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흔들리는 어른들 사이를 표류하는 소녀
[interview] 흔들리는 어른들 사이를 표류하는 소녀
  • 홍상현
  • 승인 2022.0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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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별의 아이> 오모리 타츠시 감독
극장가에서는 소확행 붐을 주도한 「일일시호일」로 유명한 오모리 감독은 데뷔작 「게르마늄의 밤」이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차기작 「켄타와 준과 카요짱의 나라」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차례로 초청되면서 70년대 생 영상작가군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극장가에서는 소확행 붐을 주도한 「일일시호일」로 유명한 오모리 감독은 데뷔작 「게르마늄의 밤」이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차기작 「켄타와 준과 카요짱의 나라」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차례로 초청되면서 70년대 생 영상작가군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Espérez! Plus d'espérance!

Trois jours, leur dit Colomb,

En montrant le ciel immense le fond de l'horizon "Trois jours et je vous donne un monde Vous qui n'avez plus d'espoir"

Sur l'immensité profonde, Ses yeux s'ouvraient pour le voir

"희망을 품고 사흘만 기다려라

콜럼버스가 그들에게 말했네

희망을 잃은 너희들에게 사흘이면 세상을 주겠다고 했네

광활한 하늘 저 끝, 새 세상을 보려고 그의 눈이 열렸네"

연영과에 다니며 수많은 이론서의 리퍼런스(reference)로만 접하던 로베르 브레송의 <무쉐뜨>(1967)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98년 생애가 고스란히 세계영화사와 맞물리는 거장의 대표작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쉐뜨(나딘 노르티에르 분)가 음악선생님에게 목덜미를 잡혀 피아노에 고개를 처박고, 눈물을 흘리면서 위에 인용한 '희망가'를 부르는 장면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이어 무쉐뜨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착각 때문에 절망에 빠지는 아르센(장-클로드 가일버트 분)을 위해 이 노래를 한 번 더 부르게 되지만 그런 그가 결국 자신에게 가장 큰 절망을 안겨 주리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인간에 대한 비판적 탐구로 유명한 프랑스 문호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작품 중 가장 먼저 한국어로 번역ㆍ출판된 『무쉐뜨의 새로운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무쉐뜨를 괴롭히는 안타고니스트는 나약하고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덜 자란 어른들'이다. 무쉐뜨의 '희망가'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덧씌워지며 아이와 어른의 한탄스런 역전현상을 각인시킨다.

 

오모리 타츠시 감독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장편상업영화 「마호로 역 앞 다다 심부름 집」이 개봉 48시간 만에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한 뒤 돌연 독립영화계로 복귀해 내놓은 「안녕 계곡」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2013년. 그런 그가 202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바보 타로」에 이어, ‘아이들’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별의 아이」로 전주에 돌아왔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오모리 타츠시 감독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장편상업영화 「마호로 역 앞 다다 심부름 집」이 개봉 48시간 만에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한 뒤 돌연 독립영화계로 복귀해 내놓은 「안녕 계곡」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2013년. 그런 그가 202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바보 타로」에 이어, '아이들'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별의 아이」로 전주에 돌아왔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오모리 타츠시 감독은 <무쉐뜨>의 브레송처럼 아이들이라는 바로미터를 통해 뒤틀린 어른들의 세상을 관조하는 서사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다.

극장가에서는 소확행 붐을 주도한 <일일시호일>(2018)로 유명한 오모리 감독은 데뷔작 <게르마늄의 밤>(2005)이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 차기작 <켄타와 준과 카요짱의 나라>(2010)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차례로 초청되면서 70년대 생 영상작가군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장편상업영화 <마호로 역 앞 다다 심부름 집>(2014)이 개봉 48시간 만에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한 뒤 돌연 독립영화계로 복귀해 내놓은 <안녕 계곡>(2013)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2013년. 그런 그가 202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바보 타로>(2019)에 이어, '아이들'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별의 아이>(2020)로 전주에 돌아왔다.

내용은 이렇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남선생님(오카다 마사키 분)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치히로(아시다 마나 분)의 일상은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것이 착시에 불과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병약한 딸을 금성의 영험함이 구해냈다는 믿음으로 신흥종교에 심취하는 부모들과 학생들의 수군거림에 휘둘리는 교사들. 소녀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굴절된 세상에서, 사라진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철부지 어른들을 바라본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남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치히로의 일상은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것이 착시에 불과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 이 걸리지 않는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남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치히로의 일상은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그것이 착시에 불과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 이 걸리지 않는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홍상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안녕 계곡> 이후, 8년 만에 영화비평가대상 작품상에 빛나는 <별의 아이>로 다시 전주에 오셨습니다.

오모리 타츠시

영화 <별의 아이>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서 너무 기쁩니다. 코로나 19만 아니었으면 아름다운 도시 전주를 찾아가 영화와 넉넉한 인심, 거리의 고풍스럽고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홍상현

평소 한국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도 유명하신데요.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2021)로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동시 수상했다는 소식에 대단히 기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모리 타츠시

물론이죠! 이웃나라 영화인으로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한국영화영화인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부러운 한편, 같은 아시아의 영화인으로서 무척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병약한 딸을 금성의 영험함이 구해냈다는 믿음으로 신흥종교에 심취하는 부모들과 학생들의 수군거림에 휘둘리는 교사들. 소녀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굴절 된 세상에서, 사라진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철부지 어른들을 바라본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병약한 딸을 금성의 영험함이 구해냈다는 믿음으로 신흥종교에 심취하는 부모들과 학생들의 수군거림에 휘둘리는 교사들. 소녀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굴절 된 세상에서, 사라진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철부지 어른들을 바라본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홍상현

<별의 아이> 외에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나가사와 마사미 배우를 기용한 <마더>가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고, 2019년에는 <바보 타로>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셨죠.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세 작품에서 보이는 공통점입니다. 모두 흔들리는 어른들 사이를 표류하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는데요.

오모리 타츠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화를 경험하지요.

법률과 도덕적 금기 등을 지키면서 학교라든가 회사의 규칙을 배워갑니다. 아울러, 수많은 영화들이 이와 궤를 같이하면서 만들어져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다르잖아요. 아직 길 위에 있는 까닭에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으니까. 저는 진짜 드라마나 로맨스가 바로 이와 같은, 즉, 회의하는 지점에서 태어난다고 봐요. 영화의 스토리텔링이란 '누구나 다 아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니까요.

 

홍상현

<별의 아이>는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이마무라 나쓰코 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물론 그 자체로 뛰어난 작품이지만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모리 타츠시 영화'로 재창조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오모리 타츠시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바로 작품을 읽고 난 직후 드는 생각입니다. 다른 정보가 일체 없는 상황에서의 느낌. 소설 『별의 아이』의 포인트는 14세 소녀가 경험하는 '마음의 흔들림'이었어요. SNS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순화된 언어들과 구별되는.

최근 들어 마치 CF처럼 즉자적인 수용에 힘을 쏟는 영화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언어를 넘어서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컨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1954)의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소녀와 한 사내의 여정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될 테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어느 가족」에서 관객의 시선을 보았던 마키타 아쥬 배우는 「별의 아이」에서도 예의 독특하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요코하마영화제 조연여우상을 받았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트루 마더스」에서 관객의 시선을 보았던 마키타 아쥬 배우는 「별의 아이」에서도 예의 독특하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요코하마영화제 조연여우상을 받았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홍상현

현대사회의 문제를 그리면서 소재 선택에 성역이 없으신 걸로도 유명합니다. <바보 타로> 로케 당시에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정신지체인 수용시설에서의 촬영을 결행하셨는데요. 이번 <별의 아이>에서도 대단히 민감한 주제인 사이비 종교 문제를 다루고 계십니다.

오모리 타츠시

<기생충>이나 <어느 가족> 같은 작품을 보면, 고용된 집에서 은밀한 생활을 이어간다든지, 절도라는 범죄행위를 통해 결속을 다지는 등, 사람들이 상상하는 범주를 넘어선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저도 사이비종교시설이나 정신지체인 등이 모여 있는 공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닙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건 결국 어떤 공간이 아니라 그곳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달려있으니까. 시험문제의 정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면 논리적인 글을 쓰는 걸로 충분할 겁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문제가 전혀 다르겠지만요. (웃음)

 

홍상현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그리는 다양한 표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모리 타츠시

어른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룰을 중시하죠. 경찰이나 <별의 아이>에 등장하는 교사 같은 사람들은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인간은 모순을 안고 있는 존재인 까닭에 이미 숙지하고 있는 규칙을 넘어서는 순간과 맞닥뜨리기 쉽습니다. 바로 이때, 스스로 '정상적인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괴리를 견디기 힘들지요.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패러독스(paradox)가 튀어나오는 지점입니다.

<별의 아이>의 캐스트에게 가장 먼저 숙지시킨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그러나 좋은 배우들은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까닭에 문제없이 촬영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모리 타츠시 감독은 말한다. “아시다 배우 또한 저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줬어요. 즉, 치히로라는 가공의 인물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아시다 마나에 치히로를 맞춰가는 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작업방식은 제 세계관과도 맞닿아있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저와 아시다 배우는 전자의 방향에 따라 「별의 아이」를 만들었습니다.”(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오모리 타츠시 감독은 말한다. "아시다 배우 또한 저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줬어요. 즉, 치히로라는 가공의 인물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아시다 마나에 치히로를 맞춰가는 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작업방식은 제 세계관과도 맞닿아있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저와 아시다 배우는 전자의 방향에 따라 「별의 아이」를 만들었습니다."(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홍상현

비주얼 면에서의 새로운 시도도 성공적이었습니다. 특히 극장판 <이니셜 D> 등으로 유명한 가즈키 구니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호평받았는데요.

오모리 타츠시

주인공 소녀는 말주변이 어눌하고 감정표현도 서툰 캐릭터죠. 시종일관 망설이면서 생각을 거듭합니다. 이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애니메이션이 효과적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일부 시퀀스에 사용해 본 거예요. 또, 애니메이션에는 어떤 대상에든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잖아요. 해서, 그녀의 심장고동이 관객에게 직접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홍상현

<버니드롭>에서 '천재 아역배우'로 불린 아시다 마나 배우가 6년 만에 실사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아시다 배우와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오모리 타츠시

아시다 배우는 놀라울 정도로 총명하죠.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캐스팅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시다 배우를 캐스팅하던 시점에 전 이미 그가 <별의 아이>의 주인공 치히로 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존재 말이죠.

다행히 아시다 배우 또한 저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 줬어요. 즉, 치히로라는 가공의 인물에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아시다 마나에 치히로를 맞춰가는 작업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작업방식은 제 세계관과도 맞닿아있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저와 아시다 배우는 전자의 방향에 따라 <별의 아이>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작품에의 공헌도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오카다 마사키 배우의 연기는 「별의 아이」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오모이 타츠시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하는 그를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작품에의 공헌도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오카다 마사키 배우의 연기는 「별의 아이」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오모이 타츠시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하는 그를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홍상현

<트루 마더스>에 이어 얼굴을 보인 마키타 아쥬 배우도 독특하고 강렬한 연기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모리 타츠시

그렇습니다. <별의 아이>에서 마키타 배우는 출연분량에 비해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죠. 그는 일본의 청년 여성 연기자들 중 가장 파워풀한 인물의 하나이기도 한데요. 역시 현장에서도 대단하더라고요. 여동생으로 분한 후배와 실제 친자매처럼 지내며 역할에 접근하는 모습에서 집념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본인의 연기철학이 대단히 확고한 배우이기도 하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여동생에게 심하게 구는 신에서 저와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의 세계에서는 때때로 이기주의조차 중요할 때가 있다. 서로에 대해 진정한 믿음만 있다면 에고(ego)마저도 공연자가 받아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설득했습니다.

 

홍상현

한편,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작품에의 공헌도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오카다 마사키 배우의 연기도 <별의 아이>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입니다.

오모리 타츠시

앞서 마키타 배우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평가를 했습니다만, 오카다 배우야말로 에너제틱(energetic) 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연기자입니다. <별의 아이>에 캐스팅하게 된 계기는 그가 무대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의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데는 시사점이 아주 많았지요. (웃음)

 

“어른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룰을 중시하죠. 경찰이나 「별의 아이」에 등장하는 교사 같은 사람들은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인간은 모순을 안고 있는 존재인 까닭에 이미 숙지하고 있는 규칙을 넘어서는 순간과 맞닥뜨리기 쉽습니다. 바로 이 때, 스스로 ‘정상적인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괴리를 견디기 힘들지요.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패러독스가 튀어나오는 지점입니다.”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술회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어른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룰을 중시하죠. 경찰이나 「별의 아이」에 등장하는 교사 같은 사람들은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인간은 모순을 안고 있는 존재인 까닭에 이미 숙지하고 있는 규칙을 넘어서는 순간과 맞닥뜨리기 쉽습니다. 바로 이 때, 스스로 '정상적인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괴리를 견디기 힘들지요.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패러독스가 튀어나오는 지점입니다."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술회다. (C)2020 Under the Stars Film Partners

"<별의 아이>는 14세 소녀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부모의 문제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건 아주 간단하게 정리한 시납시스고요. 조금 달리 표현해보면, 말로 옮기기엔 넘치는 생각, 전해지지 못하는 목소리,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감정, 머릿속에 가득 맴돌지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사고들을 그린 작품이랄까요. 자본이 강요하는 경쟁시스템, 범람하는 언어가 어느 것 하나 소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SNS, 이 모든 것이 뒤엉켜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튕겨져 나간 이들에게 다가가 봤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인류가 고통받는 가운데, 가까운 나라의 이웃들조차 왕래가 어려워진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항상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코로나 19로 OTT 서비스 보급률이 급등하는 현실에서 스크린에 비치는 한 장면 한 장면의 미장센을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어온 작가로서의 고민을 토로하던 오모리 감독은 이내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으로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재설정되고 있는 현실이 어쩌면 또 다른 반전의 기회를 제공해줄지도 모른다는 긍정적 결론으로 대화를 끌어갔다. 한국의 동료 영화인들과 좀 더 밀접하게 교류해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의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아. 그렇게 "두 나라 작가들의 장점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였나, 어느새 그의 눈이 소년처럼 빛나고 있었다.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고토부키홈빌더 영화영상사업부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일 양국 매체에 분석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지부인 일본영화펜클럽 회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 주최 디지콘 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및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심사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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