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JIFF]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낯선 사람들과 동행
[22th JIFF]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낯선 사람들과 동행
  • 오세준
  • 승인 2021.05.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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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이 유아식 언어 장벽 무너뜨리기"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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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철썩이는 바다에서 순식간에 한강을 비추는 카메라는 이어 꽉 막힌 도로 위에 놓인 한 택시 안으로 향한다. 미터기는 곧 40,000원을 훌쩍 넘을 듯 보이고, 택시 기사는 정체된 도로 때문에 화가 난 상태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넘어온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와 8살 아들 마나부은 당최 이 모든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실패한 소설가 츠요시는 한국 사람과 함께 화장품 사업을 하려는 사촌 형 토루(오다기리 조)의 초청으로 서울을 찾았다. 그러나 토루가 이야기한 것과 달리 열악한 상황에 당황스러워하는 츠요시. 설상가상 토루가 동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만다.

한때 잘 나갔던 가수 솔(최희서)은 어느새 관객 하나 없는 어느 상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오빠 정우(김민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동생 봄(김예은)을 위해서 열심히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좋아하고 존경했던 회사 대표가 자신을 고작 데이트 상대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비참한 현실 앞에 주저앉는다. 때마침 부모님의 성묘를 위해 강릉으로 향하던 솔의 가족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선 츠요시 가족과 우연히 만나 동행하기로 한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행복한 사전>(2014), <이별까지 7일>(2015),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9)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시이 유아 감독은 ‘언어 장벽 없애기’라는 재밌는 시도를 보여준다. 인물들 사이에 온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불협화음 속에서 그들만의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여기에는 인물들의 우정, 두 가족 간의 이해와 공감, 츠요시와 솔 사이의 로맨스까지 문화의 차이를 개의치 않은 다양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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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곱씹도록 만드는 것은 이 영화의 방향성이다. 강릉으로 향한다는 목적과는 별개로 영화는 시종일관 이리저리 헤맨다. 잠시 배명현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두 주인공은 도쿄라는 도시를 배회하며 서로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찾아다닌다. 이때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은 이 인물들의 동선을 도저히 알 수가 없게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지속해서 보여주는 곳은 실내뿐이다. 거리에서 배회하는 동선은 반복된다고는 쳐도 그 방향이 계속해서 바뀐다. 철저하게 의도된 이 도쿄의 미로화는 감독이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1), 즉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또한 강릉(혹은 서울이나 한국)의 미로화 속에서 인물들의 동행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핸드-헬드(Hand-Held), 버즈 아이 뷰 앵글, 카메라 패닝 등 다양한 촬영 기법들이 이러한 모습을 더욱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서로 다른 국적의 두 가족을 의사소통 없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게 담기 위해서는 한바탕 소동⎯목적지의 도착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장치들⎯을 만들어 그들이 섞이도록 하는 것이다. 동행을 하는 과정 속에서 솔의 사정이 츠요시에게 들키기도 하고, 하필이면 승합차가 아닌 트럭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 속에서 이동 중에 화물칸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심지어 마나부가 소변이 급해 길가에 잠시 세운 순간에도 인물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여기에 츠요시의 아내와 솔의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것, 츠요시와 솔은 천사를 본 적이 있다는 것까지. 이처럼 여러 상황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인물들의 역동적인 몸짓(제스처나 행동)은 마치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교류와 교감의 기표로 작용하는 듯 다가온다.

그러나 서사가 헐겁다. 어떤 순간은 지나칠 정도로 뜬금없고, 또 어떤 순간은 너무 갑작스럽다. 누군가는 억지스럽다고 이야기할 수도, 누군가는 감정을 몰입하기에 부산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또 츠요시와 솔을 제외한 특정 인물들이 단순히 극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쉽사리 지우기 어렵다. 그렇지만 영화가 시종일관 유지하는 밝은 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을 망각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며, 이러한 분위기를 지속시킬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스태프와 100% 한국 올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이케마츠 소스케와 오다기리 죠, 그리고 최희서, 김민재, 김예은이 앙상블을 이루며 연기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1)  코아르CoAR 배명현,<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계속되는 희망...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 영화 '당신은
ⓒ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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