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믿음'에 대한 신중하고도 거침없는 질문
[interview] '믿음'에 대한 신중하고도 거침없는 질문
  • 홍상현
  • 승인 2022.08.0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신도들> 조조 히데오 감독 인터뷰
「신도들」은 100편 이상이라는 경이로운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조조 히데오 감독의 두 번째 BIFAN 초청작이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신도들」은 100편 이상이라는 경이로운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조조 히데오 감독의 두 번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이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헤일]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요. 가르쳐 드리죠. 여기에 미신은 없습니다. 악마의 표적은 돌처럼 명확해요. 미리 말해 두는데 내가 이 아이한테서 악마가 가한 흔적을 찾아낼 수 없다고 해도 당신들은 내 말을 믿어야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이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어요.

[패리스] 그럼요 목사님! 우린 목사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아서 밀러, 『시련』 중에서

학기 말을 앞두고 술렁이던 캠퍼스의 분위기가 무색하게 사방으로 유리벽을 쳐놓은 듯 서늘한 기운이 감돌던 아트센터 대극장의 무대를 기억한다.

밑도 끝도 없이 악마의 존재를 강변하는 성직자. 과학적 근거는커녕 논리적 개연성조차 없다. 하지만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 순식간에 배교자가 탄생한다. 물론 누명을 쓴 주인공인 30대 농부 존 프록터도 완전무결한 인물은 아니다. 하녀인 에비게일 윌리엄스와 혼외관계를 가진 죄과가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끔찍한 것은 단 한 번의 불장난에 수많은 엉뚱한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진 점. 프록터와의 관계를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 믿는 에비게일이 그의 아내를 마녀재판에 허위로 기소해버린 탓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친구 메리 워렌은 법정에서 진실을 고백하려 하지만 에비게일은 발작을 일으키는 시늉까지 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하긴, 메리의 증언이 이루어졌어도 대세에 변화를 가지오기란 역부족이었으리라. 어차피 프록터는 악마와 마녀가 실재한다는 두려움에 이성이 마비되어버린 군중의 손에 무사하지 못했을 테니까. 문제는 이미 이성이나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 즉, '신앙'의 영역에 접어들어 있었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맹위를 떨치는, 도그마의 세계.

 

조조 히데오 감독은 연령을 비해 다작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말하는 다작의 이유는 “의뢰받을 일은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하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조조 히데오 감독은 연령을 비해 다작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말하는 다작의 이유는 "의뢰받을 일은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하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이상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신도들>을 보다 떠올린 연영과 시절 친구들의 졸업공연 <시련>의 이야기다.

작품의 소재인 1692년 매사추세츠 세일럼의 마녀재판은 청교도 사회의 맹목성이 낳은 미국 근세사의 비극이다. 스무 명의 희생자가 나왔고 살아남은 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고한 이웃에게 마녀나 사탄숭배자라는 누명을 씌워야했다. 뉴욕 태생의 문호 아서 밀러는 이 참극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사회를 뒤흔든 공화당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의 사상몰이 즉, 매카시즘에 덧씌움으로써 사고하지 않는 대중의 오도된 믿음에 경종을 울렸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조조 히데오의 영화 <신도들>의 동명원작이 단행본으로 나와 화제를 모은 시기는 공교롭게도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필자의 의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 문제의 희곡 <시련>을 처음 접한 시절과 맞물린다. 두 작품 사이에는 '타임라인' 말고도 사람들의 독단적인 신념과 그에 따른 참혹한 결과를 심도 있게 조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조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신도들>의 경우, 도그마에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다 풍자적이면서도 우화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다뤘다는 차별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신흥종교단체 "싱글벙글 인생센터" 소속인 오퍼레이터(이소무라 하야토 분)와 부의장(기타무라 유이 분), 의장(우노 쇼헤이 분), 세 사람은 무인도에서 자발적으로 수련을 하고 있다. 최소한으로 지급되는 보급품으로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매일 자신의 꿈의 내용을 공유하며 영혼을 정화하는 수련에 몰두하는 그들은 부패한 세상에서 벗어나 "안주의 땅"으로 가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하지만 수련을 방해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급기야 서로에게 순수했던 관계마저 어긋나기 시작한다.

대학(무사시노미술대학) 졸업 후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10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드는 놀라운 커리어의 감독으로 성장. 데뷔 20년차를 맞아 전혀 새로운 분야의 작품에 도전한 결과,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BIFAN의 문을 두드리게 된 조조 감독을 만났다.

 

실명대신 서로를 “오퍼레이터”와 “부의장,” “의장”등의 직함으로 부르는 세 사람은 신흥종교단체 “싱글벙글 인생센터”의 신도들이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실명대신 서로를 "오퍼레이터"와 "부의장," "의장"등의 직함으로 부르는 세 사람은 신흥종교단체 "싱글벙글 인생센터"의 신도들이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던 해 <성의 극약>(2019)으로 처음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작하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오셨고, 상황이 변화해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어 가는 국면에 통상개최를 선언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돌아오셨습니다.

조조 히데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화제가 일제히 온라인 개최가 되어 버린 것을 개인적으로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통상개최 소식이 너무나 기쁘고 반갑습니다. 역시 저 자신 영화는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고, 아무쪼록 관객 여러분께서도 그러셨으면 해서요.

 

홍상현

다음은 "홍상현의 인터뷰"를 통해서 뵙는 분들께 항상 드리는 질문인데요. 한국영화를 즐겨보시나요? 좋아하는 작품이나 감독, 배우가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조 히데오

물론이죠!

즐겨 볼뿐더러 한 사람의 필름메이커로서 언제나 많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꼽아보자면 <오아시스>(2002)와 <살인의 추억>(2003)이 있어요.

 

「신도들」은  도그마에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풍자적이면서도 우화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다룬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신도들」은 도그마에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풍자적이면서도 우화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다룬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연령에 비해 다작을 하신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대단히 독특한 특징이 나타나는데요. 어떤 장르나 주제에서든 걸작을 만들어내는 실력을 갖추셨다는 점입니다. 특히 작가성이 발휘되는 작품을 보면 저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조조 히데오

의뢰받은 일은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스스로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찍을 수 있는 감독'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평가해주시는 게 무척 기쁜 한편으로 영광스럽네요.

일단은 의뢰한 쪽에서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고, 여력이 된다면 제가 원하는 작업을 시도한다는 기본 입장을 최대한 견지해나가고 싶습니다.

 

홍상현

<신도들>은 한국에서도 『해질녘의 친구들』, 『내일 다시 전화할게』 등의 작품이 번역ㆍ출판되었고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고 계신 야마모토 나오키 작가의 동명타이틀 만화가 원작입니다. 하지만 결코 원작의 명성에 기대기만 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조조 히데오

학창시절부터 야마모토 작가가 그린 만화의 팬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신도들』에 대해서는 진즉부터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고요.

원작의 명성에 관한 언급을 하셨는데, 저도 다른 경우에는 원작을 크게 손본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 때가 많아요. 하지만 <신도들>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습니다. 제 색깔을 어떻게 내느냐보다는 '야마모토 만화'의 분위기를 얼마나 영화에 잘 녹여낼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거지요.

아울러, 저는 보통 영화 속에서 제 개성을 드러내는 부분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작가성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웃음)

 

도입부에서 일종의 상황극처럼 보이던 「신도들」은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다층적인 면을 드러내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형이상학적 성찰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진화해간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도입부에서 일종의 상황극처럼 보이던 「신도들」은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다층적인 면을 드러내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형이상학적 성찰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진화해간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도입부에서 <신도들>은 신흥종교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세 사람이 무인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일종의 상황극(Situationsstück)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다층적인 면을 드러내다가 궁극적으로 다양한 형이상학적 성찰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진화해 가지요. 대단한 심도인데요. 애초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작에 착수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조조 히데오

확실히 신흥종교의 위험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이기는 하나, <신도들>이 이에 대한 비판을 주된 내용으로 한 작품이냐고 물으신다면 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극 중에서 대비되는 '속세'와 '안주의 땅,' '현실'과 '꿈,' '차안'과 '피안' 등의 구도 속에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만이 옳다고 단언할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뭔가를 믿어야만 하죠. 그것이 정말 옳고 그른지와 별개로요. 저는 이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어요.

<신도들>은 사회적 사상이나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응시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적인 특성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에 원작에서 애매하게 보이는 요소는 굳이 손을 대지 않은 채로 남겨두었어요. 영화를 보신 여러분께서 각자의 생각에 근거해 파악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홍상현

<신도들>에서 특히 신선했던 부분은 욕망이 억압된 환경에 놓여있는 주인공이 자유를 느끼면서 변화하지만 끝내 부자유를 선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감독께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조조 히데오

조금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저는, 일단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상 '진정한 자유'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떤 정의를 근거로 자유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행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믿고요. 중요한 것은 자기 나름의 자유와 행복을 찾고 그것을 믿는 일 아닐까요.

 

「신도들」의 서사가 힘을 지니는 이유 중 하나는 섣부른 결론을 함부로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조조 히데오 감독이 언급한 원작의 강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신도들」의 서사가 힘을 지니는 이유 중 하나는 섣부른 결론을 함부로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조조 히데오 감독이 언급한 원작의 강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꿈을 기록할 것을 강요받다가, 결국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장르가 다양할지라도 비일상적 상황을 통해서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내는 감독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 아닐까 합니다만.

조조 히데오

영화라는 건 일종의 '꿈 이야기'이며, 거기서 재미를 찾는 것이 인간이라는 이상한 생물입니다. 리얼리티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또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영화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홍상현

<신도들>에서는 다양한 알레고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탄하게 되는 것이 그것이 영화의 내러티브와 완벽하게 조화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제 경우 특히 거북이라는 동물이 시종일관 등장하고 있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조조 히데오

거북이에 관해서는 원작에서 명확한 의미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요. 해서, 영화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묘사하는데 그치기는 했지만 나름의 기능은 수행하고 있습니다. 즉, 꿈과 같은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일본의 민담 가운데 바다거북의 등을 타고 용궁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우라시마 타로"라는 게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바다거북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날마다 수련에 몰두하는 세 사람은 부패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안주의 땅”으로 가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하지만 수련을 방해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급기야 서로에게 순수했던 관계마저 어긋나기 시작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날마다 수련에 몰두하는 세 사람은 부패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안주의 땅"으로 가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하지만 수련을 방해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급기야 서로에게 순수했던 관계마저 어긋나기 시작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신도들>은 한정된 공간과 상황 속에서 단지 세 사람의 인물이 등장, 대부분의 이야기를 리드해가는 영화이지만 놀라울 정도의 볼거리가 있고 비주얼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어떤 비주얼 플랜을 세우고 실행하셨는지 궁금한데요.

조조 히데오

일단 기후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전반부에는 섬의 날씨가 좋지 않고 내내 흐리다가 두 사람만 남게 되는 후반부터 청명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날씨에 맞춰 그때그때 촬영할 장면을 정해두고 수시로 스케줄을 조정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등장인물의 심정을 하늘의 모습으로 표현할 수가 있었으니까요.

아울러 바다와 나체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임팩트가 있지만 그 상황에 맞춘 이야기를 유도해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 <신도들>에서는 설정상으로 큰 무리가 없어서 기뻤습니다.

 

홍상현

초반에는 단지 종교적 신념에 모든 것을 건 종교단체의 멤버로 그려지다가 점점 철학적 깊이를 가진 인물로 변화해가는 이소무라 하야토 배우의 캐릭터가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조조 히데오

이소무라 배우와는 역할에 대해 사전에 디테일한 이야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아무리 자세하게 이야기하더라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따라서 일단은 이소무라 배우가 짜 온 연기를 보고 다른 요소들과 맞물릴 수 있도록 조정해가는 방법으로 촬영을 전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소무라 배우나 저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신도들」은 한국에서도 『해질녘의 친구들』, 『내일 다시 전화할게』 등의 작품이 번역ㆍ출판된 야마모토 나오키 작가의 동명타이틀 만화가 원작. 영화배우로도 활약하는 나오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싱글벙글 인생센터”의 교주인 ‘선생’ 역을 맡아 출연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신도들」은 한국에서도 『해질녘의 친구들』, 『내일 다시 전화할게』 등의 작품이 번역ㆍ출판된 야마모토 나오키 작가의 동명타이틀 만화가 원작. 영화배우로도 활약하는 나오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싱글벙글 인생센터"의 교주인 '선생' 역을 맡아 출연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감독이 보시기에 그는 어떤 배우인가요.

조조 히데오

과묵하지만 뜨거운 성격으로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희귀한 배우지요.

<신도들>의 촬영을 준비하면서는 식사제한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한편, 전기도 수도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가건물에 기거하면서 역할 만들기에 철저히 매달려줬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자세였지요. 장차 일본영화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홍상현

시간이 흐를수록 드라마의 전개를 주도해가는 부의장으로 분한 기타무라 유이 배우도 <신도들>을 통해 연기인생의 새로운 스테이지에 진입한 느낌입니다.

조조 히데오

근본적으로 밝고 건강한 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사람마저 포섭해 버리는 신앙의 무서움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명의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세뇌되기 쉬운 성격인 까닭에 전반부터 마음의 동요를 보이죠. 이 부분의 표현과 관련해서는 장면마다 논의를 거듭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많은 배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오퍼레이터”로 분한 이소무라 하야토 배우는 촬영을 준비하면서 식사제한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한편, 전기도 수도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가건물에 기거하면서 역할 만들기에 매달렸다고 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오퍼레이터"로 분한 이소무라 하야토 배우는 촬영을 준비하면서 식사제한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한편, 전기도 수도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가건물에 기거하면서 역할 만들기에 매달렸다고 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현장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조조 히데오

역시 날씨였습니다. 촬영 전반부 한 주일 동안은 폭우가, 후반부 한 주일 동안은 기록적 폭염이라는 지옥 같은 상황이 이어졌어요. 따라서 스케줄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 스태프, 캐스트의 순발력 있는 대응에 힘입어 어찌어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소규모에 저예산이라는 작품의 성격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거지요.

 

홍상현

이소무라 배우와 기타무라 배우,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무척 뛰어난데요.

조조 히데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오히려 저는 별다른 역할을 한 게 없어요. (웃음)

시종일관 두 배우가 능동적으로 호흡을 맞춰서 최선의 케미스트리를 연출해냈으니까요.

 

히로인인 “부의장”으로 분한 기타무라 유이 배우. 마음의 동요를 가장 격렬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조조 히데오 감독과 매 장면마다 논의를 거듭했다고 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히로인인 "부의장"으로 분한 기타무라 유이 배우. 마음의 동요를 가장 격렬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조조 히데오 감독과 매 장면마다 논의를 거듭했다고 한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우노 쇼헤이 배우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앞의 두 사람을 뒷받침해주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 느낌입니다.

조조 히데오

그렇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표현해준 우노 배우야 말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그는 예전부터 원작의 팬이었기 때문에 강약을 조절하는 포인트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저보다도 작품의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워낙 일본영화계가 자랑하는 명품조연배우이기도 하고요.

 

홍상현

무척 심각한 내용의 영화이지만 로케지의 풍경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처럼 보입니다. 촬영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조조 히데오

확실히 로케지의 풍경이 파라다이스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실상은 좀 달랐답니다. (웃음) 첫날부터 태풍이 들이닥쳐서 전반부에는 촬영보다 진흙탕에 빠진 차를 다 같이 매달려 끌어내거나 사 온 모래를 촬영장에 뿌리는 정지작업을 하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다들 정말 고생이 많았죠.

 

일본영화계가 자랑하는 명품 조연 우노 쇼헤이 배우는 익살스러움과 광기를 넘나드는 “의장” 역을 맡아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뽐냈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일본영화계가 자랑하는 명품 조연 우노 쇼헤이 배우는 익살스러움과 광기를 넘나드는 "의장" 역을 맡아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뽐냈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홍상현

감독의 입장에서 가장 애정을 가지고 계신 장면은 무엇인가요.

조조 히데오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장면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기동대와 신도들이 대치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입니다. 예산이 모자라니 설정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만, 이 부분을 찍지 않으면 오락영화로서의 성격이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행했어요.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제작진 모두가 놀라운 팀워크를 보여줘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홍상현

감독이 소개하는 <신도들>은 어떤 영화인가요.

조조 히데오

보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원작이 가지고 있던 매력이기도 해요.

 

홍상현

특히 어떤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으신가요.

조조 히데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누구라도 극장에 와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일본의 관람등급 상으로는 "15세 이상 관람 가"이니 이 부분을 참고해주셨으면 감사하겠네요. (웃음)

"줄거리가 재미있을 거 같아서,"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야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캐스트로 출연하는 배우의 팬이라서," "우연히 시간이 남아서" 등 계기는 뭐든 상관없지 않을까 싶어요. 분명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으실 테니까요!

 

“인간의 본질적인 어리석음과 욕망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라의 문화 차이 같은 것을 딱히 의식하지 않고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긴 하지만 감독인 저로서도 기본적으로 오락영화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우습거나, 놀랍거나, 더러는 무서움이나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목도 있으실 거예요. 아무쪼록 색다른 재미가 가득한 118분을 부디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조 히데오 감독의 말이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인간의 본질적인 어리석음과 욕망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라의 문화 차이 같은 것을 딱히 의식하지 않고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긴 하지만 감독인 저로서도 기본적으로 오락영화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우습거나, 놀랍거나, 더러는 무서움이나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목도 있으실 거예요. 아무쪼록 색다른 재미가 가득한 118분을 부디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조 히데오 감독의 말이다. (C)Naoki YamamotoㆍShogakukan / Believers Film Partners

"인간의 본질적인 어리석음과 욕망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라의 문화 차이 같은 것을 딱히 의식하지 않고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긴 하지만 감독인 저로서도 기본적으로 오락영화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우습거나, 놀랍거나, 더러는 무서움이나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목도 있으실 거예요. 아무쪼록 색다른 재미가 가득한 118분을 부디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도들>에 대한 소개멘트를 정리하면서 최근 조조 감독의 행보를 더듬어 보니 우디네 극동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러브 논들레스>(2022)와 오사카아시안영화제 초청작 <여고생에게 살해당하고 싶다>(2022)처럼 핑크영화가 주를 이루던 기존의 필모그래피와 결을 달리하는 작품들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올 12월 개봉을 앞둔 새 영화는 <밤, 새들이 지저귀다>(2022)는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카이탄 시의 풍경>(2010)부터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작 <그곳에서만 빛난다>(2014),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오버 더 펜스>(2016),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 등에 이르는 화려한 필모그래피의 작가 사토 야스시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란다.

어쩌면 향후 20년 동안은 이제껏 제작해온 것만큼이나 다양한 조조 감독의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홍상현
홍상현
《코아르》 운영위원, 다카사키영화제 시니어 프로듀서.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인문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ㆍ일 양국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프로듀서를 맡은 장편다큐멘터리영화 <포 디 아일랜더스>는 2008년 제주영화제 개막작이었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 지면이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소개해 온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선정하는 "세계의 영화인 7인" 중 1인이며 일본 TBS(채널 6)주최 디지콘6 아시아 심사위원, 《마이니치신문》 영화웹진 《히토시네마》 필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