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개막한 제76회 칸 영화제가 올드보이들의 향연이었다면, 이달 개막을 앞둔 제80회 베니스 영화제의 경쟁부문은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상을 준다. 최근 10년 사이 칸, 베니스, 베를린의 구별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은 경쟁부문을 중심으로 할리우드 혹은 미국 영화를 각각의 영화제들이 자연스럽게 나눠 갖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셀럽을 필요로 하고,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혹은 할리우드 내의 작가적 기질을 지닌 감독들과 손잡는다. 그 가운데 할리우드를 벗어난 지역의 영화는 점점 더 새로운 영화 작가를 배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베니스의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다. 이미 칸의 경쟁부문을 경험하였고(<아사코>(2018), <드라이브 마이 카>(2021)), 베를린 경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우연과 상상>(2021)을 경험했다. 류스케에게 남은 장소는 베니스라고도 할 수 있다. 월드 프리미어를 중시하는 3대 영화제의 경쟁부문을 모두 섭렵함으로써 하마구치 류스케는 영화 셀럽의 반열에 올랐음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경쟁부문의 유일한 아시아 영화가 되었다.
지난해 경쟁부문의 아시아 영화는 총 3편이었고, 두 편의 이란 영화와 한 편의 일본 영화가 있었는데, 일본 작품은 최근 국내에 개봉한 후카다 코지의 <러브 라이프>(2022)였다. 그의 전작들에 비해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는데, 전통적으로 베니스는 동아시아 한·중·일 3국 중에는 일본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감독들의 선택도 있다. 박찬욱, 봉준호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칸을 고집하는 쪽이라면, 하마구치의 선택은 확실히 다른 전략이다. 그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크게 받은 <해피아워>(2015)의 경우 로카르노의 경쟁이었으니 여러 곳을 돌며 자신의 신작을 내놓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메이드 인 U.S.A
최근 베니스의 황금사자상을 떠올려 보면 2017년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8년은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넷플릭스 영화였다.), 2019년은 토드 필립스의 <조커>에 이르는 할리우드 작가 라인이었다. 2020년에는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2021년은 오드리 디완의 <레벤느망>, 2022년의 로라 포이트러스의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이하 낸 골딘)가 수상했다.
프랑스의 신예 오드리 디완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 영화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서 태어난 자오는 영국과 미국에서 학교를 마쳤다. 자연스럽게 중국문화보다는 미국문화의 영향 아래 영화를 만든다. <노매드랜드>는 베니스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도 오르면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상을 받는다. 로라 포이트러스는 미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여성 감독이다. 이미 주요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레벤느망>이 수상한 해에는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탓에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수상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영화의 강세에는 칸과는 달리 경쟁부문에 넷플릭스 영화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의 선정에서도 눈에 띄는 편이다. 그것은 최근 베니스와 할리우드의 관계를 함축한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위플래쉬>(2013)와 <라라랜드>(2016)의 '데미언 셔젤' 감독이다. 조금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은 30대 후반(1985년생이다)의 젊은 감독에 속하고, 최근작 <바빌론>(2022)까지 포함해 다섯 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이 아니라 위원장으로 추대된 것은 데미언 셔젤과 베니스의 긴밀한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다. <라라랜드>, <퍼스트맨>, <바빌론>은 베니스 경쟁작으로 최초 공개되었으며, <라라랜드>와 <퍼스트맨>은 개막작으로도 선정되었다. <위플래쉬>의 선댄스 키드였던 데미언 셔젤은 어느새 가장 분명한 베니스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미국의 심사위원으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스토리텔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마틴 맥도나'다. 그는 아일랜드인이지만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 작가다. 작년 베니스에서 <이니셰린의 밴시>(2022)를 공개하였고, 이 작품으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인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도 심사위원이다. 최근 베니스의 정책은 황금사자상 수상자를 다음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추대한다. 미국 수상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심사위원에 미국 감독이 포진된다. 로라 포이트러스는 주류와는 거리가 멀디. 미국 내부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로 미국 내에서도 감시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베를린과 같은 유럽에서 생활한다. 반골적인 미국영화의 대표인 셈. 올해 미국 심사위원 서로 다른 미국 영화의 영역과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국 영화 수용의 폭을 넓힌 베니스의 현재성을 드러낸다.
지난해 베니스 경쟁 부문 심사위원은 7인이었다. 올해는 9명으로 늘어났다. 눈에 띄는 이름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제인 캠피온'(뉴질랜드 태생이다) 감독과 프랑스의 배우였지만 이제 완전히 프랑스의 감독으로 인식되는 '미아 한센러브'다. 이탈리아로는 '가브리엘레 마이네티' 감독이 있다. 그의 영화 <프릭스 아웃>(2021)을 78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프릭스는 말 그대로 괴물들이라는 뜻이다. 주인공들은 늑대인간, 곤충조련사, 전기인간 등으로 구성된 서커스 단원이다. 이들은 순회공연을 하던 중 파시스트와 싸우는 슈퍼히어로가 된다. 독특한 이탈리아식 히어로물이다. 과거 할리우드의 서부극을 변형시킨 ‘스파게티 웨스턴’이나 공포 장르를 독특하게 발전시킨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 영화가 있었던 것처럼 마이네티 감독의 영화는 할리우드를 끌어와 자신의 문화로 녹여낸다.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심사위원 리스트에 라틴 아메리카가 빠진다면 섭섭할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현대 정치사를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산티아고 미트레' 감독은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의 후보였던 <아르헨티나, 1985>(2022)를 베니스에 공개한 바 있다.
아무려나 올해 심사위원은 감독이 많고, 미국을 제외하면 이탈리아와 오세아니아 그리고 프랑스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각 한명씩 구색을 갖춘 모양이다. 남은 자리는 두 명의 배우다. 이 또한 지역을 고려한 안배로 보이는데 이스라엘의 '살레흐 바크리'와 오랜만에 이름을 들어보는 대만의 '서기'가 있다. 서기는 아시아의 몫이겠지만 최근의 활동을 생각하면 좀 의외다.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경쟁부문 상영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할리우드 혹은 넷플릭스’로 압축되는 미국 영화다. 그중 신작이 여전히 궁금한 올드보이는 '마이클 만'이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페라리>. 익히 알고 있는 그 페라리가 맞다. 초창기 자동차도 등장하겠지만 1950년대 페라리 집안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친존 사이에 벌어지는 가족 누아르가 될 확률이 높다. 페라리 역에는 아담 드라이브가 연기한다.
어느새 1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해 온 '데이비드 핀처'는 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로 베니스를 찾는다. 꽤 오래전부터 말이 나온 프로젝트였고,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며, <세븐>(1995)의 각본가 앤드류 워커가 참여했으니 장르의 관성도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민 케인>의 작가를 다룬 전기 영화 <맹크>(2020)도 좋았는데, 이번에는 마이클 패스빈더가 연기하는 암살자 영화다. <맹크>와 암살자 사이에는 격차가 좀 있다. 핀처의 영화는 점점 더 장르적이기보다는 인물(캐릭터)에 집중하는 쪽으로 흘러온 것 같다. 그렇다면 고뇌하는 암살자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초기로 돌아가 영화의 제목처럼 총을 난사하는 킬러가 화면을 채울까. 어느덧 핀처는 장르나 실화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중요한 작가다.
'소피아 코폴라'의 <프리실라>도 화제작이다. 코폴라는 베니스와 인연이 깊다. 2010년에 <썸웨어>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도 있다. <프리실라>는 10대인 프리실라가 록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를 만나게 된 사연과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알려졌다시피 프리실라는 프레슬리의 부인이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전기 영화다. 그것도 프레슬리가 아니라 그의 곁에 있던 이를 통해 바라보는 프레슬리 혹은 또 다른 프레슬리적 존재라 할 수 있는 프리실라의 이야기다. 요즘 전기 영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 인물을 궁금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물의 이면을 궁금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욕망은 그 모두이겠지.
배우로도 잘 알려진 '브래드리 쿠퍼'는 두 번째 영화를 베니스에 선보인다. <스타 이즈 본>(2018)에 이어 음악과 예술가의 초상을 또다시 스크린에 담는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휘자로 유명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 영화다. 쿠퍼는 번스타인을 직접 연기도 한다. 일인 다역을 행사하는 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일지 기대가 된다. 출연진 중에는 캐리 멀리건도 있고, 무엇보다 제작자들의 이름이 화려하다. 마틴 스콜세즈,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 등. 그리고 진짜 주인공일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은 제대로 된 ‘덤’이다.
'에이바 듀버네이'는 좀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예전에 그의 흑인 영화 <셸마>(2014)를 명동에서 강연한 기억이 난다. 마틴 루터 킹에 관한 전기영화였는데 이후 듀버네이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미국 수정헌법 제13조>(2016)를 선보였다. 이 헌법 조항은 노예제 폐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에비아 듀버네이는 흑인 감독이자 여성 감독이다. 이러한 정체성이 영화의 토대를 이룬다. 조금 다른 선택은 <시간의 주름>(2018)이었다. 원작은 어린이책 혹은 SF로 유명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오리진>이다. 여기에서의 '기원'(오리진)은 미국 사회의 기원이다. 이저벨 월커슨의 논픽션 『카스트: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를 스크린에 옮겼다. 원제를 좀 더 제대로 번역하면 『카스트: 우리 사회 불만족 계층의 기원』이다. 이저벨 월커슨은 이 책을 통해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원작을 따라 기원으로서의 인종적 불평들이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감독 본연의 위치로 돌아갈 영화가 궁금하다.
화려한 명단
베니스의 경쟁작은 23편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다른 영화들도 포함될만한 숫자다. 그런데 미국을 벗어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화 보다 '감독의 이름'이다. 성추문 사건으로 법정 공방을 일으킨 바 있는 '뤽 베송'은 지난 6월 프랑스 법정의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사태가 일단락되었지만,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2017)에 출연했던 반 로이는 유럽 인권 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개인의 소셜미디어에 밝힌 바 있다. 그녀 이외의 루머들이 여전히 많고, 뤽 베송이 앞으로도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베니스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대해 보이는 쪽이다. 올해 비경쟁 부문에는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도 있다.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예술지상주의적 입장인지, 또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자주 이러한 상황을 끌어안는 편이다.
아무튼 뤽 베송의 신작은 <도그맨>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삶에 상처받은 한 아이가 개들의 사랑을 통해 구원을 찾게 되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예고편을 보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던 소년은 개들이 있는 우리에 갇혀 지낸다. 시간은 흐르고 소년은 성장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광기를 보여주는데 이때 성인역할을 하는 배우는 2021년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미국 배우이자 가수인 케일럽 랜드리 존스다. 그의 광기가 구원의 표출일지는 모르겠으나 개들과의 연대는 한 인간을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프랑스적이기보다는 할리우드에 가까운 스타일을 지닌 뤽 베송이 한 남자 속에 담긴 정체성의 혼란과 구원의 메타포를 어떤 방식으로 끄집어낼런지.
또 한 명의 올드보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그네츠카 홀란드'다. 성실히 영화를 만드는 인물이며, HBO에서 만든 체코의 혁명기를 다룬 드라마도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난다. 이번 영화의 제목은 <녹색 지대green border>. 시리아 난민 가족,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영어 교사가 국경 수비대를 따라가면서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녹색 지대'에서 만난다는 내용이다. 녹색 지대는 중립적인 위치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러한 공간이나 위치가 영화 속 메타포로 등장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둘러싼 맥락들을 어떻게 묘사하고 전개시킬지가 관건이라는 것, 유럽의 작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난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중요하다는 것. 아그네츠카 홀랜드라면 이러한 지점을 고민했을 거라는 것이다.
유명세로는 칠레의 '파블로 라라린'도 만만치 않다. 할리우드에서 케네디의 부인을 다룬 <재키>(2016)와 같은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초기작인 <노>(2012)다. 칠레 독재의 가짜 역사를 써내려가는 유머는 물론이고, 허구와 사실성의 절묘한 결합은 오늘날의 라라린을 만들게 한 토대였다. <재키>를 만든 해에 라틴 아메리카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다룬 <네루다>(2016)를 만들기도 했고(개인적으로 <재키>보다 이 영화가 더 좋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전기영화 <스펜서>(2021)를 만들기도 했다. 어찌보자면 대체로 역사의 작가에서 전기영화 감독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는데, 두 영역 모두 역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번 베니스에서 공개되는 <백작>은 칠레에서 제작될 뿐만 아니라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 관한 이야기다. 독재정권이 망한 후 피노체트는 죽지않고, 드라큘라 백작이 돼 있다는 설정이다. 가짜 역사 혹은 대체 역사를 만들어 내는 라라린 초기 시절의 순발력과 검은 유머의 기대감이 무럭무럭 생긴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칸에서 이미 두 번이나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고모라>(2008)는 2000년대 이후 반드시 언급되는 이탈리아 영화 중 하나다. 베니스에 소개될 영화는 <이오 카피타노>다. 직역하자면 <나는 대장>. 세네갈을 떠나 유럽으로 온 두 젊은이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가장 활발하게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가로네의 신작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난민을 다루는 영화다. 수많은 영화를 감싸는 이 현실에 대해 가로네는 어떤 접근과 답을 보여줄지.
올해 상영작 중 모두가 주목하는 감독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하마구치 류스케'가 아닐까 싶다.
란티모스의 신작은 칸에서 공개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베니스에서 만난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만남은 엠마 스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 새 영화 <푸어 띵스>('가여운 것들' 정도가 어울리는 번역이다.)는 동명의 원작이 있다. 원작은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하는 작품이고, 영화에서 엠마 스톤이 맡은 벨라 백스터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창조된 존재다. 단순히 엠마 스톤의 악녀 연기를 볼 수 있다고 소개되고는 하는데, 악녀를 연기하는게 아니라 과학자에 의해 창조된 존재이다 보니 몸과 정신 사이의 균열이 빈번히 일어난다. 더 우스꽝스러운 것은 이러한 존재에게 매혹된 세 명의 남자가 있다.
벨라의 탄생은 다음과 같다. 의사이자 과학자인 백스터(윌리엄 데포)는 좀 괴짜다. 그는 시체를 살피기 위해 일부러 검시소에서 일한다. 그러던 중 죽은 여성의 시체를 접하는데 그녀의 배에 있던 아기의 뇌를 죽은 여성의 머리에 이식하여 살려내기에 이른다. 뇌는 하루 동안 몇 달씩 성장하는 속도를 보여주고, 아기의 뇌에 성인 여성의 몸을 지닌 벨라 백스터는 주변의 남성들을 압도하며 기이한 행동들을 벌인다. 블랙 유머가 담긴 란티모스의 스타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예고편을 보면 전작에 비해 CG를 잔뜩 쓴 탓에 이전과 다른 란티모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 이시하시 에이코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시작은 라이브 공연을 위한 영상 제작 요청이었지만, 단순한 풋티지로는 이시하시의 음악에 맞설 수 없다는(예술과 예술이 부딪힐 때 일어나는 긴장감의 힘과 장력) 생각에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올해 3월 나가노와 도쿄에서 촬영이 끝난 후 류스케 감독은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그 결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독립된 장편이 완성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영화의 풋티지들은 무성으로 새롭게 편집되어 <기프트>라는 이름으로 다른 영화제에서 공개된다.
멕시코의 '미셸 프랑코'도 동시대에 주목받는 감독이다. 국내에서 <썬다운>(2021)이 개봉한 만큼 낯설지 않다. 한 남자의 욕망을 서늘하게 묘사하는 방식은 부조리한 삶의 묘사처럼 보인다.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다. 첫 장편 <다니엘과 아나>(2009)가 칸영화제의 감독주간에 소개된 이후 <애프터 루시아>(2012)로 주목할만한 시선에 소개되어 대상을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크로닉>(2015)으로 칸 경쟁 부문의 각본상을, <에이프릴의 딸>(2017)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행을 택한 것은 2020년부터다. <뉴오더>(2020)로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 <썬다운>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메모리>다. 트라우마와 치매를 치료하면서 일어나는 남녀의 이야기인데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으로 나오고, 상대역은 피터 시스가드다. 또다시 엉키는 남녀와 그들의 욕망 이면에 있는 사연이 주목된다.
'베르트랑 보넬로'도 낯선 이름은 아니다. <생로랑>(2014)이나 다른 영화들을 한두번쯤 보았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의 초기작들은 꽤나 철학적이고 무게감이 있다. 2008년에 만든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책인 ‘전쟁론’을 모티브로 삼아 이에 기반한 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준다. 파리를 점령한 10대들을 묘사한 <녹투라마>(2018)를 전주에서 상영한 적이 있는데 백화점을 점령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은 좀비영화의 한 대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듬해 <좀비 차일드>(2019)를 만들기도 했다. 파리의 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좀비 영화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고, 유럽과 아이티가 뒤엉켜 있다. 보넬로의 영화의 근간은 다른 것들의 뒤섞임과 혼란이다. 이 가운데 일어나는 폭력과 폭발이 영화안에 응축되어 터져 나온다. 베니스에서 선보일 신작은 <더 비스트>다. 미국의 작가 헨리 제임스의 단편 ‘정글의 짐승’을 바탕으로 삼았다고는 하지만 SF와 로맨스를 기반으로 삼았다고 하니 이번에도 독특한 혼종의 영화가 될 확률이 높다.
프랑스의 또 다른 감독으로는 '스테판 브리제'가 있다. 칸에서 상영되었던 <아버지의 초상>(2016)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1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프랑스 사회를 바라보는 주요한 목소리를 낸다. <아버지의 초상>에 이은 <앳 워>(2018)는 일방적인 공장 폐쇄로 실업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다룬다. <아버지의 초상>은 실업자가 된 아버지가 구직활동을 벌이는 현실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집단적으로 담아낸다. 브리제 감독은 초기의 코미디풍을 지나 점점 더 현실과 사회에 밀착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성수기에 반대되는 뜻을 지닌 <비수기>다. 파리에 살고 있는 마티유와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앨리스가 외도를 한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우연히 다시 보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려낸다. 예상키로 단순한 불륜이나 운명에 관한 드라마가 아니라 두 사람의 속한 지정학적 차이와 계급의 상황이 멜로의 핵심일 것이다.
이탈리아와 다른 영화들
올해 경쟁부문은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비중도 높다. 이미 언급한 '마테오 가로네' 이외에 개막작 <코만단테>(지휘관, 사령관 정도의 뜻이다)를 선보이는 '에도아르도 데 안젤리스'를 필두로 '피에테리 가스텔리토', '시베리오 코스탄초', '조르조 디리티', '스테파노 솔리마'가 있다. 상영작 중 4분의 1이 조금 넘는 편수가 이탈리아 영화다. 이들 중 피에테리 가스델리토와 스테파노 솔리마는 이탈리아 영화인들의 2세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어쩌면 현재의 예술가 형성에 대한 사회학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려나 개막작 <코만단테>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탈리아 잠수함이 벨기에 선박을 공격한다. 그런데 사령관(코만단테)은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과는 달리 물에 빠진 벨기에 선원들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연합군에 의해 격침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내용상 견적은 블랙 코미디인데, 이 영화는 갑작스럽게 개막작이 되는 상황을 겪었다. 원래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챌린저스>가 개막작이었지만 알다시피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의 파업으로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계획을 바꿔야만 했다. 이건 뭐 블랙 코미디는 아니고, 어느 정도 예견된 코미디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부러운 코미디.
이탈리아 경쟁부문 중 마테오 가르네의 뒤를 이어갈 인물을 꼽으라면 '사베리오 코스탄초'다. 영화인의 아들은 아니지만 부친이 유명한 방송인 '마우리치오 코스탄초'다. <소수의 고독>(2010)이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면서 특유의 멜로적 감성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헝그리 하트>(2014)를 본 이들이라면 인물 사이의 죄의식과 두려움을 어떻게 직조해 내는지를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이번 영화의 제목은 <마침내 새벽>이다.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1950년대 약혼을 하기 직전에 있는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로마 여성인 그녀는 엑스트라 오디션을 보기 위해 '치네치타'에 가게 되고, 이곳의 밤을 보내면서 자신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상투적인 줄거리이지만 감독의 섬세한 묘사가 장기인만큼 배우들과의 역량을 통해 어떤 멜로의 감성이 펼쳐질지.
'피에트로 카스텔리토'의 영화 제목은 <에네아Enea>이다. 이름이 좀 낯설다. 기원전 이탈리아의 작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주인공 아이네아스(Aeneas)를 이탈리아식으로 부르면 에네아라고 한다. '아이네아스' 혹은 에네아의 이름이 등장하는 고대 작품은 호메로스가 쓴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의 전쟁사인 『일리아드』에서였다. 아시다시피 트로이는 전쟁에 패했고 그 후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 형태로 쓰여지거나 전승되어 왔는데 그중 하나가 베르길리우스가 쓴 『아이네이스』다. 이 작품 속에서 에네아(아이네아스)는 천하무적의 용사로 등장한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아킬레우스에게 죽을 뻔했는데 말이다. 벨르길리우스가 이 작품을 쓴 목적이 이탈리아의 영웅을 만들려고자 했다하니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설명이 길어졌는데 영화는 고대 신화와 상관이 없다. 단지 이름이 같은 청년이 자기 삶의 신비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감독이다. 피에트로 카스텔리토는 이탈리아의 중견 배우이자 감독인 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아들이다. 배우이기도 해서 심사위원으로 언급한 방 있는 가브리엘레 마이네티 감독의 <프릭스 아웃>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의 작품 연출은 데뷔작 <포식자들>(2020)에 이어 두 번째다.
'스테파노 솔리마'의 작품은 <아다지오>다. 그의 이름이 친숙한 이들은 <시카리오>(2018)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솔리마 감독은 지속적으로 범죄영화를 만들어 왔고, <아다지오>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16세 소년 마누엘. 그는 병들고 나이 든 아버지를 돌보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파티에서 놀고 싶다. 그런데 한 파티에 들렀다가 어떤 인물의 사진을 찍었다며 협박을 당한다. 마누엘은 이들을 피해 도망을 치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협박범들은 마누엘을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목격자로 생각하고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점점 불어나는 범죄의 세계를 10대 소년의 눈과 행동을 통해 다룬다. 무엇보다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세르지오 솔리마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가 범죄 세계를 다루며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조르지오 디리티'는 초기에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왔다. 극영화로의 전환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2020년 베를린 영화제 경쟁에 소개된 <히든 어웨이>가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었고, 66회 다비드 디 도나텔로 수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다비드 디 도나텔로는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자국의 영화 시상식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영화는 <루보>다. 스위스로 귀화한 독일인 루보는 경찰들이 아이들을 가두고, 이를 막던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미묘한 위치의 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시대극이자 가족극이다.
남은 영화는 북유럽과 동유럽을 포함하는 유럽의 영화들이다. 미국과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일부 유명 감독을 빼면 아시아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뿐이고, 아프리카는 보이지 않으며, 라틴 아메리카는 파블로 라라린과 멕시코의 미셸 프랑코가 전부다. 좀 불균형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니콜라이 아르셀'은 덴마크 감독이다. 장편 데뷔작 <왕의 게임>(2004)으로 덴마크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가 된 바 있는 '밀레니엄 시리즈' 스웨덴 버전의 각본가로도 활동했다. 베니스 경쟁부문에 소개될 <약속된 땅>은 1700년대 중반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는다. 덴마크의 왕 프레데릭 5세는 황야를 길들여 새로운 세금이 창출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 황야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루드비그칼렌이라는 군인이 황무지로 들어가 그가 희망했던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작들을 보면 일정한 규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북유럽의 시대극이 영화제에서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팀 크뢰거'는 독일 감독인데 오스트리아, 스위스와의 합작으로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는 독일 영화다.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 흑백 영화로 보인다. 과거 시대의 과학자 청년과 스위스를 배경으로 하는 호텔과 설원에서 펼쳐지는 미스테리를 다루고 있어서 꽤 고전적인 장르 분위기를 낸다.
'핀 트로흐'는 벨기에 감독이다. 베니스와의 인연은 오리종티 섹션에 <홈>을 통해서다. 10대들의 패륜과 위기의 집을 묘사하는 방식은 논쟁적이면서도 암울한 현실을 묘사해 내고 있다. 오리종티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이후 이번에는 10대가 주인공인 <홀리>를 선보인다. 홀리(15)라는 소녀가 학교 화재를 예고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소녀에게 쏠린다. 학교 선생님은 그녀를 지역 사회에서 자원봉사하도록 이어준다. 그곳에서 소녀는 많은 역할을 해내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소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소녀의 능력을 탐하는 인간들에 의해 선의가 공포로 바뀌는 이야기.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 예전 전주에서 상영 후 클레르몽페랑과 베를린을 다니며 화제를 모았던 베를린 단편 수상작 <호산나>(2014)가 떠오른다.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 '마셀 엔그레르트'가 공동 연출한 <~의 여자>는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아담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문제는 좋은 남편이 되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몸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성전환 이슈가 담길 법한 내용이다. 폴란드의 역량있는 두 감독이 함께한 만큼 이 소재를 어떤 차원으로 이끌어갈지 궁금해진다.
끝으로, 올해 베니스의 비경쟁부문도 화려하다.
'우디 앨런'과 '로만 폴란스키'라는 이름은 영화 때문만이 아니라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모은다. 우디 앨런의 <뜻밖의 행운>은 파리에 사는 부부의 이야기. 아내가 길에서 고교동창을 만나면서 부부 사이의 균열이 벌어지고, 신경질적인 유머가 점화되는 스릴러로 알려져 있다. 로만 폴란스키의 <궁전>은 스위스에 있는 고급 호텔의 신년 축하 파티에서 생긴 일이다. 최소한 누구 하나는 죽어나가야 '폴란스키답겠지'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비경쟁 영화는 다음 두 편이다. 웨스 앤더슨의 <헨리 슈거 이야기>.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는 로알드 달의 작품이다. 앤더슨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2009)도 로알드 달의 원작이었는데 앤더슨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애니가 아니라 실사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히트맨>도 보고 싶은 영화. 히트맨이라고 불리는 조직에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경찰 이야기다. 홍콩의 <무간도>(2002)를 비롯하여 꽤나 닳고 닳은 소재인데, 링클레이터가 정체성을 속여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을지.
이외에도 비경쟁의 작품 중에는 화려함을 과시하는 영화들이 꽤 있다. 올해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파업을 하면서 영화제의 참석도 어렵기 때문에 베니스의 분위기가 이전만 못 할 거라는 말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스크린에서 즐기는 화려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매력적이라면 레드 카펫의 열기는 덜해도 괜찮지 않을까.
최근 베니스와 아카데미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베니스 영화제가 골든 글러브 이전에 가장 먼저 아카데미를 예상하게 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인상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 영화만 좋다면 장땡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도 좋고, 다른 것도 좋으려는 영화제의 야망과 본성이 정말 어려운 것임을 종종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아무리 천 명의 스타가 다녀갈지라도, 단 한 편의 새로운 영화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날은 아닐지라도, 오래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이어주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영화가 어떻게 눈앞에 서 있는지를 증언하는 고백이 기본적인 영화 문화의 토대임은 아직까지 변함없다.
[글 이상용 영화평론가, poema@cco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