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미카엘 하네케'가 그려낸 한 가족을 통해 단절된 현대인들의 삶, 영화 '해피엔드'
거장 '미카엘 하네케'가 그려낸 한 가족을 통해 단절된 현대인들의 삶, 영화 '해피엔드'
  • 문건재
  • 승인 2019.06.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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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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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을 2회 연속으로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이후, 그의 못다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랑' 가는 프랑스 칼레 지방의 유지이자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이다. '로랑' 가의 구성원으로는 집안의 기둥이자 최고령자인 '조르주', 건설회사 CEO인 맏딸 '앤', 유능한 외과 의사 '토마스', 그리고 앤의 아들이자 하나뿐인 후계자 '피에르'가 있다. 영화는 토마스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쓰러진 전 아내를 대신하여, 자신의 딸 '에브'를 데리고 '로랑' 가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로랑'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에브는 고상한 줄로만 알았던 가족들의 이중성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감독은 우아함을 가장한 그들의 위선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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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전작 '아무르'에서 사지가 마비된 아내를 간병하는 '조르주'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조르주'는 고결함을 지키고자 했던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아무르'의 이야기는 '해피엔드'의 '조르주' 이야기로 이어진다. '조르주'는 손녀 '에브'에게 자신이 아픈 아내를 간병하다 그녀를 질식시켜 죽였다는 고백을 한다. 하루 빨리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는 '조르주'는 차를 타고 나무를 들이받거나 미용사에게 총과 총알을 부탁하는 등 몇 번이고 자살을 시도한다. '아무르'에서 '조르주'를 통해 진실한 사랑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해피엔드'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인간의 본능과 위선에 접근한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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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은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행복(happy)이 끝난다(end)는 의미에 더 가깝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끝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도 제목이 가진 이중성이 나타난다. 조르주가 간절하게 바랐던 결말은 죽음이었으나, '로랑' 가족들은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영화 '해피엔드'는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된 이 시대에 진정한 사회적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예전부터 미디어를 영화 속 장치로 활용해왔다. 돼지 도살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보는 비디오광 소년이 등장하는 '베니의 비디오'부터, 스마트폰과 SNS를 소재로 삼은 '해피엔드'까지,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해피엔드'를 통해 지금까지의 영화들을 집대성했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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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는 누벨바그 시대의 스타였던 '조르주' 역의 장-루이 트린티냥 외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칸의 여왕이자 세계적 배우인 이자벨 위페르가 '아무르'에 이어 '해피엔드'에서도 '조르주'의 딸인 '앤' 역할을 맡았다. 이자벨 위페르는 자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피아니스트'를 시작으로, '늑대의 시간', '아무르'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과 호흡을 맞췄으며, '해피엔드'로 네 번째 협업을 하게 되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나는 내가 이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배우들을 위해 작품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하며 그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역할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조각조각 잘린 이야기를 꿰매어 인간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에 대해 묘사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는 6월 20일 개봉한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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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문건재 기자, ansrjswo@ccoart.com]

문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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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운영위원 및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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