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 앤 글로리' 돌아돌아 다시 영화로
'페인 앤 글로리' 돌아돌아 다시 영화로
  • 배명현
  • 승인 2020.02.22 0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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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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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소재가 된다. 나는 특히 소설을 쓰거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는 곳 아픔은 이야기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이 겪은 사연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예술가는 이 굴레에서 피해갈 수가 없나 보다. 이걸 예술적 비장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글의 첫 시작부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야기하는 건 오늘 말하고자는 영화 <페인 앤 글로리>가 딱 그러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보인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영화감독이 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 시작한다. 영화는 진행될 수록 한 인물의 역사와 함께 진행된다. 어린 시절의 모습과 현재를 번갈아 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어린시절과 지금의 상반된 모습. 어린 시절 뛰어난 재능과 상반되는 창작 불가능한 현재. 영화의 구성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여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이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관객들은 맥락만을 쫓아갈 뿐이다. 1회 관람으로 아주 섬세한 호흡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로 인한 효과는 발생한다. 감독이 진행하는 관객과의 머리싸움이다. 감독이 풀어놓은 실마리를 관객은 엮어야 한다. 영화는 달리면서 쉬지않고 힌트를 던진다. 이 난삽한 힌트를 엮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있다. 이 머리 싸움을 따라간 관객은 감독에게 반전을 한 대 얻어맞는다.

 

사진ⓒ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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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영화는 두 번 독해했을 때 더욱 매력을 발산하는 영화이다. 사실 '감독의 개인사'라는 주제가 얼마나 매력이 있겠는가. 우리는 새로운 상상력을 원하지 타인의 푸념을 재미있어 하지 않지 않는가. 이 지점에서 나는 수많은 고전을 쓴 작가 로맹가리의 어록을 복기한다. 물론 그는 소설에 빗대어 썼지만. 로맹가리의 <흰 개> 중 일부를 발췌한다.

-그런데 소설가가 존재와 사물의 본성을 다른 사람보다 잘못 판단할 때가 많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소설가는 그것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나는 살면서 만나거나 가까이에서 산 모든 사람을 언제나 상상했다. 상상 전문가에게는 그편이 훨씬 쉬운 일이고 덜 피곤한 일이다. 가까운 사람들을 알려고 애쓰거나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을 지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다 깜짝 놀랄 일이 생기면 그들을 끔찍이도 원망한다. 그들이 자기를 실망시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자기 재능에 못 미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시작해보자.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예술가의 아픔은 예술이 된다. 예술가의 아픔이 예술이 된다는 것은 개인사를 다룬다는 것이다. 개인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이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다. 알모도바르는 이 지점과 영화를 연결시켰다. 로맹가리는 소설가를 한심하게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엄청난 것들을 창작했음에 불구하고!)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지만, 위의 문장은 정확한 통찰이다. 진실보단 '허상'을 지어내고 상상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알모도바르는 다른 길을 갔다. 그는 영화의 결말 마지막 쇼트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 장면을 설명하고 싶지만, 참아야겠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이 글을 완벽하게 이해할 것이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면 뒤통수가 얼얼한 그 장면을 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서 '극장'으로 달려가자.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사진ⓒ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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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현
배명현
 영화를 보며 밥을 먹었고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영화로 심정의 크기를 키웠고 살을 불렸다. 그렇기에 내 몸의 일부에는 영화가 속해있다. 이것은 체감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문득 '아.' 하고 내뱉게 되는 영화. 나는 그런 영화를 사랑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온몸으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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