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할리퀸' 한 사람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
[21th JIFF] '할리퀸' 한 사람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
  • 선민혁
  • 승인 2020.05.30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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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할리퀸'(Harley Queen, 칠레, 2019, 100분)
감독 '카롤리나 아드리아나솔라'(Carolina ADRIAZOLA), '호세 루이스 세풀베다'(José Luis SEPÚLVEDA)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영화 <할리퀸>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 다큐멘터리' 섹션 초청작으로, 카롤리나 아드리아나솔라(Carolina ADRIAZOLA), 호세 루이스 세풀베다(José Luis SEPÚLVEDA)감독이 연출했다.

자체 영화학교를 설립해, 제도권과는 차별화된 영화 제작을 시도하고 있기도 한 카롤리나 아드리아솔라, 호세 루이스 세풀베다 감독은 칠레 영화계의 이단아로 설명된다. 이들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할리퀸>은 칠레 최대 빈민가 '바호스 데 메나'에서 살아가고 있는 '카롤리나'라는 이름의 한 여성을 담는다.

영화는 카롤리나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먼저 보여준다. 카롤리나는 온라인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스트립쇼를 하기도 하고, 심령 체험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방송하기도 한다. 그녀는 온라인 방송을 위해 '할리퀸'이라는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카롤리나와 그녀의 주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카롤리나는 행사 일정을 관리하는 제작사를 차리고 돈을 벌어 35살 전에는 스트리퍼 세계를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카롤리나와 함께 일하는 멜라니는 돈을 벌어 경찰대학교 등록금을 벌고 싶어하며 또다른 동료이자 나치에 심취되어 있는 케코는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고 나서부터는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크게 줄어든다. 대신 영화는 카롤리나가 생활하는 모습들을 더 보여준다. 영화에서 카롤리나는 그녀의 팀원들과 함께 온라인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 심령 체험 방송, 스트립쇼 방송을 하며, 스트립쇼 대회에 참가하고, 딸을 데리고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시위에 참여한다. 그리고 새로운 결혼을 하기도 한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확성기로 발언을 하기도 하며 열정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후 딸과 함께 앉아 셀카를 찍고 담배를 피우는 카롤리나의 모습이다.영화는 카롤리나의 주위 사람들의 일상 또한 보여준다. 카롤리나의 남편은 새벽부터 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카롤리나와 함께 일을 하는 멜라니의 어머니는, 멜라니에게 카롤리나와 함께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 다큐멘터리임에도 실험적인 앵글을 보여주곤 하는 카롤리나 아드리아솔라, 호세 루이스 세풀베다 감독의 카메라는 이러한 카롤리나의 일상들을 어떤 개입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카메라는 관객에게 그녀를 응원하거나, 동정하거나, 공감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카롤리나의 일상을 담담한 태도로 보여주던 카메라는 어느 순간 관객들이 카메라가 담지 않은 것들까지 보게 만들어준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여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카롤리나의 삶에 대한 열정과, 카롤리나가 견뎌내고 있는 내면의 상처와 불안이다. 그런데 관객들이 이러한 카롤리나의 열정과 내면을 영화를 통해 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는 카롤리나와 그녀의 동료들, 그리고 '바호스 데 메나'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가. 카메라는 심플하면서도 정확한 포착을 통해 카롤리나라는 인물의 내면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그녀가 제도권 세계에서 공생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관객들의 고정관념 또한 함께 드러낸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

 

사진 ⓒ IMDb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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