?

<화난 아들>은 상대적으로 꽤 긴 기간 동안 촬영되었습니다. 일본영화 치고는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대부분 신인배우들을 캐스팅한지라 <화난 아들> 외에 다른 촬영이 거의 없었다는 게 컸어요.

덕분에 각자의 역할창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죠. 시나리오에 설정되어 있는 일상을 그대로 연출하면서요. 이렇게 작업을 해나가다 보니까 촬영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제 안에서도, 그리고 배우들 안에서도, 각자가 그리는 캐릭터의 상이 명확하게 형성돼 있더라고요.

촬영 스케줄도 시나리오상의 전개에 맞춰 진행했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니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결혼식장면을 찍을 때는 실제로 주인공들이 연애를 한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캐스트와 스태프 모두 눈물을 흘렸죠. 모두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장소에 함께 있던 우리들 사이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었어요.

 

“BIFAN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있네요. 일반상영관을 통해서도 공개되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한국의 분들로부터 직접 감상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부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의 애틋한 마음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BIFAN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있네요. 일반상영관을 통해서도 공개되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한국의 분들로부터 직접 감상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부디 이이즈카 카쇼 감독의 애틋한 마음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C)2022 Angry Son Film Partners

"언뜻 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청춘영화, 성장영화 같은 느낌이 드실 수도 있지만, 막상 작품이 시작되면 그것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자'는 목적에 맞춘 디자인일 뿐, 실은 사랑에 대한 통찰과 사회성, 양자를 담보하려 노력하는 작품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게 되실 겁니다.

깊은 공감을 거듭하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엔 모두의 손에, 작지민 큰 의미를 가진 선물이 들려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새로운 가치관이든, 타인에 대한 교감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든 간에 말이죠. 그렇게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모든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성소수자 여러분께 희망을 전해드릴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고요.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다양한 가치관의 분들이 보시고, 함께 토론을 이어가도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BIFAN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있네요. 일반상영관을 통해서도 공개되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한국의 분들로부터 직접 감상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인터뷰 원고를 정리하는 사이 들려온 내년 1월 13일 <성난 아들>의 현지 개봉소식.

숲을 거닐며 책갈피로 사용할 단풍잎을 모으듯, 영화추천 서비스 사이트에서 자신의 작품을 본 관객들의 감상을 하나하나 찾아 아직 서툰 한글실력으로나마 꼼꼼히 읽어가던 정성스러움을 떠올린다. 부디 그의 애틋한 마음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그리고 다시 바다를 건너 그가 늘 손을 건네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도 전해지기를.

[인터뷰 홍상현, krpopper@ccoart.com]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ㆍ일 양국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 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 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주최 디지콘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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