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일을 삶으로 만드는 법 — 코프키노 강탄우 인터뷰 1부
이상용의 필로그 — 코프키노 강탄우 인터뷰 1부
영화 서점 겸 출판사에서 배급사로 — 코프키노 강탄우
강탄우 대표는 영화관에서 일하며 영화 수입을 꿈꿨고, 지금은 독립책방 겸 독립출판사인 코프키노를 운영하며 영화 배급까지 시작했다. 그는 책을 낼 때 국내에서 볼 경로가 거의 없던 관련 영화를 극장에 걸기도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누군가 그 영화를 걸어주기를 바라다가, 그렇다면 자신이 걸기로 한 것이다. 마티아스 피녜이로에 관한 아티클을 엮은 첫 책부터 켈리 라이카트 인터뷰집, 소마이 신지와 『아트 호러』, 〈사탄탱고〉 가이드북, 최근 발간한 키아로스타미의 책까지, 그는 무엇을 낼지 결정하는 기준이 결국 자신의 관심사라고 말한다.
그는 이 일을 두고 "비싼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혼자 하기 때문에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1쇄 500부를 찍어 그중 300부만 나가도 한 달을 버틸 수 있고, 그래서 대형 출판사에서는 하기 어려운 비평서 기획을 아직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 일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다.
이 대화는 영화평론가 이상용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이상용의 필로그'의 첫 번째 인터뷰다. 녹화는 사프디 형제의 〈헤븐 노우즈 왓〉 개봉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지면에는 1부 대화 가운데 코프키노의 운영 원리에 관한 문답을 옮겼고, 펀딩과 독서 모임 운영 같은 나머지 이야기는 영상에 담겨 있다.
이상용
사프디 형제의 영화를 배급한다고 들었다.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강탄우
사프디 형제의 두 번째 장편 〈헤븐 노우즈 왓〉(2014)이다. 개봉일은 10월 14일로 잡혀 있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들어가야 해서 한동안 바쁘게 지낼 것 같다.
이상용
사프디 형제의 영화는 국내에 거의 개봉되지 않았고 주로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찬란이나 그린나래 같은 대표적인 수입사들이 있는 가운데, 어떤 경로로 수입을 결심했나. 첫 작품은 이후 활동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왜 하필 사프디였을까.
강탄우
영화 수입은 영화관에서 일하면서 꿈꾸기 시작했다. 영화관에 있으면 수입사와 배급사 관계자를 자주 만나고,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나도 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영화는 당장 사기에 너무 비쌌다. 영화를 수입해 배급하는 일과 해외 책을 들여와 번역 출판하는 일은 과정이 같지 않나, 책이 볼륨이 더 작으니 먼저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준비하던 책 프로젝트 하나가 무산되면서, 이제 정말 해보고 싶던 수입과 배급을 준비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지금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영화 전용 OTT '지하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각자 후보를 추렸는데 여러 사정으로 하나씩 무산되었고, 마지막으로 지하실 대표님이 이건 어떠냐며 가져온 영화가 〈헤븐 노우즈 왓〉이었다. 사프디 형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에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것이 늘 아쉬웠다. 그 영화를 그때 처음 봤는데, 영화가 가진 에너지와 매력이 너무 강해서 국내 관객에게 소개해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상용
거슬러 올라가 묻고 싶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텐데, 왜 하필 영화에 젊은 시간을 걸기로 했나.
강탄우
영화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시기는 길지 않다. 코로나 무렵부터다. 어릴 때부터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을 따르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가 더 큰 관심사였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것이 영화이니, 그것을 생업과 라이프스타일에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삶으로 만들 수 있을까. 거기서 출발했다.
이상용
책 날개에는 2025년 4월의 제임스 베닝 감독전 기록이 있다. 이런 감독전은 관객 수나 수익, 효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기획하나.
강탄우
제임스 베닝 감독전은 시네마토그래프가 진행한 것이라 나와는 완전히 분리된 활동이다. 그래서 얼마나 잘됐는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내 경우는 『아트 호러』라는 책을 냈을 때 로버트 에거스의 국내 미개봉작을 기획 상영했고, 켈리 라이카트 책을 냈을 때는 그의 데뷔작을 단관 개봉 형식으로 상영했다. 이 영화들은 국내에서 볼 경로나 극장 상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한두 번 상영으로 돈을 벌 수는 없으니, 책을 홍보하는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그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고 싶어서 튼다. 누가 이 영화를 좀 걸어줬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걸어야겠다는 식이다.
이상용
그 바람이 결국 이뤄진 경우도 있다. 〈사탄탱고〉(1994) 가이드북을 만들었고, 영화는 결국 찬란이 수입해 극장에 걸었다. 원작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해도, 9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강탄우
〈사탄탱고〉는 시네마토그래프가 작년에 먼저 기획 상영을 했다. 나도 관객으로 보러 가려다가, 이 영화가 이름은 유명하지만 길다는 것 말고는 왜 걸작인지 나도, 대부분의 관객도 잘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회를 극장에 앉아 있기만 하고 보내기 아까워서, 자료를 모은 가이드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결국 내가 필요해서 만든 책이다. 처음에는 작게 제작했다가, 원작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개선판을 다시 만들어 지금은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상용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본인이 보고 싶거나 필요한 것을 먼저 출간하고 상영한다는 생각이 든다.
강탄우
가끔은 내가 너무 비싼 취미생활을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 선택이 전적으로 내 기호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건 혼자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팀이 있으면 의견을 모아 최선의 방향을 찾을 수도 있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결정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 결국 내 관심사를 따라가게 된다.
이상용
그래도 출판도 수입도 일정한 수익이 있어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다. 소마이 신지나 로버트 에거스에 관한 책이 나오는 즐거움은 크지만, 라인업이 지금의 관심사 안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기획도 고민하고 있나.
강탄우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찾는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요아킴 트리에르의 영화는 관객도 많이 들고 인기가 많아서, 책도 잘되리라는 계산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만큼 되지 않았다. 반면 켈리 라이카트는 한국에서 크게 흥행한 감독이 아닌데, 순전히 내가 좋아서 낸 책이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걸 해주면 좋아하겠지 하는 예측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다 보면 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자석처럼 붙는다.
이상용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영화과 학생들은 켈리 라이카트에게 훨씬 많이 영향을 받고 그렇게 찍고 싶어 한다. 트리에르의 영화는 배우의 힘이 크게 필요해서 저렇게는 못 찍겠다고 느끼는 것 같다. 라이카트는 로드무비나 서부극처럼 익숙한 장르 형식을 쓰지만, 트리에르의 멜로드라마는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와 결이 많이 다르다.
강탄우
책의 장르도 달랐다. 켈리 라이카트 책은 인터뷰집이었고 요아킴 트리에르 책은 비평서였으니, 책의 무게도 달랐다.
이상용
인터뷰집은 쉽게 읽히지만, 비평서나 이론서는 정말 읽히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나도 예전에는 코아르에 긴 글을 쓰곤 했는데, 요즘은 쓴다고 누가 읽겠나 하는 생각에 온도가 처음부터 떨어진다. 그런데도 긴 비평서를 계속 낼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강탄우
혼자 하기 때문에, 가볍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은 기동력이 있다. 대형 출판사라면 비평서도 1쇄에 적어도 2,000부를 찍고 1,000부는 나가야 손익분기점이 되고, 그걸로 직원 월급도 줘야 한다. 나는 혼자라서 1쇄 500부를 찍고 그중 300부만 나가도 이번 달은 산다는 정도의 유지비로 운영된다. 그래서 큰 출판사에서는 하기 어려운 기획을 아직은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고, 비슷한 관심과 비슷한 온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 그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상용
요즘 활력 있는 작은 서점들은 강연과 독서 모임 같은 행사를 많이 연다. 서점을 운영하며 사람을 만나고 행사를 꾸리는 재미는 무엇인가.
강탄우
이 일을 시작할 때 무조건 오프라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여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컸고, 실제로 공간이 그렇게 기능할 때 큰 기쁨을 느낀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많은 말이 오가지만, 그 말에는 실체가 없다. 누가 한 말인지, 말한 사람의 얼굴이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가 더 소중한 경험이 된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신기하다. 거의 1년을 했는데도 손님이 들어오면 어떻게 알고 오셨지, 여기를 왜 오셨지 싶다.
이상용
사장님이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않나. (웃음)
강탄우
내가 책방을 운영하고 여기에 손님이 찾아온다는 게 아직도 현실감이 없다.
이상용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이 작업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디까지 가보고 싶은가.
강탄우
처음에는 책 하나를 만들어보자, 공간 하나를 운영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 뒤로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가고 있다. 2년 정도 해보면서 영점이 조정된 부분은, 공간을 운영하는 일과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일은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영화가 될지 책이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둘을 엮는 작업은 꾸준히 하고 싶다. 먼 미래에 무엇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눈앞에 놓인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치우며 가고 있으니까.
※ 영상에서 더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전체 대화는 이상용의 필로그 인터뷰 1부 영상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기사에 싣지 않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텀블벅은 연결망, 알라딘은 백화점: 책의 성격에 맞춰 펀딩 플랫폼을 고르는 법
- 정원 10명, 실제로는 서너 명: 독서 모임 규모와 대화를 이끄는 요령
- 한 명은 많고 0.5명이 필요하다: 1인 출판사의 협업 방식과 책방 운영 루틴
- 원어민이 아니어도 번역할 수 있는 이유와 피녜이로 선집을 계약한 과정
-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술집을 하면 망할까: 손익분기점 이야기
- 가장 마음이 가는 책, 그리고 졸업 앨범 같은 첫 책
2부에서는 최근 발간된 키아로스타미 책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인터뷰 이상용 영화평론가|편집 오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