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JIFF] '바다가 없는 마을' 홋카이도에 담긴 소년들의 순수
[21th JIFF] '바다가 없는 마을' 홋카이도에 담긴 소년들의 순수
  • 오세준
  • 승인 2020.05.3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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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다가 없는 마을'(Town without Sea, Japan, 2020, 105분)
감독 '이케다 에라이자'(IKEDA Elaiza)

 

영화 <바다가 없는 마을>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 천국'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이케다 에라이자'(IKEDA Elaiza) 감독이 연출했다.

<바다가 없는 마을>은 <마음 세탁소>(2018), <사다코>(2019)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팔로워들>(2020)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일본 모델 겸 배우 이케다 에라이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쇼와 타이가'는 마을 축제에서 북을 치는 2인조다. 어느 날 타이가는 더는 북을 치지 않겠다고 고백한다. 타이가와 함께 북을 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여겼던 쇼는 그의 결정에 혼란스러워한다. 이렇듯 영화는 홋카이도에 사는 두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속 10대 소년인 '쇼와 타이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후지사와 토루의 대표작이다 <상남 2이조>의 귀폭콤비인 '오니즈카와 류지'가 떠오른다. 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2004)나 <어느 가족>(2018)에 등장하는 소년의 이미지, 자유로우면서도 방황하는, 또 속을 알 수 없는 일본 특유 미소년의 모습이 느껴진다.

<바다가 없는 마을>은 청춘영화와 성장영화이면서 특히, '홋카이도와 타가와'의 공간을 충실히 담아내는 점에서 로컬영화로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영화는 일본의 영화회사 겸 영화학교가 기획한 청춘영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케다 에라이자' 감독이 기획부터 각본, 연출까지 맡았다. 또 그녀는 일본 홋카이도 출신으로 어렸을 적 자신이 살던 공간들을 회상하며 작업을 한 듯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주황빛의 노을이 붉게 물들기 전에 색으로 아련하게 느껴진다.

또 영화는 가족영화의 성격도 가진다. 주인공 '쇼'의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나 할아버지, 아빠, 엄마, 동생 모두가 '쇼'의 고민에 관심을 가지거나, 마치 각개전투를 하듯 개개인이 쇼와 함께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어쩌면 <바다가 없는 마을>은 '지극히 일본영화스럽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일본영화가 가지는 특징들 가진다. 그러나 <바다가 없는 마을>이 품는 이미지, 소년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쇼와 타이가'의 모습은 온전히 이 영화만이 가지는 기질로써 확고하게 다가온다.

더욱이 이 정적인 드라마는 '한 소녀'를 만나며 한층 극의 활기를 더한다. 늦은 저녁 그녀와 함께 학교 몰래 들어간 쇼와 타이가.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복도를 뛰어다니며, 수영장에 들어가는 등 자유로운 몸짓과 즐거운 놀이를 할 때 웃는 어린아이의 표정을 한 채 오직 노는 데 집중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넘실거리는 푸른빛은 자유를 갈망하고 행복을 찾는 소년과 소녀의 감정을 채워준다. 이 순간의 영화는 '여름' 그 자체로, 학교가 끝나고 땀을 흘리며 집으로 뛰어가는 아이에게 시원함을 주고픈 '그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쇼는 오직 타이가와 함께 있기 위해서, 그와 함께 북을 치기 위해서, 그것이 10대 마지막 자신이 느끼는 최고의 행복이라 믿어 왔다. 반대로 타이가는 자신보다 북을 잘 치는 쇼에게 질투가 나고 자괴감이 들어 더는 북을 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북을 치는 것을 좋아하는 타이가. 우정이란 단어로 하나가 되어 멋있는 리듬을 만들었냈던 두 사람. 무엇이 행복일까 고민하는 쇼부터 솔직해지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 하는 타이가. 이들의 이야기는 동네 놀이터, 자주 가는 우동집, 초록색 풀들이 무성한 길 그리고 동네 주민들로 가득 채워진 지역 축제까지 가득 채워진다.

가족 모두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쇼의 여정은 관객인 우린 그와 같이 어렸던 과거를 추억하게 된다. 타이가와의 오해를 풀고 다시 가까워진 쇼. 그렇지만 그는 더는 친구인 타이가에게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10대의 마지막 여름 끝에 찾은 행복의 정체. 영화의 끝에 홀로 바다를 보기 위해서 떠는 쇼를 통해서 그의 성장과 더불어 어른이 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듯 몽실몽실한 감정이 스크린 위로 부드럽게 전달돼 온다.

'이케다 에라이자' 감독의 <바다가 없는 마을>은 첫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소년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끌어냈다. 또한, 지역영화로써 영화는 홋카이도와 타가와를 탐구하는 역할을 성실히 해냈다. 소년의 얼굴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감독의 연출은 뜨거운 태양과 무관하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기어코 관객인 우리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불러일으킬 만큼.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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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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