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JIFF] '아웃사이드 노이즈'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22th JIFF] '아웃사이드 노이즈'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 선민혁
  • 승인 2021.05.03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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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불안을 공유하는 인물들이 흥미롭다"
ⓒ 전주국제영화제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섹션 초청작으로 테드 펜트(Ted FENDT) 감독이 연출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으로 <숏 스테이>(2016)와 <고전주의 시대>(2018)를 포함하여 여섯 편의 영화를 연출한 테드 펜트 감독의 작품들은 빈국제영화제, 뉴욕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필마드리드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그의 다른 영화들처럼, 비전문 배우들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졌다. 인물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들을 통해 전개되는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 이야기는 절묘한 일관성을 통해 흥미를 유발한다.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주요 인물인 다니엘라, 미아, 그리고 나타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자신의 도시로 여행을 온 친구를 위해 집을 공유하며, 인상 깊게 읽은 책의 문장을 공유하고, 곤경에 처한 친구를 대신해 일을 처리해주기도 하며, 초대받은 파티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가 지인을 소개하는 등 스케줄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공유하는 것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안이다. 이들은 서로의 불안을 공유한다.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이 많은 다이애나와 즉흥적으로 시작했던 석사학위가 거의 끝나가는 미아는 불면에 시달린다. 나타샤 또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라 고민이다. 이들은 서로 자신이 가진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직접적으로 불안하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느끼는 불안은 분명히 존재하나 존재감이 크지는 않아 그것의 유무와 성질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려운 모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것을 인지하지만,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없어 해결할 방법 또한 마땅치 않다.

 

ⓒ 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시각적 분위기 또한 이러한 모호함에 기여한다. 햇볕이 자주 등장하는, 전반적으로 밝고 따뜻한 ‘불안’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들은 주인공들이 놓인 상황과 대비되는 듯하면서도 잘 어울린다. 이들은 공원에서 테라피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의 내면과 마주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결국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불안을 곁에서 떼어놓지는 못한다. 이들은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같은 것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공유하기 때문인지, 이들이 불행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는 시간의 순서에 따른 명확한 줄거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장면들의 순서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 또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후에, 다시 첫 번째 장면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과 관계없이, 인물들은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것만 같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이 영화에 몰입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관객들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역동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스토리의 흐름과 마치 극영화가 아니라, 현실의 인물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은 것만 같은 장면들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듯하면서도 하루하루 다른 이들의 일상과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그것을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 적당히 공유하며 불안과 함께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 흥미를 느낄 관객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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