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준익 감독 '자산어보', 흑백이 아닌 자산의 색으로 표현한 작품
[현장] 이준익 감독 '자산어보', 흑백이 아닌 자산의 색으로 표현한 작품
  • 오세준
  • 승인 2021.03.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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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8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배우 설경구와 변요한, 이정은, 이준익 감독이 참석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자산어보'는 흑산도에 유배를 간 정약전이 흑산도 청년 창대의 도움으로 자산어보를 만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흑백의 사극 영화다. '왕의 남자'로 대한민국 최초의 '천만 사극'을 만들었던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자 '동주'에 이은 두 번째 흑백 영화다. 배우 설경구가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 역을, 변요한이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 역할을 맡았다. 또한 이정은이 지낼 곳 없는 정약전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흑산도 여인 가거댁을 연기했다.

전쟁이나 정치사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을 스토리의 동력으로 삼는 보통의 사극과 달리 그 시대에 몸부림치며 살아왔을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에서 '자산어보'를 연출했다는 이준익 감독은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어서 시나리오 쓸 때가 현장에서 영화 찍을 때나 함부로 찍어나갈 수 없는 소재"라며 "조선의 서학이라는 천주교가 들어오게 되는 것부터 시작해 바로 사건, 튕겨 나가는 인물의 사연에 들어간다. 약전, 약용은 기록이 있어서 어느 정도 표현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창대는 기록에 이름만 있고 자산어보 내용에 창대가 언급한 몇몇 구절이 있었을 뿐이다. 창대 이야기 배경은 허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고증과 허구가 적절하게 짜인 작품이다. 흑백이라는 것을 선택하면서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고집해서 흑백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사도세자와 윤동주, 박열에 이어 또 한 번 역사 속 실존 인물 정약전을 스크린에 끌어온 이유에 대해서 이준익 감독은 "사극을 여러 편 찍으면서 궁극적으로 근대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고민했고, 근대성 관련된 여러 작품을 봤다. 동학이나 서학을 다룬 작품이 여러 개 있었고 일제 강점기도 있었지만 그 시대와 불화를 겪은 어떤 개인들을 찾아내면 그 안에서 이 집단이 갖고 있던 근대성의 씨앗이 보일 것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약전의 선배들도 박지원 등이 있다. 정약전은 정약전과 구분이 된다. 영화는 정약전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정약전의 가치관의 대립이 아닌 차이를 얘기하고, 차이 속에서 창대라는 인물이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년 전 일이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흑백 영화인 '동주'와의 연출 차이점과 관련해서는 "동주는 일제 강점기이고 28살에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젊은이다. 밝게 찍는 것이 비현실적이어서 어둠을 깊이 있게 다뤘다. 활짝 웃는 장면이 별로 없다"며, "'자산어보'는 어둠보다는 밝음이 흑보다는 백이 많은 것을 차지한다. 모든 인간은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지만 헤쳐나가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흑백으로 담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자연이 있다. 흑백으로 안 느껴지고 칼라보다 더 많은 색이 가득찬 자산의 색이 보인다. 색이 없는 것 같으나 그 안에 많은 색을 갖고 있는 자색이라고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더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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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고 말한 설경구는 "사실 실존 인물, 그리고 큰 학자의 이름을 실제 이름을 배역으로 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라며 "약전에 대해서 더 연구하고 공부했다기보다는 촬영장인 섬에 들어가서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과 잘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사극이 처음이라서 거기서 오는 초반의 어떤 과정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용기 주셔서 그 말을 믿고 했다. 다 믿고 했었다"며,  "그 전에 몇 번 제의가 있었을텐데 사극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랬는지 겁이 나서 그랬는지 미루다가 이제 하게 됐다. 나이 먹고 하니까 더 괜찮았다. 다른 사극과 다르게 섬에서 촬영해서 똘똘 뭉쳐 촬영했다. 재밌고 즐거운 작업이었고, 한 번 더 해도 괜찮을 거 같다"고 밝혔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변요한은 영화를 보고 난 직후 설경구에 대해 애정과 존경을 표했다. "빈말을 잘 못하는데 여러가지로 많이 느끼고 배웠던 순간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 안 주시려고 해도 인생 덜 산 동생, 후배로서 보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여러가지 많이 느낀 게 있다. 설명하면 밤 새울 것 같다"고 밝혔다. 설경구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었고, 신분을 뛰어넘어서 창대도 저의 스승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고 벗이 되는 영화"라며 "변요한과 스승과 제자 관계는 아니었지만 자연 속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또한 "(설경구와) 학창시절부터 친했고, 오빠가 군대 제대 후 학교를 다녔다"며, "너무 친해서 연인 연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했는데 친하니까 무엇이든 해보게 되더라. 오붓하게 앉아 기대는 신은 감독님이 많이 얘기해주시고, 스스럼 없어서 여러 개를 해볼 수 있어서 여러가지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설경구도 "이정은이 다 얘기해줬다. 담백하고 깔끔했다"며 소감을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우진, 최원영, 윤경호, 조승연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준익 감독에 따르면 이 배우들은 한두 번 나오는 작은 역할임에도 기꺼이 출연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캐스팅 비결에 대해 "비결 하나도 없고, 그렇게 캐스팅을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제일 먼저 참여하게 된 설경구가 이런 영화에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도 관객들이 익숙하고 친숙한 배우가 나오면 좋겠다. 유명한 배우가 아니라 친숙한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가 상업적이지 않고, '자산어보' 정약전은 더 모르겠고 이야기는 좋은데, 관객들이 편하게 접할 방법은 작은 역할이라도 익숙한 배우가 나오면 마음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며 처음에는 1회, 2회차밖에 촬영을 하지 않아 캐스팅을 걱정해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돋보이지 않는 역할임에도 이런 선택을 한, 우정 출연 배우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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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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