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 증가"
박찬욱 감독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 증가"
  • 문건재
  • 승인 2023.06.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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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와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미래'와 '좋은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21일 온라인을 통해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CEO 테드 서랜도스,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 유튜브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캡처

먼저, 박찬욱 감독과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박찬욱 감독은 '전,란'의 제작에 참여한 것은 물론, 신철 작가와 함께 공동집필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넷플릭스가 ('전,란'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돈이 아주 넉넉하다는 건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 제작비라는 건 아무리 많아도 더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넷플릭스가 좋은 지원 약속해줘서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편집이 돼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라고 밝힌 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택 폭이 넓어진다"고 넷플릭스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일단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 온 것도, 함께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세계가 한국 영화와 사랑에 빠진 지 오래됐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처음 지원한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그때도 한국 영화 수준에 대해 대단하다, 따라올 자 없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작품도 거장의 손에서 탄생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이야기한 예산과 창작의 자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테드 서랜도스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팬심을 고백했다. 그는 "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극을 좋아했고 식사를 하면서 '헤어질 결심'에 대한 얘기에 대해 나눴다. 이 작품을 여러번 봤고, 여러번 볼 것 같은데 레이어가 다층적인 부분이 좋았다. 제 인생에 많은 끼친 영화라 반가웠다"며 "이처럼 넷플릭스는 훌륭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게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께 작업하는 건 크나큰 영광이고 특혜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구독자와 창작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인데 저는 그 일을 하는 게 즐겁고 하나하나 계속 해나가는 게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의 역할에 대해 "넷플릭스가 하는 일은 좋은 스토리, 스토리텔러를 고르는 것"이라며 "원하는 스토리를 최대한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게 지원해 원하는 스토리를 최대한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튜브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캡처

박찬욱 감독과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의 미래'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다양하게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서 좋은 스토리텔러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될 수 있다 생각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 활용에 따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스크린 통해 보는지, 앉아서 보는지 등에 대해 얘기하지만 영화관에서 스크린으로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기 때문에 우리는 방대한 영화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시네필이 되기에 최적기이자 황금기"라면서 "넷플릭스는 그 좋은 경험 만들고자 계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미래에 대해 "특별히 미래에 대해 예측하는 건 없다. 저도 여러분과 똑같이 겁도나고 기대도 된다. 크게 봤을 때 영화 미래는 결국 다양성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몇 십년 전에는 커다란 카메라와 그걸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가 있어야 영화를 만들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만들지 않나, 그런식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결국엔 극장에서 개봉하는 시대가 됐다. 만드는 데 있어서 장벽은 많이 낮아졌고, 편집만 해도 그렇다. 편집툴은 누구든지 다룬다. 전문가가 없어도 더 기발하고 더 상상 초월한 발상 전환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를 보는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를 전화기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만큼은 저도 좀 힘들더라.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걸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나쁜 일은 아니다. 더 좋은 소식은 개봉하는 영화만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오래된 영화를 당장 볼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관심도 없었던 영화를 알게 되는 시대가 됐다"고 전했다.

 

ⓒ 유튜브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캡처

두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테드 서랜도스는 "관객들은 두 가지를 원한다. 감정적인 연결, 탈출구라 생각한다.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거나 두 시간 동안 다른 곳으로 탈출하고 싶어하는데 좋은 영화는 둘 중 하나를 해준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롭고 진실될수록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며 "저는 '괴물'을 본 그 이후로 한국 영화를 많이 보게 됐다, 지금도 20년 전 보는 영화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이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우린 개인으로서 경험도 한정돼있고 만나는 사람도 뻔하고 좁다. 우리 자아의 협소한, 편협한 걸 넓혀주는 걸 잘하는 게 좋은 영화"라고 답했다. 이어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전혀 모르는 세계를 파고들 수 있다. 꼭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간 심리를 잘 묘사하거나 달랑 두 사람만 나오는데 지독하게 파고들거나,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과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연결시키는 영화가 좋은 영화 같다"면서 "그런 영화를 보면 넓어진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어 "좋은 영화를 만드는 힘은 그런 식의 비전, 그런 식의 통찰력을 가진 감독이 그걸 어떻게 표현해내느냐 거기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박찬욱 감독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에 대해  "한국 사람만의 어떤 종특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개개인 필름메이커 개성이 중요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모, 조부모의 세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역사적으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일세 시대와 남북 분단, 독재 시대, 계급 갈등, 젠더 갈등 등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이 많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압축적으로 겪으면서 바람 잘날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며 "웬만한 자극에는 끄덕도 안 하는, 흥미가 당기지도 않는 나라에 사니까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는 자극적인 것 같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웬만하면 안 되니까 감정의 폭이 엄청나게 진폭이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하는 여러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 웃기면 끝, 슬프면 끝이 아니라 웃겼다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야 한다, 그런 게 아니라면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냈다 생각 안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우리 인생이 꼭 이러지만은 않다 생각하니까 여러 감정들이 다 부글부글 끓고 그래야 한다. 어떤 영화는 차분하기도 하고 냉정하기도 하고 그런 영화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콘텐츠 특징이 인류가 가진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니까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는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면 산업이 잘 되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긍심을 느껴서 발전해온 것 같다"고 칭찬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창조적인 커뮤니티로 성장해왔다 생각하고 그 덕에 평단, 관객에게도 호평받는 영화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아르CoAR 문건재 기자, ansrjswo@ccoart.com]

문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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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운영위원 및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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