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완성된 캐릭터의 힘
[NETFLIX]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완성된 캐릭터의 힘
  • 선민혁
  • 승인 2021.04.15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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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강렬한 질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블루스의 어머니인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와 그녀의 밴드 멤버들의 이야기로, 1927년 시카고의 한 녹음실을 배경으로 한다. 오거스트 윌슨의 연극을 각색한 이 영화는 적은 공간에서 인물들의 대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연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모르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 관객들은 몰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나 적응을 마친 후에는 각 캐릭터들이 펼치는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마 레이니가 녹음을 진행하기로 한 스튜디오에 그녀의 밴드 멤버들이 먼저 도착하고, 그들은 그녀를 기다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마 레이니가 도착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녹음이 시작된다. 영화의 표면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이 단순한 줄거리에도 갈등과 긴장감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러한 요약만을 듣고 이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좋은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러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플롯은 단순하지가 않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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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와 밴드 멤버들이 녹음을 하는 이야기'라는 표면적인 스토리 위에, 캐릭터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자신의 사상을 주장하기도 하고,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그들의 대사를 통해 펼쳐진다. 플래시백은 없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플래시백이 없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머릿속으로 그린 상상을 영화에 실재했던 장면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로 생생했다. 넷플릭스로 이 작품을 감상했기 때문에 영화를 다시 재생하여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곧장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면 영화에 플래시백이 곧잘 활용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레비(채드윅 보스만)가 겪은 유년시절의 사건과 커틀러(콜맨 도밍고)가 들려주는 한 목사의 이야기, 톨레도(글린 터맨)가 주장하는 그의 사상, 마 레이니가 가진 블루스에 대한 태도와 그녀가 겪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오직 그들의 대사와 몸짓만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지는데도, 마치 다른 영화적 장치를 통해 전달받은 것처럼 생생하게 보인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애환이 담겨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캐릭터들의 힘이 분명한 영화라고 할 만하다. 초반에는 몰입되지 않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어도,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이해되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한정적이라고 할 만한 영화의 시간, 공간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이 가지고 있는 서사는 충분하며 배우들의 호연이 이를 완성한다. 색이 분명하여 다른 인물들과 갈등을 만들면서도 인간적인 나약함이 감춰지지 않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레비를 생동감 넘치게 완성하는 채드윅 보스만의 모습은 그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게, 믿고 싶지 않게 만든다. 블루스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의 권위를 가진 마 레이니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의 강한 고집을 부리기도 하는데 한바탕의 역정이 끝난 후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그녀의 표정은 묘하다. 비올라 데이비스가 완성시키는 이 얼굴에는 마 레이니가 평소 담담하게 뱉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그녀가 겪어온 고난들이 녹아 있는 듯하다. 두 주연 캐릭터뿐만 아닌 커틀러, 톨레도, 슬로우 드래그(마이클 팟츠) 등의 인물들도 각자의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캐릭터들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조력하기도 하며 조화를 이룬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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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우여곡절 끝에 녹음을 하는 밴드의 이야기라는 표면적인 스토리 위에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대사를 통해 얹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캐릭터의 개성과 배우의 역량에 기대는 작품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영화는 잘 짜여진 플롯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가 명확한 인물들이 뱉어내는 이야기들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것들을 '그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에 그치지 않게 하며 강렬한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녹음실의 주인인 스터디밴트(조니 코인)에게 곡을 팔아 자신의 밴드를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레비의 믿음은 깨진다. 좌절과 분노에 찬 그의 칼끝은 애꿎은 톨레도를 향하게 되고 레비의 곡은 도난당한다. 마 레이니는 커틀러와의 대화에서, 백인들은 블루스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블루스를 연주하는 백인들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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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Ma Rainey's Black Bottom

감독

조지 C. 울프George C. Wolfe

 

출연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
비올라 데이비스Viola Davis
글린 터먼Glynn Turman
콜맨 도밍고Colman Domingo
테일러 페이지Taylour Paige
조니 코인Jonny Coyne

 

제공 넷플릭스

제작 2020

상영시간 93분

등급 15세 관람가

공개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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