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파이의 아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무엇인지 생각"
[현장] '스파이의 아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무엇인지 생각"
  • 오세준
  • 승인 2021.03.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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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언론 시사회가 3월 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영화 상영 후 화상 연결을 통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국내 취재진 간 대담이 진행됐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한 뒤 2001년 '회로'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피프레시 상을 수상했다. 이어 '밝은 미래'(2002), '절규'(2006) 등이 칸, 베니스영화제 등에 초청받았으며 '도쿄 소나타'(2008)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수상했다. '스파이의 아내'로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스파이의 아내'는 1940년 전쟁의 암운이 드리운 시대,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만주에서 목격한 엄청난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가 이를 만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의 스타배우들이 출연하며, 지난 6월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재제작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이날 영화 상영 후 간담회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여러분이 알았으면 좋겠다. 영화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한국에 대해선 항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해외 감독 중 주목하고 있는 분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봉준호 감독 세 분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스파이의 아내'로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소감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일본에서는 전 세계 여러 영화제에 나가지 않은 영화도 많다. 우리 영화에 상을 주고 봐주는 것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첫 시대극을 연출한 이유에 대해 "1940년대를 배경으로 고른 것은 당시 시대상이 좋지 않고 긴장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대 사회를 무대로 하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며 자유인지 또렷하게 제시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진정한 자유나 행복이 무엇인지 그려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을 많이 들인 작가주의 영화도 있고, 돈을 많이 들이지 않은 상업영화가 있다. 영화라는 것은 상업영화인지, 작가주의 영화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영화계에서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언제나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게 좋다고 본다. 영화라는 존재가 없어진다면 매우 슬플 일인데, 아직은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나오기 때문에 저는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 엠엔엠인터내셔널

첫 시대물을 작업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현대 영화와 가장 달랐던 건 각본에 쓰인 현대어와 다른 예스러운 말투였다. 배우들은 완벽하게 외워서 임해야 했다"며, "다른 영화에서는 애드리브를 할 수 있고 현장에서 떠오른 걸 넣고 추가할 수 있는데, 이번 영화는 짜여진 각본에 있는 대사를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걸 넣지 않았다. 완벽하게 영화 전체를 컨트롤해서 만든다는 것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은 없다. '스파이의 아내'는 완전히 픽션으로 만들어냈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각본 작업을 미리 한 하마구치 류스케, 노하라 타다시가 각본 단계에서부터 만든 인물이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태평양 전쟁과 생체실험을 한 731부대를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균형 사이에서 어떻게 맞췄는지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제를 전하려고 노력했다"며 "두 사람의 대사로 전달하는데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더 상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내(사토코)의 눈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엠엔엠인터내셔널(주)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스파이의 아내'의 캐스팅에 대해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지금 일본에 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여배우 중에 가장 뛰어난 배우는 아오이 유우라고 생각한다. 남자 배우인 타카하시 잇세이 역시 최고의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 이건 비단 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도 그들의 실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이 두 사람을 캐스팅한 가장 큰 이유다"라며 "두 사람이 다른 영화들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느낌을 고려하게 됐다. 꼭 연극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연극적인 연기와 대사를 한다고 했을 때 이 두 사람이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원래부터 많은 예산이 준비된 영화는 아니었다. 큰 테마가 들어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을 설명하면서 일상생활만으로도 무언가 보여줄 수 있고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제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유사쿠, 사토코)의 대사만으로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했다.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상상을 통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이상 표현하려고 해도 예산적인 문제가 있었다. 대신 영상을 통해 아내의 눈으로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그러나 일본에서만큼은 다른 흐름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개봉한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이 대히트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상영하기만 하면 상업적으로 흥행할 수 있는 장소가 영화관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 영화계가 흥행할 수 있는 상업영화만 제작하는 세태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영화는 히트할 수 있는 영화만 극장에 걸어야 하고, 그 이외 사람들이 보지 않을 거 같은 영화는 걸지 않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래서 영화관에 걸리지 않을 영화를 아예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저는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규모의 극장 개봉 영화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는 오는 3월 25일 개봉한다.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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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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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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