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JIFF] '개구리들' 여백과 함께 담은 누군가의 삶
[22th JIFF] '개구리들' 여백과 함께 담은 누군가의 삶
  • 선민혁
  • 승인 2021.05.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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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나, 러닝타임 내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
ⓒ 전주국제영화제

<개구리들>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론트라인' 초청작으로 에드가르도 카스트로(Edgardo CASTRO) 감독이 연출했다.

197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으로 첫 장편 영화<라 노체>(2016)를 통해 제 18회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에스가르도 카스트로 감독의 세 번째 영화 <개구리들>은 한 여성이 보내는 일상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바바라는 '개구리들' 중의 한 명이다. '개구리들' 이란 감옥에 있는 배우자나 애인을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바바라는 그녀가 살고 있는 곳에서 몇 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 감옥으로 매주 방문한다. 그리고 감옥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을 그에게 제공한다. 그녀는 음식을 가져가기도 하고, 그들의 딸을 데리고 가기도 하며, 면회실에 마련된 방에서 성교를 하기도 한다. 핸드폰과 약물을 몰래 반입하여 전달하기도 한다. 교도소의 면회실은 마치 평범한 식당이나 카페와도 같은데, 이곳에는 바바라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더 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77분으로 짧은 편이나, 호흡은 길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카메라는 바바라의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담는 데에 집중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담긴 바바라의 삶은 순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부양해야 하는 어린 딸이 있으며 도심으로 나가 길을 거니는 행인들을 하나하나 붙잡거나, 가정집의 초인종을 눌러 양말을 판매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바바라는, 먼 거리의 교도소에 있는 남자친구의 면회를 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면회를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는 곳에는,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서 있다.

 

ⓒ 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개구리들>은 여백이 많은 영화로 느껴진다. 인물의 대사가 매우 적은 편이며 인물들이 처한 자세한 상황들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제공하기도 하나, 인물들을 더 들여다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관객들은 영화의 초반부에 나온, 바바라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가 바바라의 애인인지, 가족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관계인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또 바바라의 남자친구가 어떻게 해서 감옥에 들어가게 된 건지에 대해서도 추측하기가 어렵다. 가장 아쉬운 점은 바바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면회 중에,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를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지속적인 면회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면회를 위해 먼 거리의 고된 여정을 기꺼이 떠나며, 남자친구가 감옥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전해주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그녀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알 수는 있으나, 내면을 들여다보기는 다소 어렵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영화의 불친절함과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는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없었다는 것이다. 흔하지 않은 소재의 힘일 수도 있으나, 그에 어울리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적절한 타이밍의 장면 전환 등 기법적인 부분들이 영화의 일관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영화 '개구리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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