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그들이 대결하는 방법
'포드 V 페라리' 그들이 대결하는 방법
  • 선민혁
  • 승인 2019.12.20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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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맨골드 감독 <포드 V 페라리>(2019)

영화를 보고 나면 <포드 V 페라리>가 제목처럼 대결구도를 지닌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누구와 누구의 대결인가에 대한 생각은 관객마다 다를 것이다. 제목 그대로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로도 볼 수 있고, 포드 레이싱 팀과 대기업 포드 간의 대결로도 볼 수 있으며 스스로의 한계와 대결하는 레이서 켄의 도전 이야기로 보는 것 또한 가능하다.

관객들 중 한 명인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개인과 자본주의 간의 대결이다. 영화에서 개인을 대표하는 것은 두 주인공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이다. 그렇다면 캐롤과 켄이 대결하는 대상인 자본주의는 영화에서 무엇이 대표하고 있는가.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자본주의'는 기업 포드이다. 공장 노동자들에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걸어 다닐 것'을 대놓고 요구하고, 해고 위협을 하는 포드는 캐롤의 능력과 경험, 욕망을 이용해 르망에서 페라리를 이겨 더 많은 차를 판매하고자 한다. 영화에서 포드가 이기고자 하는 페라리는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양산형의 자동차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포드와는 다른 어떤 '순수한 가치'를 지닌 자동차회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페라리 또한 포드를 이용해 몸값을 올려 피아트사에 회사를 파는 '기업'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캐롤과 켄이 대결하는 '자본주의'를 단지 포드와 페라리 같은 '기업'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포드를 만나기 전에도 그들은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로 더 이상 레이싱을 직접 할 수 없어 자동차를 튜닝해 판매하며 레이싱 팀을 운영하던 캐롤은 포드에 밀린 대금이 있었고 켄은 운영하던 정비소를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인 레이싱을 포기하려고까지 한다. 캐롤과 켄이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레이싱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자본주의는 한순간도 빠뜨리지 않고 그들의 주변에 있었다.

그런데도 캐롤과 켄은 그들 만의 레이싱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방해로부터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캐롤이 포드의 제안을 받은 직후 켄을 찾아가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켄은 캐롤에게 '높으신 분들이 네 마음대로 하게 둘 것 같냐' 같은 말을 한다. 켄은 포드와 함께 레이싱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부터, 결국 기업 포드의 마음대로 레이싱 팀이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포드 팀으로 레이싱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그러한 생각에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켄의 예상대로, 포드 레이싱 팀의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권은 대부분 포드 경영진에 있었다. 그런데 켄과 캐롤은 자신들의 뜻과 다른 경영진의 결정에 분노하기는 해도, 대부분 경영진의 결정에 따른다. 켄을 르망에 출전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캐롤과 켄은 받아드리며 속도를 늦춰 다른 포드 레이서들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라는 지시에도 결국 따른다. 그럼에도 캐롤과 켄이 포드와 자본주의에 굴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자본주의는 쫓을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자본주의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캐롤과 켄은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했다. 그들은 완벽한 레이싱을 하려고 했는데 이는 단지 승리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켄이 아들 피터(노아 주프)에게 '그래도 시도는 해야지' 라고 말했던 것처럼 완벽한 레이싱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레이싱을 하지 않아도 승리는 가능하다. 때문에 캐롤과 켄의 이러한 추구는 경제적이지 않다. 캐롤과 켄은 자본주의의 기본 논리인 '최소비용 최고효율'과는 관계없이 단지 완벽한 레이싱을 추구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게임 자체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고 그들 스스로의 게임을 한 것이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논리에는 반하는 자신들만의 가치를 쫓으면서 자본주의가 할 수 없는 한 가지를 더 하는데 그것은 상생을 위한 타협이다. 르망 출전을 놓치더라도 친구를 믿고 기다릴 줄 알았고, 우승을 포기하고 동업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줄 줄도 알았다.

캐롤과 켄은 자신들만의 가치를 쫓음으로써 7000rpm 어디에선가 자신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I'm H-A-P-P-Y' 하며 노래를 부를 수도 있었다. 결국 고쳐지지 않은 브레이크로 인해 켄이 화염 속에서 죽었더라도, 이것의 의미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 선민혁, sunpool1347@gmail.com]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감독
제임스 맨골드
James Mangold

 

출연
맷 데이먼
Matt Damon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케이트리오나 발피Caitriona Balfe
존 번탈Jon Bernthal
트레이시 레츠Tracy Letts
조쉬 루카스Josh Lucas
노아 주프Noah Jupe
JJ 페일드JJ Feild

 

수입|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작연도 2019
상영시간 152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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