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몬스터> '맹수'의 탄생
<럭키 몬스터> '맹수'의 탄생
  • 선민혁
  • 승인 2021.01.1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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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필요한 것은

<럭키 몬스터>는 한 인물이 행운으로 인해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폭주'를 하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꽤 자극적인 서사를 전개한다. 그런데 이러한 서사를 가진 다른 많은 영화들과는 다르게, 빠른 템포를 취하며 스릴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대신 <럭키 몬스터>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 (주)영화사 그램
ⓒ (주)영화사 그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태연함'이다. 영화는 시도하는 일마다 잘되지 않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아내 진희(장진희)의 마음마저 얻지 못하는 극단적인 불행에 놓인 주인공 도맹수(김도윤)를 과장된 시선으로 담지 않고 담담하게 드러낸다. 덕분에 우리는 이 영화를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로 여기지 않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영화가 취하는 이러한 태연함은 튈 수 있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쓰인다. <럭키 몬스터>는 도맹수 한 사람에게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 방송 목소리의 주인(박성준)이 실물로 직접 등장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움직이며 도맹수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등 과감한 시도 역시 존재하는데 영화는 이 특별한 설정을 무게를 잡거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태연하게 관객들에게 드러낸다. 그 결과 영화가 가진 판타지적인 요소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든다.

복고적인 감수성을 통해 특유의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역시 이 영화가 가진 매력 중의 하나이다. 등장인물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영화의 배경을 90년대 후반~2000년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브라운관티브이, 실내 공간의 벽지와 커튼, 인물들의 의상 등 시각적인 디테일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현대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섞여 있는 듯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 (주)영화사 그램
ⓒ (주)영화사 그램

<럭키 몬스터>의 플롯은 복잡하지 않다. 주인공 도맹수는 되는 일이 없었다. 다니는 다단계 회사에서의 실적도 좋지 않았고, 채권자로부터의 협박에도 시달렸다. 환청처럼 자신에게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 때문에도 괴롭다. 동네의 비행청소년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아내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채권자로부터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위장 이혼까지 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라디오방송에서 나오는 숫자를 따라 산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이다. 그를 괴롭히던 돈 문제가 해결되자, 그의 인생은 바뀐다. 도맹수는 실적 압박을 하던 다단계 회사를 그만둬버리고, 채무를 해결한다. 위장 이혼한 아내와 연락이 되지 않아 그녀를 찾아 헤맸었지만, 돈 문제를 해결하니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돈이 많아진 그에게는 돈 이외의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 못 할 일이 없다. 1등 당첨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컨설팅 업체를 통하여 '법이 챙기지 못 하는 일'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어진 도맹수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평소라면 그저 자리를 피했을 상황에서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을 무시하던 동네의 불량학생을 때려눕히고,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로또 복권을 구매할 당시 복권가게에 함께 있었던 노숙자가 자신은 당첨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억울함을 표하며 도맹수가 들고 있던 인형을 빼앗아 달아나자 도맹수는 그를 쫓아가 피를 흘릴 때까지 폭행한다. 도맹수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자신을 공격하여 지갑을 빼앗았던 괴한을 컨설팅 업체에서 찾아내 잡아 두었는데, 그가 자신을 괴롭히던 채권자 노만수(우강민)의 부하임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연락이 안 되던 아내가 스스로 원하여 노만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자 감정이 격해져 그를 죽여버린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도맹수의 폭력성은 본격적으로 폭발하고, 결국엔 아무것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된다.

 

ⓒ (주)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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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맹수가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홀로 걸어 나올 때, 관객들은 한 빌런의 탄생을 그린 히어로물 한 편을 본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의 주변에 있던 토끼 인형처럼 약한 존재였던 도맹수는 어쩌다가 그의 이름처럼 '맹수'가 되었을까. 갑자기 생긴 돈이 그를 '흑화'시켰다고 할 수도 있고, 도맹수의 내면에 존재하는 라디오 목소리의 주인공이 로또 당첨 이후 점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폭력적인 그의 본성이 그것을 억제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자 자유롭게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맹수'의 탄생에는 돈이 필수였다.

[글 선민혁, sunpool2@ccoart.com] 

 

ⓒ (주)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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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몬스터
Lucky Monster

감독
봉준영

 

출연
김도윤
장진희
박성준
우강민
박성일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배급 (주)영화사 그램
제작연도 2019
상영시간 92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20.12.03

선민혁
선민혁
영화를 보는 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 더 자세히 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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