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절제를 절제하며, 웃어보자
[interview] 절제를 절제하며, 웃어보자
  • 홍상현
  • 승인 2022.03.2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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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넷팩상 수상작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야마구치 준타 감독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어둡고 무겁게 시작한 시간여행 스토리가 얼마나 소소하고 기발하며 ‘가성비’뛰어난 장편독립영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어둡고 무겁게 시작한 시간여행 스토리가 얼마나 소소하고 기발하며 '가성비'뛰어난 장편독립영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마술(the magic trick)이 완성되면 판타지 작가는 다른 모든 것들을 인간적이면서도 실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진부한 세부사항을 손질하고 가설은 엄격히 고수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가정을 벗어나는 부가적인 환상은 발상이 무책임하고 어리석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1934년에 나온 소설집의 서문을 읽다 근 한 세기 전에 SF의 작법에 이토록 유용한 지침을 내놓은 사람이 있었나 싶어 감탄한다. 가난한 크리켓 선수의 아들로 어려움을 딛고 자라나 대학 강단에 서고, 노동당 정치인으로 명성을 얻는가 하면, 2차 세계대전 때는 가열 찬 평화운동을 펼치며 나치-독일, 파시스트-이탈리아와 각을 세웠던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 허버트 조지 웰스다.

SF연구의 태두 제임스 건 전 캔자스대 명예교수는 글쓴이와 독자 모두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요소가 존재할지라도, 작가는 이를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정진해야한다던 웰스의 접근이 SF 장르에 크게 공헌했다고 평가한다. 물론이다. 웰스는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던 개념들에 현실감을 부여함으로써 생체실험으로 탄생한 반인반수(『모로박사의 섬』)나 투명인간(『투명인간』), 화성인(『우주 전쟁』) 등이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등장하는 인류문화사의 킬러콘텐츠들을 내놓았다.

 

야마구치 준타 감독은 적지 않은 마니아 팬이 존재하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핀오프 「경시청 수사 자료 관리실」시리즈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야마구치 준타 감독은 적지 않은 마니아 팬이 존재하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핀오프 「경시청 수사 자료 관리실」시리즈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특히 첫 장편소설 『타임머신』은 시간여행을 그 어떤 작품보다 실감이 나게 그려내 과학적 상상력의 단초를 제공했다. 다만, 여기서 우리는 『타임머신』을 낳은 상상력의 기반이 당대의 현실, 즉, 자본주의의 성립과 계급의 고착화를 비판하기 위한 알레고리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타임머신』이 보여주는 서기 802,701년의 세계에서 서민들은 불을 두려워하는 지하세계의 괴물이며, 지상에서는 소인화된 귀족들이 호의호식을 누린다. 적자생존의 이론을 인간사회에까지 적용시키려 했던 찰스 다윈에 대한 풍자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르적 상상력이란 문화산업의 진보와 더불어 대중화ㆍ연화(softening)를 거듭하기 마련.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야마구치 준타에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초청과 넷팩(NETPAC,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2020)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둡고 무겁게 시작한 시간여행 스토리가 얼마나 소소하고 기발하며 '가성비' 뛰어난 장편독립영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나의 모습 안에 같은 모습이 작게 수없이 나타나는 것"을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단어자체는 대번에 감이 오지 않지만, 이미지를 보면 누구나 '아!'하며 무릎을 치는 드로스테 이펙트(dros'teeffect)를 타이틀에 사용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내용은 이렇다.

역 앞 상점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카토는 일을 마치고 위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기타를 연주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미래의 자신이 TV화면에 나타나 말을 건다. 어찌된 영문인지 카토의 방에 있는 TV와 카페의 TV가 2분의 시간 차이로 연결되어 있다. 타임워프(time warp, 시간 왜곡ㆍ공상 과학 소설 등에서 묘사되는 현상으로 과거나 미래의 일이 현재에 뒤섞여 나타나는 것. ※ 주)가 시작된 것이다.

적지 않은 마니아 팬이 존재하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핀오프 <경시청 수사 자료 관리실>시리즈의 연출자로 한국 관객에게 다가와,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야마구치 감독을 만났다.

 

당신은 TV화면 속에서 2분 후의 내가 말을 걸어오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 적이 있는가.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당신은 TV화면 속에서 2분 후의 내가 말을 걸어오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 적이 있는가.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홍상현

여섯 번째 장편으로 처음 BIFAN에 오셔서 넷팩(NETPAC)상까지 받으셨습니다.

야마구치 준타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따로 길게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시아 최대의 장르영화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초청작품에 주어지는 상까지 받게 되니 너무 영광이에요. 관계자 여러분과 한국 관객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홍상현

특히 이번 BIFAN에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한국 OTT 서비스인 웨이브에서 거장 조지 A. 로메로의 미공개작 <놀이 공원>과 함께 관객 선정 베스트 10에 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는데요.

야마구치 준타

예, 그 점도 정말 감격스럽고 기뻤는데요. 아무래도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이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관객들에게 연령ㆍ국적 등을 초월해서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야마구치 준타 감독이 캐스트에게 한 가장 핵심적인 주문은 ‘절제를 절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야마구치 준타 감독이 캐스트에게 한 가장 핵심적인 주문은 '절제를 절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홍상현
"홍상현의 인터뷰"를 통해 뵙는 분들께 항상 드리는 질문인데요.

평소 한국영화를 즐겨 보시는지요. 좋아하시는 작품이나 감독, 배우 등은 있으십니까?

야마구치 준타

그럼요! 발림말이 아니라 진짜 한국영화를 즐겨 봅니다.

제가 한국영화를 좋아하게 만들어준 대표작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 등이 있는데요. 봉준호 감독이야 워낙 유명하시지만, 특히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어요.

또, 최근의 한국영화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면, 시나리오나 연출, 연기, 그리고 주제의식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본영화가 거의 필연적이다 싶게 따라가지 못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통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품들을 보며 많은 감명을 받고는 해요.

 

홍상현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을 내놓으시기 전에도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BS후지의 <경시청 수사 자료 관리실> 시리즈로 이름이 높으셨지만, 아직 감독에 대해 모르는 한국 관객분들도 많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야마구치 준타

한국 관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야마구치 준타라고 합니다. (웃음)

교토에 거점을 둔 유럽기획이라는 극단에 영상디렉터로 소속되어 있어요. 유럽기획은 연극작업 이외에도 방송외주제작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특히 SF와 코미디 장르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 작품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이쪽을 향하게 되고요.

<경시청 수사 자료 관리실>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전혀 새로운 영역을 추구한 드라마입니다. 한 남성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코미디로 꽤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요. 다행히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주신다니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에요.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제작사이며 캐스트와 스태프의 대부분이 소속되어 있는 유로파기획은 교토에 거점을 둔 극단. 연극작업 이외에도 방송외주제작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제작사이며 캐스트와 스태프의 대부분이 소속되어 있는 유럽기획은 교토에 거점을 둔 극단. 연극작업 이외에도 방송외주제작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홍상현

유럽기획은 매년 정기공연에 1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고,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을 만들 당시에도 단 하루 만에 제작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거둬들였습니다. 이토록 호응을 얻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놓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야마구치 준타

원안과 시나리오를 담당한 우에다 마코토 작가가 2013년에 발표한 단편영화 <하울링>이 믿음을 드린 것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들이 TV화면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본다는 스토리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었죠. <하울링>의 내용을 가다듬고 살을 붙여 장편으로 만든 게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이거든요.

 

홍상현

그리고 보니 원안과 시나리오를 맡은 우에다 작가는 이미 유로파기획의 동명타이틀 연극이 원작인 <서머 타임머신 블루스>(2005)에서도 시간을 소재로 하는 기발한 코미디로 평가받은 이력이 있으시죠. 이번엔 어떤 식으로 협업을 하셨는지요.

야마구치 준타

<서머 타임머신 블루스>에서는 그냥 시나리오를 썼을 뿐인 걸로 아는데, 이번엔 훨씬 적극적이었습니다. 각본 집필만 담당한 게 아니라 직접 촬영장에 나와 줬어요.

현장에서 한 일은 시간 측정입니다.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정확하게 2분의 시간축이 뒤틀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거든요. 따라서 이 부분을 제대로 연출해내기 위해 모자라는 대사를 2분에 맞춰 추가하거나 빼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제작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거둬들이는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제작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을 거둬들이는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였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홍상현

크리에이터의 입장에 내재적 접근을 시도해 보면,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이야말로 현실화시키기에 상당히 부담이 있는 프로젝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간적 배경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 따로 세트를 제작할 상황도 아니었잖아요.

야마구치 준타

아,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바로 전 질문에서 언급된 내용이 이미 해답이 나와 있어요. (웃음)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원안과 시나리오를 쓴 우에다 작가의 전작 <섬머 타임머신 블루스>와 상당한 유사점이 있는 작품입니다. 아시다시피 <섬머 타임머신 블루스>는 유럽기획의 연극이 원작인 작품으로서, 한여름의 대학 SF연구회 동아리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바로 이때 축적된 작가의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한 작품이었죠.

 

“주인공인 카토는 아마도 유일하게 TV화면에서 2분 후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는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리어 가장 영화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야마구치 준타 감독의 말이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주인공인 카토는 아마도 유일하게 TV화면에서 2분 후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는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리어 가장 영화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야마구치 준타 감독의 말이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홍상현

역시 그랬군요. (웃음)

심지어 그런 공간적인 제한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도 어찌 보면 무척 재미없는 이야기로 지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2분의 시차'라는 게 딱히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함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면모를 보여줬단 말이죠.

야마구치 준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확실히 '2분의 시차'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이 소재를 어떤 서사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임팩트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 신 원 커트(one scene one cut)'를 활용했어요. 하나의 신을 따로 편집하지 않고 쭉 보여줄 경우, 그 안에서 그려지는 사건이 지극히 사소할지라도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홍상현

가성비가 뛰어난 연출이었다는 이야기군요. (웃음)

한편, 말씀하신 '효율성'이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딱히 과장된 액션이 없이도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내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연출의 포인트가 뭐였는지 궁금한데요.

야마구치 준타

제 주문은 '절제를 절제'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한 신에서 어떤 상황이 제시되었을 때,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 자체를 마음껏 즐기라는 이야기죠. 일단 배우가 주어진 충분히 즐기지 않는다면 보는 입장에서도 딱히 흥이 나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했습니다.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히로인으로 아사쿠라 아키 배우의 캐스팅를 캐스팅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독의 팬심’이었다고 한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히로인으로 아사쿠라 아키 배우의 캐스팅를 캐스팅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독의 팬심'이었다고 한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홍상현

카토 역을 맡은 토사 카즈나리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야마구치 준타

주인공인 카토는 아마도 유일하게 TV화면에서 2분 후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는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리어 가장 영화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웃음)

이 인물을 표현하면서 제가 주안점을 둔 건, 지금의 처지에 꼭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냥 현상유지를 하면 뭐 그럭저럭하지 않나'하는 식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그냥 매사를 적당히 포기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물로 표현해보자는 거였어요. 도리어 그런 사람이 뜻밖에 상황과 조우한다는 게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켜줄 수 있으니까요.

 

홍상현

나카가와 류타로 감독의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 수상작 <섬머 블룸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사쿠라 아키 배우가 토사 배우와 멋진 케미스트리를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야마구치 준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로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아사쿠라 배우의 캐스팅을 가장 원했던 게 바로 저였거든요. 강조해드리면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히로인 캐스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감독인 저의 '팬심'이었습니다. (웃음) 물론 언급하신 바대로 이미 국제무대에서의 검증을 거친 연기자이기도 한지라 촬영을 하면서도 안정감이 있었고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2분의 시차’를 효과적으로 연출해내기 위해 야마구치 준다 감독이 선택한 영상언어는 ‘원 신 원 커트’였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2분의 시차'를 효과적으로 연출해내기 위해 야마구치 준다 감독이 선택한 영상언어는 '원 신 원 커트'였다. (C)2020 Beyond the Infinite Two Minutes Film Partners

"한국 관객 여러분, 혹시 TV화면 속에서 2분 후의 내가 말을 걸어오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신 적 있으신지요? 대단히 뜬금없으면서도 뭔가 재미있으실 것 같지 않으세요? (웃음)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이런 의외의 사건을 그린 본격 타임 서스펜스 코미디입니다. 평소에 좀처럼 할 수 없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영화의 커다란 매력 아닐까요?

지난여름엔 코로나 19 때문에 직접 뵙지 못했지만, 이 작품으로든 혹은 앞으로 보여드릴 작품으로든 꼭 직접 뵙고, 여러분 모두의 감상을 들어보고 싶어요! 아무쪼록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종일관 자신의 작품처럼 심플하면서도 유쾌한 어조로 대화를 끌어가던 야마구치 감독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뭔가 홍보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물으니 자신과 유로파기획의 동료들이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이후에도 '시간'에 대한 상상을 참신하게 그리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란다.

그와 유럽기획이 (코믹호러 장르의 우에다 신이치로가 그러했듯) 가성비 좋은 보급형 SF 붐을 일으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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