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전 포럼, "영화 여가산업 아닌 핵심 콘텐츠 산업"
영화 발전 포럼, "영화 여가산업 아닌 핵심 콘텐츠 산업"
  • 오세준
  • 승인 2020.08.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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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영화진흥위원회 주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 포럼 개최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영화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를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영화 생산·소비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대응책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김영진 명지대 예술학부 교수(영진위 부위원장), 김여진 영화배우,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전략본부장 등이 나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우선, 발제를 맡은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영화 산업을 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정부 부처들의 인식은 영화를 여가 활동의 부산물이라거나 '당장 굶게 생겼는데 영화가 대수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화를 여가산업이 아닌 핵심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봐야 한다"며,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계에) 직접 지원을 하려 해도 예산이 동반되면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년 종료되는 영화발전기금을 대체할 새로운 기금을 출연하고, 실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별지원업종에 영화업은 제외됐고, 보증기금의 보증 연장·확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영세한 영화기업의 재무상태를 고려해 자체적인 기금으로 영화 특례 보증 신설을 요구했으나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지원책과 중복되는 정책은 피해야 하고 영화산업에 특화적인 지원책에 대한 고민은 아예 없다”며 영진위가 직접 지원하려 해도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영화발전기금(영화관입장료의 3%) 징수가 내년에 종료되는데 영화관람료의 부가세(10%)를 면제하고 부가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영화발전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김영진 영진위 부위원장도 "영진위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영화'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였다"며 "결국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집행할 수 있는 돈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발제자인 최항섭 국민대 교수 역시 "영화 산업을 정치·경제에 비해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오랜 관행과 인식"을 지적하며 "영화는 사회적 가치이고, 이에 종사하는 이들을 사회적 안전망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촬영 현장,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극장과 제작사 등 업계만이 아니라 감독과 작가, 배우 등 창작자들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존인데 한국의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사회안전망 밖에 위치해 있다"며 "영화는 사회적 가치이며 이에 종사하는 이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진 부위원장은 "봉준호라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걸출한 인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지원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감독과 제작자가 모범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시대의 산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의 원칙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재원을 확충하는 등 영화 산업을 지원했다. 

영화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역시 "'기생충'이 거둔 성과는 미국 영화로도 없었던 '이상한 일'이었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진 작품이 나오는 나라라는 것"이라며, "2000년대 초반부터 그런 영화의 비율이 높아졌고, 20년 전(김대중 정부 시절) 이뤄진 정부의 지원들이 좋은 인력이 모여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안 좋으면 제작자들은 관습적이고 전형적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새로운 영화는 접게 된다. 신인 감독과 작가는 그렇게 꿈이 접히는 상황"이라며 "(신인 감독이나 작가들에게) 국가적인 지원을 한다거나 다양성과 새로운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기생충'의 성과를 다시 기대해 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민규동 감독은 "한국의 영화 산업은 세계 5위로 성장했고 한국 영화는 위상이 높아졌지만, 한국 감독들이 처한 현실은 원래 재난 상태였다"며 프랑스처럼 감독의 저작권을 인정해 주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이 길어지면서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이 제안한 'AMC 극장 홀드백 붕괴'나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영화 시장' 등의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시간 관계상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은 생략했다. 향후 추가 토론 자리는 예정되지 않아 영진위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코아르CoAR 오세준 영화전문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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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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