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조희영, 예측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INTERVIEW] 조희영, 예측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 김민세
  • 승인 2026.0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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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어지는 땅>(2024),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2025)

모든 러브 스토리는 두 번의 반복과 관련한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 <이어지는 땅>(2024)에서 일차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반복의 인상은 구조에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누군가의 과거일 수도 있고 미래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 종종 모던 시네마를 자처하는 영화들은 이러한 반복 속에서 산파되는 이야기들을 관찰하는 곳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기 마련이다. 이때 조희영은 관조하는 자리에 있던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재설정한다. 여기서 카메라가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인물과 카메라 간의 거리를 조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령 대화 장면의 장소를 방 안에서 발코니로 변경했을 때. 그는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있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이면, 카메라라는 하나의 시선이 만드는 벽의 반대편으로 카메라를 옮겨놓는다. 그때부터 인물들은 다시 설정된 장소, 다시 설정된 자세, 다시 설정된 캐릭터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듯 조희영의 영화에서 하나의 인물은 그 설정과 조정의 과정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이것은 <이어지는 땅>의 공민정과 정회린의 얼굴이 내포한 다성적인 측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정면 얼굴로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외화면 영역의 무언가를 응시하는 얼굴로서 카메라 앞에 설 때면 이들의 얼굴은 변장의 기술을 발휘한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음성이 흘러나오고 그 낯의 평면이 시선을 드리울 때, 그 얼굴 너머의 것과 얼굴이 향하는 곳을 계속해서 떠올려보아야 하는 영화. <이어지는 땅>은 그 응시가 향하는 자리에 무심한 자연의 단면을 세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공(空)'에 가까운 이미지에서 무엇을 떠올려야 하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조희영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라는 보다 복잡다난한 구조의 영화로 돌아왔다. 물론 이 영화가 취하는 구조의 방식은 착각과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그가 그리는 러브 스토리는 단순하다. 하염없이 과거의 연인을 그리워하고, 죄책감에 잠에 들지 못하고,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자의 이야기. 근데 이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 안에서 일어난다. 이 세 여성은 세 개의 시선이기 이전에 세 개의 가면이다. 마치 서로가 서로의 분신인 것처럼. 이 얼굴의 시선들이 교환되는 법은 없다. 카메라만이 그 얼굴들을 알아챈다. 그렇기에 이 얼굴의 몽타주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관객이라는 지각의 주체뿐이다.

그런데 이 얼굴들 사이로 지각 바깥의 존재가 끼어든다. 그 어떤 장면에서도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는, 대화의 자리에는 존재하지만 그 바깥의 얼룩으로 간신히 남아있는, 혹은 숏의 변두리에 놓이는 사람. 가끔 홀로 등장하지만 그저 노동과 삶의 절차에 가까운 건조한 움직임만을 보여주는 사람. 이런 유령에 가까운 한 사람이 있고, 그 가까워질 수 없는 대상을 영화는 내내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변두리를 맴도는 인간이 마치 가룟 유다의 얼굴을 한 채로 거짓말하고 미소 짓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가 내기를 거는 순간. 어떤 면을 보고 있는 동시에 다른 면을 보지 못한다면, 그 면을 재설정한 영화에 드리우는 '다른 얼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전환의 순간마다 '다른 얼굴', 그니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얼굴 또는 우리가 영영 보지 못할 얼굴은 관객이라는 주인이 점유한 이야기의 자리를 위협한다.

의심과 위협으로 가득 찬 조희영의 영화에서 일말의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은 어김없이 무심하게 놓여있는 세계의 단면을 볼 때다. 소유와 귀속의 관계에서 벗어난 자연의 상태이자 변화무쌍함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식물과 빛의 상태. 그리고 이 세계를 수놓는 것은 기억과 역사가 깃든 작은 정물들이며 그것을 둘러싼 손짓들이다. 그렇다면 그 작고 무심한 것들에 시선을 두는 카메라는 세계에서 무엇을 덧셈하고 뺄셈하는가. 무엇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가. 그런 면에서 조희영의 영화는 그 접촉의 역학을 재현하고 무너뜨리길 반복하는 관계성의 시뮬레이션 같은 순간에 도달한다.

 

ⓒ 조희영 감독

김민세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두 장편을 극장 개봉했다. 제작 시기는 달랐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연달아 두 편의 개봉을 진행한 것인데. 해당 작업들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감회가 어떠한가.

조희영

단편과 달리 장편 작업은 아무래도 호흡이 길지 않나. 시기적으로 보면 <이어지는 땅>은 2022년 여름에 촬영해서 그해에 완성했고,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2023년에 촬영해서 그다음 해에 완성했다. 그렇게 영화제에서 선보이고 개봉까지 온 건데. 그 사이마다 충분히 작품과 거리 두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연달아 작업하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더 꾸준히 하고 싶은 생각이다. 소규모 프로덕션으로 촬영하지 않는 이상 기간이 더 필요할 텐데, 그런 면에서 꾸준히 작업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요즘이다.

김민세

첫 장편 이전에 세 단편을 만들었다. 단편 또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있어 나름의 리듬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영화가 구조의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고. 예를 들어 <이어지는 땅>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의 1부와 2부 구조를 갖고 있는데, 러프하게 말해보자면 단편 영화 두 편을 붙여놓았다는 식의 접근도 가능할 것 같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창작의 리듬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조희영

단편은 제작 기간이나 예산의 측면에서 비교적 부담 없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근데 지금 장편 작업을 연이어서 하다 보니 단편을 너무 찍고 싶은 거다. 당장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해볼 수 있는 게 단편일 테니까. 물론 단편 작업에도 적지 않은 사비가 들기 마련이고, 그렇다고 단편 제작 지원 사업을 내기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만약 돈이 정말 많았으면 장편 제작을 준비하면서도 단편을 계속 찍지 않았을까. (웃음)

김민세

비전공자이지만 이전부터 영화에 대한 열망을 계속 키워왔다고 알고 있다.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에 들어가기 이전에는 어떤 것들을 공부해 왔는가.

조희영

그 당시에는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명확히 애정함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다음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할 때마다 영화는 항상 제외하곤 했다. 영화는 나에게 성역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한국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고, 졸업하지 못하고 유학을 하러 갔을 때는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다. 물론 미술과 의상 또한 즐거운 일이었으나, 정작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그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 보니 전공생들처럼 학문적으로 접근으로 깊게 공부하진 않았고, 일단은 쌓아온 경험 안에서 나만이 지닌 감각을 찾으려 노력했다.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가 영화라는 매체랑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 그 형태를 알아가는 데 단편 작업이 도움이 되었다.

김민세

영화를 결심한 이후에도 영화학교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영화학교를 다니거나 바로 현장으로 뛰어들지 않는 이상 연출작을 위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그런 환경에서 스태프와 배우들을 어떻게 꾸리게 되었나. 단편 작업들을 보면 크레딧 곳곳에 반가운 이름들도 있더라. 오정민 감독, 이제한 감독, 김태양 감독 등.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런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해지는 면이 있다.

조희영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할 때 타 과 학생들, 특히 영화영상학과 학생들과 친하게 지냈다. 학부 시절부터 영화 촬영이 있으면 미술 감독으로 참여하곤 했고, 귀국 후에도 그들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영화 쪽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정민 감독도 같은 전공은 아니었지만 같은 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로 지내며 알음알음 영화 스태프들을 소개받기도 했다.

이후 우연히 씨네21에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스태프 구인 공고를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제목 미정으로 '홍상수 감독 몇 번째 영화 스태프 구인'으로 공고가 올라왔는데 그 작품이 <밤의 해변에서 혼자>다. 그렇게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와 <그 후>(2017)에서 현장 스크립터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제한 감독, 이진근 촬영감독과 친분이 생겼다. 김태양 감독은 이진근 촬영감독의 대학 후배로, 현장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인연이 닿았다.

김민세

최근의 한국 독립영화에서 중요한 이름들이 한데 모여있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한편, 공민정 배우도 단편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사람 중 하나다. 처음 함께 작업을 할 때의 기억이 어떠한지,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조희영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현장에서는 따로 말을 나눌 기회는 없었고 서로 얼굴만 알고 있는 사이였다. 당시 개봉했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에서 연기했던 모습이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어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는데, 오정민 감독이 단편 <성인식>(2018)을 준비하면서 공민정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스크립터로 연출 지원을 좀 나와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한 거다. 그때부터 사석에서도 만나고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공민정 배우는 현장 그 자리에서 배우 간의 즉각적인 리액션을 만들어내는 것에 매우 기민한 사람이다. 그런 연기 방식을 굉장히 존중하는 편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내 영화에 끌어오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렇게 단편 출연을 부탁하게 된 것인데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행복하더라. 내가 쓴 글 속의 캐릭터를 정말 살아있는 사람처럼 만들어주는 모습에서 신뢰가 갔다.

 

ⓒ <두 개의 물과 한 개의 라이터>(2020)

김민세

그렇게 <두 개의 물과 한 개의 라이터>(2020)가 만들어진 것일 텐데. 굉장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환경 안에서 극적인 리액션들이 튀어나오는 지점을 보고 재밌다고 느꼈다.

조희영

그렇다. 사실 그 작품을 촬영하면서 공민정 배우와 문혜인 배우 모두 엄청나게 고생했다. 두 인물 사이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간소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품이었고,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제작비 100만 원으로 한 회차 안에 찍는 것이 목표였다. 새벽부터 해지기 전까지 촬영 일정을 소화하느라 두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김민세

아무리 미니멀한 작품이라도 20분 분량의 영화를 한 회차로 찍기에는 조금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부 야외 로케이션에다가 낮 장면이다 보니까.

조희영

돌이켜보면 촬영 자체는 순탄한 편이었던 것 같다. 애로사항은 딱 하나, 모기밖에 없었다. 모기가 배우들을 물어뜯는데 컷도 안 하고 그냥 내버려뒀던 기억이 있다. (웃음)

김민세

학부 시절 전공이 미술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단편 때부터 영화 곳곳에 미술 작품이 등장한다. 캐릭터나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좋아하는 작가나 화가, 작업들이 궁금하다.

조희영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설레면서 마주하는 것들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이우환 작가의 작업이다. 그들이 쓴 글 작업도 책으로 나오면 항상 찾아본다.

김민세

스스로는 그들의 태도에서 어떤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하는지. 영화 작업 과정에서 떼놓을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 같다.

조희영

이우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무형의 에너지 같은 것들이 내가 예술로서 꿈꿔왔던 형태다. 그의 작업을 볼 때면 살면서 느끼고 모아왔던 소박한 감각들을 “그래, 이거지”하고 느낄 때가 많다. 관계라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들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그런 태도들이 나의 영화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리히터의 경우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가 작품에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회화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감동을 준다. 두 작가의 작업은 매우 다른 결이지만, 나는 한 원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김민세

영화에 대한 열망을 키워가면서 미술이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느꼈겠다고 생각한다.

조희영

영화는 피부에 맞닿는 체험에 가깝다고 느낀다. 현대에는 체험하는 방식의 미술 전시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결국 영화에서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영화라는 매체를 굳이 고려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나에게 계속해서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선택해야 할 텐데, 영화라는 매체가 가장 좋은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 <이어지는 땅>(2022)

김민세

앞서 말했듯이, 두 장편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구조적인 면이 존재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구조를 먼저 떠올리는지 혹은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는지. 물론 창작 과정에서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긴 하지만.

조희영

<이어지는 땅>은 두 나라의 두 도시로 촬영지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공간을 구조로써 접근하게 되었다. 한편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파편화되어있다는 구조적인 설정을 초반부터 설정해 놓고 시작한 작업이라 정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글을 썼다. 결국은 구조와 이야기 거의 동시에 진행되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구조적인 접근을 떠나서 제작 환경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김민세

<이어지는 땅>은 세 편의 단편 작업 이후에 제작된 첫 장편이다. 기존의 단편 작업들을 이어오다가 장편을 하고자 하는 결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첫 장편을 해외에서 찍는 것은 예산적이든 환경적이든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 제작 과정이 어떠했는지 들어보고 싶다.

조희영

처음부터 장편을 기획하고 시작한 작품은 아니었다. 당시 개인적으로 런던을 방문할 일이 있었고, 현지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구해서 한 회차로 간단한 단편을 찍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두 개의 물과 한 개의 라이터>처럼. 근데 이전에 작업했던 촬영감독과 배우들이 이 소문을 듣고 자기도 가겠다고 연락을 주는 거다. 그렇게 이진근 촬영감독과 공민정, 정회린 배우가 합류했고, 감사하게도 모두 본인 사비를 들여서 런던으로 와주었다. 그 외의 배우들은 현지에서 구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고 경제적이라는 생각에 한인 유학생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혹시 연기에 관심이 있거나 단편 영화에 출연해 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최종으로는 감동환 배우, 김서경 배우와 함께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밀라노 로케이션의 2부는 구상 전이었다. 본래는 마침 밀라노에 친구가 살고 있던 터라 런던 촬영이 끝나면 밀라노에서 그 친구와 시간을 보내면서 편집 작업을 하려 했다. 근데 촬영감독이 나랑 똑같은 일정의 항공권을 발권한 거다. 밀라노도 같이 가겠다고. 그럼 밀라노에서도 찍을까 해서 2부가 추가되었다. 런던은 유학 시절 지냈던 곳인 반면 밀라노는 친숙하지 않은 곳이어서 두 도시를 어떻게 엮을지 고심하며 관련 정보를 디깅했다. 그렇게 완성된 시나리오로 런던에서 5회차, 밀라노에서 4회차로 촬영을 마쳤다.

김민세

해외에서 9회차로 장편을 마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국내에서의 촬영보다 훨씬 변수가 많았을 텐데.

조희영

스태프와 배우 모두 주인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복 받은 현장이고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식들이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니까.

김민세

2022년이면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겹치는데. 당시에 팬데믹과 관련해 어떤 분위기였는지.

조희영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단계였다. 백신 맞으면 괜찮다는 분위기로 해외를 오가고, 자가 격리 기간이 해제되던 시기였다. 현지 출입국 때 코로나 간이 키트로 자가 검진을 했던 기억도 있다.

김민세

팬데믹 당시 대부분의 영화 프로덕션이 중단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스태프와 배우들도 그 시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열의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해외 촬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와 별개로 해외 로케이션을 선정하고 섭외하는 것에 있어 유의한 것들이 있다면. 밀라노의 경우는 낯설기도 하고 사전에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을 텐데.

조희영

런던의 경우에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내가 가본 장소들로만 구상했다. 사람이 붐비지 않은 시간대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순탄하게 촬영을 이어갈 수 있을 법한 장소들을 먼저 떠올렸다. 밀라노 촬영 때는 현지에 사는 친구가 미술감독과 PD를 맡아줬다. 그 친구가 나 대신 로케이션 헌팅을 해주었는데, 내가 이러한 조건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친구가 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공유해 주는 식이었다. 혼자 구글 스트리트 뷰로 골목골목을 살펴보며 선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현지 친구를 통해 받은 사진을 촬영감독에게 공유하고 함께 줄 콘티 작업을 했다.

당시 이진근 촬영감독과의 작업은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런던의 경우, 내가 익숙한 장소라 하더라도 촬영감독은 모두 처음 가는 곳 아닌가. 근데 회차가 지날수록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숏들을 바로 구현해 주었고, 밀라노에서는 그것이 절정에 달았다. 정말 행복하게 작업했던 기억이다. 그때의 시너지를 다시 경험해 볼 수 있을까 싶다.

김민세

그만큼 인상적인 숏들이 많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애초에 콘티를 안 그리는 편인지.

조희영

작품마다 다르다. 단편은 대부분 내가 콘티를 그렸고, <주인들>은 콘티 작업이 없었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새로운 촬영감독과 합을 맞추다 보니 불안한 요소들을 줄이고자 철저하게 콘티를 그렸다.

 

ⓒ <이어지는 땅>(2022)

김민세

<이어지는 땅>의 몇몇 인상적인 숏들을 떠올려보면, 멀찍이서 인물을 포커스하되, 나머지의 심도를 날리고 전경에 땅이나 수풀을 걸치는 방식의 숏이 종종 등장한다. 단순히 인물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인물이 조응하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희영

영화 전반에 관조적인 시선을 드리우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촬영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촬영감독도 그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 편리한 콘티라면 훨씬 가까이 들어가서 많은 것을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실제로 무언가를 바라볼 때의 거리감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다큐멘터리의 촬영 방식을 레퍼런스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진근 촬영감독이 수행하고자 하는 바가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뉘앙스와 태도라고 느꼈다.

김민세

영화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두 숏을 떠올리게 된다. 첫 번째는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는 한 사람 주변으로 개가 뛰어다니는 이미지이고, 두 번째는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개에게 공을 던져주는 이미지다. 따져 보자면 이국의 공원이라는 정보를 제시하는 풍경 인서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저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는 인서트적인 숏과 이후 주조연의 대화 장면을 담아내는 숏의 성격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언급한 다큐멘터리적인 촬영의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조희영

그 두 숏은 현장에서 얻은 숏들이다. 실제로 공원에 개 산책을 나온 행인들이었고,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를 보여주듯이 행동하더라. 공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현지인 대부분이 촬영에 호의적으로 협조해 주었다. 온 지구가 나를 도와주는 기분이었다. (웃음)

김민세

별도의 디렉팅은 전혀 없었나.

조희영

그렇다. 정말 다큐멘터리처럼 카메라를 픽스해 놓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김민세

첫 숏에서는 무조건 어떠한 디렉팅이 있었을 거라고 예상했다. 인물은 카메라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프레임 안팎으로 개가 거니는데, 단지 시각적인 이미지만으로도 활력을 지닌 숏이다.

조희영

관객이 보았을 때 흔히 주인공으로 느낄 법한 인물이 출현해 처음부터 '이 영화는 이 사람의 이야기야'라는 감각으로 시작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저 누군가 어디에서 나타나고, 누군가는 어디에서 살아가는 감각 속에서, 불현듯 출현하는 어떤 이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다.

 

ⓒ <이어지는 땅>(2022)

김민세

<이어지는 땅>이 그러한 감각을 그리고 있다는 바에 동의한다. 동환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돌이켜보면, 새 그림을 노트에 그리고 있는 동환의 손을 담은 숏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동환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숏으로 이어진다. 이때 전자의 숏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동환 또한 공원 속 행인을 담고 있는 또 다른 풍경 인서트의 일부처럼 보였을 것 같다. 이 두 숏으로 이루어진 장면을 보면서, 그래서 이 남성이 극중 인물로서 무엇을 보여줄 존재로서 등장한 것인가 혹은 그저 행인 중 하나인 것인가 불확실한 예측을 오갔던 기억이 있다.

이어서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공민정 배우와 정회린 배우는 단편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다. 어떤 점들을 염두하고 첫 장편까지 캐스팅하게 되었는가.

조희영

둘 다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애정하는 사람들이다. 당시에 글을 쓰거나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가 꽤 다른 편인데 각자 갖고 있는 색깔 안에서는 배우로서 좋아하는 면모들이 보였고, 그 좋은 면모를 내 영화에 이용하고 싶다는 다소 이기적인 생각으로 출연 부탁을 해왔다.

김민세

일련의 작품들을 본 입장으로서 감독이 그 둘의 얼굴을 굉장히 좋아하는 점이 느껴진다. 영화 안에 드러나는 이미지로서의 얼굴 말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단편을 포함한 영화들이 결국 무언가를 응시하는 이들의 얼굴로, 어떤 순수를 지닌 얼굴의 이미지로 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주인들>에서 남산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얼굴, <이어지는 땅>에서 폭포를 응시하는 공민정의 얼굴, 그리고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 회화 작품을 응시하는 정회린의 얼굴. 그리고 그 얼굴 뒤에는 시점 숏에 해당할 자연물 혹은 예술 작품이 등장한다. 이러한 응시하는 얼굴과 응시의 대상이 만드는 몽타주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조희영

스스로 의식하진 못했던 부분이다. 인물이 말없이 무언가를 보는 행위가 지닌 가능성이 나에게는 무궁무진하게 느껴진다. 관객으로서도 연출자로서도. 다음 숏이 있든 없든 그 행위가 갖고 있는 의미는 영화 안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김민세

인물이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심상 자체가 중요하게 다가온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그 인물이 보고 있는 '무언가'의 자리에 자연 혹은 식물이 위치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들이 보는 자연물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어지는 땅>에서 극 중 인물들이 식물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한 만큼, 이 식물 혹은 식물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조희영

나에게 이미지는 기호적으로 작용한다. 연출자로서 한 프레임 속의 존재가 가리키는 기호들, 그리고 그 기호 간의 상호작용을 순수한 태도로 몰입하며 대입시킬 수 있는 것이 자연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자연 안에서 내가 추출하는 기호들을 식물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를 고정적으로 판단한 적은 없지만 이러한 맥락화가 되는 것에 감사하다. 내 안에서 느끼는 것과 캐릭터들이 바라보는 것 모두 결국에는 같은 걸 말하고 있을 테니까.

김민세

식물은 정지해 있지만, <주인들>(2022)과 <이어지는 땅>의 대화에서 중요하게 짚을 수 있는 대목은 그것이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조희영

어릴 때부터 뿌리째로 옮겨지는 나무의 이미지에 사로잡혔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지던가 이제 필요 없어져서 공원으로 보내버리는 나무들을 도로에서 종종 목격할 때가 있지 않나. 큰 뿌리랑 흙이 동그랗게 묶여서 트럭에 실려 가는 나무들. 이미 다 자라서 뿌리 내린 나무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다른 땅으로 옮겨지고 있는 건데, 그 이미지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 영화로 담고 싶은 이미지다.

김민세

한편 식물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면. 개인적으로 동시대의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면서 많이 떠올리는 단어 중 하나가 식물성이다. 자신의 욕망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기다리고 주저하고 망설이는 사람들. 그런 면에서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정호는 그런 식물적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수진이 핑계를 대며 둘러대는 전화를 할 때 충분히 어떤 뉘앙스를 느낄 법한데 그저 듣고 알겠다고 하지 않나.

조희영

그렇다. 정호의 캐릭터를 그릴 때 거의 유령을 대하듯이 했다. 인물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물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정호라는 한 사람으로 붙들려 있으니까.

김민세

동물 또한 자주 등장한다. 개나 고양이, 비둘기 같은 것들. 그 중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검은 개가 갖는 성격은 주인 없이 떠돈다는 것이다. 그 검은 개는 단편을 포함한 전작들에서 등장한 동물들과는 달리 명확한 정체성이 정해져 있다고 느꼈다.

조희영

말한 것처럼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시나리오를 쓸 때는 개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냥 한 마리의 개가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정호의 움직임과 닮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그 이전 작품에서는 그냥 동물의 출연이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지 않을까.

김민세

동물이 숏 안에서 움직이고 시각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검은 개와 달리 <이어지는 땅>의 동물들은 프레임 내에서 보다 예측불가능하게 움직인다. 프레임 안팎으로 개가 들어오고 나간다든지. 대화 위주의 정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이 불확실한 동물들의 몸짓들이 영화 전체에 또 다른 활력 내지는 조화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희영

동의한다. 만약 배우라면 프레임 내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했을 테니까. <이어지는 땅>의 해당 장면들은 촬영할 때도 재밌었던 기억이다.

 

ⓒ 영화 <주인들>(2022)

김민세

그런 면에서 <주인들>에서 정처 없이 유랑하는 정회린의 캐릭터는 보다 동물적인 인간으로 다가온다. 주인 없는 가방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캐릭터인데, 정작 그것보다는 스스로가 주인없이 버려진 동물인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쇼트가 길고양이였던 걸로 기억하기도 하고.

조희영

시나리오 단계부터 고양이를 상정하고 쓴 캐릭터였다. 그렇다고 상영 당시 관객들과 만났을 때 그 사실을 명확히 전달하진 않았다.

김민세

영화만으로도 많은 관객이 알아봤을 것 같은데. 첫 숏에서도 난데없이 사람이 벤치에 쪼그려 누워있기도 하다.

조희영

정회린 배우가 입고 있던 의상을 정신병원 환자복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아 당황했었다. 일반적인 셋업 의상인데 흑백을 씌우니까 다소 환자복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극 중에서 정회린이 맡은 캐릭터는 가방이 자신의 것이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정작 그것을 찾으러 다니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만이 오만하게 내 것과 너의 것이라는 경계를 짓는다고 생각했고, 이런 이야기를 위해 동물의 순수한 상태, 혹은 초월적인 상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동물적인 행동을 빌려오고 싶었다.

김민세

<주인들>의 고양이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검은 개가 결국 불러오는 것은 떠돎과 정처 없음의 감각이다.

조희영

그렇다. 유영하고 있는, 발붙이지 않고 땅 위에 살짝 떠 있는 감각을 만들려 노력했다. 그런 식의 비유나 표현 방식을 공부하는 중이다. 내가 묘사하는 것들이 어떠한 감각과 뉘앙스로 다가가는지 실험하고 싶다고 할까.

김민세

이 감각은 동물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 깔린 코드라고 느낀다. <이어지는 땅>은 유학생과 해외 거주자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는 세 여성이 한 남성을 중심으로 영화 내내 헤매는 듯하다. 떠돎의 감각을 계속해서 건드리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조희영

명확히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지금 갑자기 떠오른 것은 “모든 작업자의 작업은 근원적으로 비애로부터 시작된다”는 이우환 작가의 말이다. 결국 개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슬픔에서부터 어떠한 욕망이나 결핍이 솟아나는 것 아닌가. 만약 내 작품들이 비슷한 감정과 주제를 건드리고 있다면 이러한 비애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김민세

공간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그런 면이 느껴진다. 가령 <주인들>에서 공민정 배우는 서울에서 산을 올려다보면서 “진짜 강원도 같다”라고 말하는데, 이후에 보살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여기가 서울이 맞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헤매게 된다. <이어지는 땅>에서도 그러하듯, 지금 이 땅에 발붙이고 서 있지만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다른 것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든다.

조희영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들이 축적해 온 시간은 모두 다른 법이다. 그런 면에서 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그 축적된 시간 안에 잠식당한 사람들이다. 앞을 전혀 내다볼 여력도 없고 쌓아온 시간과 땅만 들여다보는 사람들.

김민세

그러면 그 여성들이 돌아보는 대상에 일종의 남성이 위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조희영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연애 관계 안에서의 시련과 불안, 외로움은 결국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관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개인 자체가 지금 외롭고 힘들기 때문에 그리워만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를 쓰면서 인물들이 모두 못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리 파편처럼 뾰족하게 날이 서 있고 불안정한 사람들을 상상했다.

 

ⓒ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2025)

김민세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구조에 대한 영화는 1부와 2부가, 혹은 각자 다른 시점이 서로를 보완하는 식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감독님의 작품이 다른 점은 구조에서 이야기를 성립시키는 동시에, 그 구조 바깥의 무언가를 계속해서 건들고 있다는 것에 있다. 가령, <이어지는 땅>에서 호림과 동환의 과거. 또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 정호의 자살 시도가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영화 속 여성들은 남성을 계속 돌아보게 된다고 말하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동환과 정호 모두 감동환 배우가 연기했다.

그리고 그와 연애했던 영화 속 여성들은 모두 그의 짧은 머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짧은 머리 남성이 이전에는 머리가 길었다는 식이다. 그만큼 감동환 배우, 정확히는 지금의 우리는 절대 볼 수 없는 긴 머리의 남성은 중요한 측면으로 다가온다.

조희영

<기억 아래로의 기억>에서도 전 연인의 짧은 머리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때는 그렇게 짧은 머리는 아니었지만. (웃음) 앞서 동물의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움직임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변칙적이고 불규칙적이고 비정형적인 것들을 집착적으로 즐긴다. 사람이 사람을 인식하는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누군가와 만났다고 가정했을 때 훗날 그 사람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지, 혹은 그 사람이 내뱉은 말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두 내 선택이다. 진실에 가까워질 수 없는 이 오류들에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이런 오류들을 사람의 외형적인 모습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는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의 모습을 단면으로나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외형적인 변화니까. 내 영화 속 인물들에게는 그 변화가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김민세

말한 것처럼 <이어지는 땅>의 동환을 보면서 그의 긴 머리 시절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더라. 반삭에 가까운 짧은 머리가 그와 워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웃음) 덧붙여 감동환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은데. 두 장편을 일종의 유니버스로 생각해 보자면, 감동환 배우는 그 유니버스 안에서 남자로서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어지는 땅>에서 호림이 동환에게 매달리는 모습이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 동환이 세 여성의 욕망의 구심점이 되는 것을 보았을 때. 근데 그만큼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잠깐의 장면 안에서도 단단하고 절제되어있는 동시에, 왠지 모를 서늘함을 지닌 사람이라고 느껴지더라. 실제로 어떠한 사람인지.

조희영

본래 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이어지는 땅> 현지 배우 캐스팅 단계에서 소개받았다. 그렇게 시나리오 작업 직전에 얼굴도 모르는 채로 줌 미팅을 했는데 정말 놀랐다. 내가 상상하던 군상들 안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였다. 반삭의 머리가 흔치 않기도 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근데 촬영에 들어가니 연기까지 잘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몸의 움직임을 갖고 있기도 했다. 물론 비전문 배우 특유의 연기에 한계는 있지만 나는 그런 모습이 한계라고 느끼지 않는다. 비전문 배우와 전문 배우 사이의 발성 차이 속에서 조화로움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가 지닌 아우라를 잘 이용하고자 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은 배우가 다 만들어 준 것일 테다. 그가 뿜어낸 에너지를 나는 해석한 것 뿐이니까. 나아가 그의 아우라가 당시 초고 단계에 있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정호와도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다음 작품에서도 함께 하게 되었다. 아무런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걷는 모습,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 등이 내가 영화에서 쓰고 싶은 모양이다.

이후에 지브이 등의 행사에도 종종 참여해 주었다. 그런 상황이 비전문 배우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일 텐데 자기는 이것 또한 개인 작업의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 연기를 업으로 살아갈 생각은 없지만 이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본인 작업의 경계가 넓혀지는 것이라고.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누가 나에게 연기를 부탁하면 절대 꿈도 못 꿀 것 같은데. (웃음)

김민세

양면성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땅>의 초반부에서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창밖 발코니로 나와 호림과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있지 않나. 집안의 조명 때문에 역광 실루엣만 보이는 숏이 만들어지는데. 창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그의 몸짓에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한편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촬영 당시, 수진과 정호가 처음 만나는 장면의 캐릭터를 감동환 배우 스스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조희영

그렇다. 영훈의 생일 파티 장면의 원래 대사는 손금 봐달라, 좋다, 하고 수진이 자리를 뜨는 것이 끝이었다. 근데 현장에서 감동환 배우와 김홍국 배우가 갑자기 애드리브를 하는 거다. 그 장면에서는 정호가 짓궂은 거짓말쟁이로서의 캐릭터가 드러났으면 했는데, 너무 능청맞게 실제 손금을 봐주는 사람처럼 연기를 이어 나가는 모습에 놀랐다. 그리고 야외로 나와서 수진과 대화하는 씬을 찍는데 감동환 배우가 엄청 미소를 머금으면서 저요, 왜요, 저 안 그랬는데요, 하는 연기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첫 테이크에서 컷도 안 하고 바로 오케이를 하니까 스태프들이 다들 당황하더라. (웃음) 벌써 오케이냐고, 한 테이크 더 가자고. 결국은 한 테이크를 더 갔는데 첫 테이크의 느낌이 안 나왔다. 내가 어떤 의도와 상황 안에서 이런 대사를 썼는지 처음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것 같다. 그도 본래 어떤 면에서는 짓궂은 모습을 갖고 있는데 그 모습을 알맞게 꺼내서 사용한 거다.

김민세

단편 작업 때부터 결국 연애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영화를 풀어가고 있다. 여자들이 과거의 남자와 재회하거나, 과거의 남자를 이야기하며 서로 싸우거나, 떠나보내거나 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보자면.

조희영

연애라는 관계의 특수성이 재미있는 면도 있고 한편으로는 참 잔인하다. 평생을 함께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별 후에는 아예 남이 되어버리고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인생에서 소외시켜 버리지 않나. 그런 관계의 역학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누군가를 경험할 수 있고, 함부로 이 사람에 대해 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니까.

김민세

러브 스토리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연애 말고 결혼한 사람은 없을까. 혹은 이혼한 사람. 사람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가족으로 엮이는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 수진과 수진의 엄마가 병원 검진을 받는 장면이 등장하긴 하는데, 뭔가 굉장히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다. 한국 영화가 묘사하는 결혼과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한국의 인식이나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 또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조희영

사실 다음 작품에는 가족이 나온다. 사회학적으로 내 영화를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며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삶의 흐름을 반영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결혼한 상태고 앞으로는 어떤 시나리오를 쓸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기 이전에는 내가 아는 것 안에서만 이야기하고자 했다. 내가 모르는 경험에 대해 막연하게 글을 쓰는 것에는 조심스럽다.

 

ⓒ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2025)

김민세

한편 먹고 마시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커피를 마시는 장면, 파티 혹은 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거리에서 담배를 태우는 장면들. 이런 지점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식사 장면이 부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한국 영화에서 이 부분은 중요하게 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희영

돌이켜보니 그렇다.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한데. (웃음) 식사 장면이 부재한 것은 결국 제작 환경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먹는 것을 찍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이전에 왜 영화에 산책이 많은지, 인물들이 왜 이렇게 길거리를 배회하고 걸어 다니고 길에서 사건이 발생하는지 질문받은 적이 있다. 그것도 식사 장면의 부재와 같은 맥락이다. 제작 여건 안에서 해낼 수 있는 것 안에서 시나리오가 나오기 때문에 그 여건 이상이 필요한 상황은 자연스레 떠올리지 않게 된다. 사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 유정과 우석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한 차례 등장하긴 한다. 근데 그것 또한 이전보다 여유 있는 제작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김민세

<이어지는 땅>과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대화의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흥미롭게 보게 되는 부분은 영화가 담고 있는 지금 이곳의 바깥에서 일어났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하는 장면들이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 극중극처럼 또 다른 이야기로 진입하는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 네덜란드 가구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하다. 소위 말해 썰을 풀듯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건데, 그것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내용 자체가 흡입력 있다. 올 곳이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할까. 그 네덜란드 가구에 대한 에피소드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

조희영

실제로 누군가에게 썰을 푸는 상황을 떠올리며 지어낸 이야기다. 영화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고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인데, 표현해 준 것처럼 진정 관객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하며 장면을 구상했다. 영화를 관람할 때면 영화가 지닌 이야기와 관객들이 상상하는 영화의 모양이 각각 다르지 않은가. 이 안에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출현했을 때, 관객은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 구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이끌고 가는 모습과는 다르게 관객들이 별도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굴려 가며 계속해서 영화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을 반복하길 바랐다.

또한 이러한 대화들이 영화 안에 존재하는 인물의 입으로 전해졌을 때는 상관없는 이야기나 지나가는 말로 여겨지곤 하는데, 사실 일상 안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야기에 몰입해서 다음 날까지 집요하게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와 관객 사이의 대화가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음을 궁금해하든, 혹은 잠을 자든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저 스크린을 마주하는 그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붙들고 싶은 것뿐이다.

김민세

물론 카메라는 대화가 펼쳐지는 동안 인물들의 미묘한 반응을 보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따져보면 이야기하는 사람과 그 반응들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려 한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이 영화를 다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고 어떤 레이어를 만들 수 있는지 밀어붙이려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어디까지 진짜이고 가짜인지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태도가 흥미로웠다.

한편, 대화 위주의 정적인 영화로서 관조적인 시선을 지키고 있기도 하지만, 프레임 속의 많은 시각적 요소가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각적 자극은 작고 사소한 사물들이 배우의 손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지와 연관한다. 특히 <이어지는 땅>의 대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행동들, 담배를 같이 태우는 것, 술을 거절하는 것, 책을 들춰보는 것, 휴대폰을 숨기는 것이 그러하다. 이러한 작은 단위의 사물과 행동을 묘사하는 것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는지.

조희영

항상 인서트의 사용을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나름의 내 기준 안에서 보여줘도 되는 것과 보여주면 안 되는 것들이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데, 그런 작은 단위의 행동을 묘사하는 인서트는 결국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 버리니까. 큰 틀 안에서는 음과 양의 조화를 고려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동양화를 그리면서 생긴 버릇인데. 영화의 처음부터 끝을 한 폭의 그림이라고 생각했을 때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 관조하는 시선으로서의 숏과 인서트 숏이 지닌 각자 다른 여백의 레벨을 조절하려 한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인서트는 한 인물을 묘사할 때 밸런스를 지키면서 그 인물에 달라붙을 수 있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너무 세세하고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어떤 밸런스를 찾으려 노력한다.

 

ⓒ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2025)

김민세

끝으로, 다음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일본을 로케이션으로 한 새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이켜봤을 때, 이번 작업에서 기대하는 제작 방식은 있는지.

조희영

왜 또 외국에서 찍어야 하는 글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웃음) 일본 분량이 80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인천이다. 최근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언어 장애를 겪고 있어서 언어 체계가 무너진 상태인데 나와 어머니는 못 알아듣는 말을 생전 외할아버지는 다 알아듣곤 했다. 그 에피소드를 계기로 언어에 관한 생각을 이어갔고,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홀로 남겨진 사람의 고립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 또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으로서 느낀 또 다른 종류의 고립감을 느낀 적이 있는데, 그런 언어와 고립감에 대한 경험을 뒤섞으며 쓰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쓸 때는 정말 재밌었는데 프로덕션을 준비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독립영화 감독이라면 제작 지원을 받거나 사비로 제작하거나 두 가지 방법뿐이니까. 그렇다고 제작 지원에만 의존하고 싶진 않다. 물론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제작 지원을 받아 그 전보다 나아진 환경에서 안전하게 찍을 수 있었지만, 다음 작품도 제작 지원만 바라면 평생 영화를 못 찍을 것 같더라. 그런 면에서 <이어지는 땅>은 다소 위험한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던 케이스고 그만큼 내가 짊어져야 할 부채감이 너무 컸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려보는 중인데, 국내에 비해 펀딩의 종류가 많고 그 범위가 더 넓어지더라. 다행히 나와 제작사 공동 대표 모두 영어가 가능해서 영어로 할 수 있는 피칭의 기회를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다. 해외에서 지원받은 사례가 일전에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법이 장기적으로 자리 잡아서 한국 독립영화가 더욱 다양한 언어의 관객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가 씬의 지속성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인터뷰 김민세 영화평론가]

김민세
김민세
 고등학생 시절, 장건재, 박정범 등의 한국영화를 보며 영화를 시작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영화부에 재학하며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고, 종종 학생영화에 참여하곤 한다.
 평론은 경기씨네 영화관 공모전 영화평론 부문에 수상하며 시작했다. 이후, 2024 제5회 박인환상 영화평론부문 수상. 현재, 한국 독립영화 작가들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와 관련한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비평가의 자아와 창작자의 자아 사이를 부단하게 진동하며 영화를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누벨바그를 이끌던 작가들의 이름을 하염없이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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