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 정상회담> 통일을 원하십니까?
<강철비2: 정상회담> 통일을 원하십니까?
  • 선민혁
  • 승인 2020.08.18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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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Steel Rain2: Summit, 한국, 2019, 131분)
감독 '양우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소설가 김승옥은 "답을 내리려는 소설은 덜 재미있으며 기본적으로 소설은 질문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을, 어떤 주제를 전달할 때, 독자에게 답을 주장하는 것보다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다. 김승옥의 이러한 견해에는 일리가 있다. 독자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사유의 과정을 거쳐 내리게 된 답은, 누군가가 쉽게 내려준 답보다 더 인상 깊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소설에서뿐만 아닌 영화를 포함한 다른 서사예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년 아메드>(2019)에게 받은 질문으로 관객들은 미성숙한 자아와 광적 믿음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게 되고, <트랜짓>(2018)에게 질문을 받은 관객들은 현대의 난민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미성숙한 자아는 광적 믿음으로부터 보호해야 된다고 말하거나, 난민 문제는 나쁘기 때문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이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답을 내리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질문을 받고 답을 찾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재미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런데 관객들이 모든 영화에 대하여 똑같은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듯, 모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잘 던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의 마지막 장면이 그것과 특히 거리가 멀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장면에서 대통령 역할의 배우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국민 여러분, 통일을 원하십니까?"라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그러나 의문형의 대사를 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 여러분, 통일을 원하십니까?"라는 대사는 영화의 맥락상 관객들에게 '거봐요, 통일 해야겠죠?'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답을 내려준 것이다. 이 장면은 영화가 담은 문제의식에 대하여 생각을 하던 관객들마저 그것을 멈추게 만들어 버리는, 없는 것이 더 좋았을 과한 장면이고 이것이 하필 마지막 장면이라서 더 아쉽다.

그러나 <강철비2: 정상회담>이 관객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영화는 아니다. 마지막 장면처럼 과한 부분들이 있지만, 절제가 잘 된 부분들도 있다. 이 영화에는 '긴장감'이라는 분위기를 억지로 주장하는 각 국 상황실의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장면을 포함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많은 재료들 중에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어 내러티브를 만드는 꽤나 깔끔한 영화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러한 깔끔한 전개의 곳곳에 배치된 유머들이 눈에 띈다. 물론, 몇몇 관객들은 이러한 유머들을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특히 비좁은 잠수함 함장실에서 담배와 방귀라는 소재를 통해 펼쳐지는 유머러스한 장면에 대하여 누군가는 정상회담이라는 소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하고, 남, 북, 미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비유라고 해도 그것이 너무나 가벼워 마치 쌔러데이나잇라이브와 같은 티브이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함장실의 장면 이외에도 한대통령(정우성)과 영부인(염정아)이 수학 과목을 소재로 농담을 하는 등, <강철비2: 정상회담>에는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존재한다. 이런 장면들은 왜 굳이 만든 것일까? 그냥 그것에 관객들이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정상회담이라는 소재에서 나오는 엄숙주의를 해체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의도는 인물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인물들이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수학과 영어를 잘 못하는 대통령,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고 방귀 냄새가 심한 대통령, 툴툴대지만 부탁을 꽤 잘 들어주는 독재자, FM대로 행동하지만 부하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군인 등 각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통해 그들에게 각국의 정상, 혹은 군인이라는 지위 이외의 캐릭터를 부여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각 인물들에 캐릭터가 부여된 탓에, 중반 이후 한대통령과 부함장(신정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관객들은 몰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생존을 응원할 수 있게 된 관객들에게 잠수함 액션씬은 흥미롭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과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 영화이지만, 전개는 깔끔하고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에 3편을 기대해볼 만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코아르CoAR 선민혁 영화전문 에디터, sunpool2@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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