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BEST 10] 코아르CoAR 오세준
[2019 BEST 10] 코아르CoAR 오세준
  • 오세준
  • 승인 2020.02.13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영화웹진 코아르CoAR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 BEST FILMS of 2019 (무순)

순위는 포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10개의 작품을 추출하는 작업만으로 기진맥진했기에. 필자에게 있어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던 해였다. 연초 오스카 시상을 시작으로 전주, 부천, 제천, 서울여성, 부산까지. 특히 국가경쟁작이나 월드시네마 같은 다양한 국가의 작품들을 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중에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프레젠트.퍼펙트.>는 전주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큰 성취였다. 반면에 안타깝게도 거장들의 신작이나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이미 어느 정도 작품성이 검증된 화제작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2019 베스트 10>은 거의 국내에 개봉된 영화들로 채워졌다.

한편 리스트에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공포분자>(1986)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이 있어 의아해할 수 있는데, 반드시 올해 개봉한 작품이 아닌 '체험한 작품'까지 범위를 넓혀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사정을 말하자면 내년에 웹진에서 본격적으로 연재할 '감독에 대한 탐구' 관련하여 첫 번째 감독으로 '에드워드 양'을 선정하면서 그의 작품을 쭉 보는 시간를 가졌다. 마침 그의 타이페이 3부작 중 첫 번째인 <타이페이 스토리>가 34년 만에 처음 국내에 개봉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공포분자>는 '타이페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불안과 냉혹하게 규정하면서 '시네마' 불릴 영화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정교하게 녹아있는 양 감독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결국, 필자는 “내게 어떻게 다가왔느냐” 이후에는 “'모호함'이나 '모순' 따위의 복잡함을 의기양양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였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시네마인가 아닌가와 같은 양가적인 입장에서 기준을 찾기보단 지극히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입장에서 작품들을 가려냈다. 이를테면 <버닝>, <퍼스트 리폼드>, <아사코>는 개인적으로 2019년에 가장 많이 본 작품들이며, <기생충>, <애드 아스트라>, <결혼 이야기>,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감독들의 역량(스타일)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 아닐까' 고민하며 끝없는 놀람을 준 작품들이다.

 

1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노아 바움벡 Noah Baumbach | 2019

사랑의 시작과 끝, 그것이 선형적(線形的)인 형태임을 찰리와 니콜을 통해 펼쳐낸다. 어느 한 장면을 낭비하지 않는 바움벡 감독의 섬세한 연출.

 

2 <공포분자 The Terroriser> 에드워드 양 Edward Yang | 1986

'시네마'라는 깨달음. 에드워드 양은 여전히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작품이 주는 진한 여운과 함께.

 

3 <기생충 Parasite> 봉준호 BONG Joon-ho | 2019

'봉준호'라는 장르의 정점. 수십번 봐도 계속 새로워! 신선해!

 

4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And Your Bird Can Sing> 미야케 쇼 MIYAKE Sho | 2018

단연코 '2019 최고의 일본 영화', 밤하늘 도시의 어둠을 태우는 '청춘'이란 활기.

 

5 <버닝 BURNING> 이창동 LEE Chang-dong | 2018

빛과 어둠이 교차할 찰나 '해미'가 추는 춤은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슬프다.

 

6 <아사코 Asako I & II> 하마구치 류스케 Hamaguchi Ryusuke | 2019

'관계의 세계'에 대한 탐구. 하마구치 류스케가 짜놓은 '반복'이란 판 속 가련한 그녀의 모습.

 

7 <언더 더 실버레이크 Under the Silver Lake> 데이빗 로버트 미첼 David Robert Mitchell | 2018

고전의 향유, 시네마에 대한 탐닉, 인간의 욕망. 3박자 고루 갖춘 게임.

 

8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제임스 그레이 James Gray | 2019

제임스 그레이의 탐험은 언제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함을 다시 또 깨닫는다.

 

9 <퍼스트 리폰드 First Reformed> 폴 슈레이더 Paul Schrader | 2017

인간의 '죽음'을 침묵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10 <프레젠트.퍼펙트. Present.Perfect.> 주셩저 ZHU Shengze | 2019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영상언어의 재구축. 리얼함과 모던함을 무너뜨리는 이미지의 확장. 외부와 내부의 중첩, 그 사이에 위치한 '소수자들'의 세계.

 


 

◇ BSET 'DIRECTOR's DEBUT FILM' of 2019 (무순)

필자에게 국제영화제는 거장들의 작품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보다는 '다양한 국가에서 배출되는 신인 감독들의 작품'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운이 좋게 '국제경쟁'이나 '새로운 물결'과 같은 국제영화들의 섹션을 통해서 다양하고 많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뽑은 영화들은 감독들의 첫 장편 작품들로, 영화들은 '감독' 자신들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 것인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스크린에 비추어 이미지와 움직임을 형성해 낼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중점적으로 판단한 작품들이다.

<롬>, <모국>, <미키와 곰>, <벌새>, <와일드라이프>, <창펑타운>, <테스와 보낸 여름>, 7개의 작품은 공교롭게도 아이들의 시선으로 가족, 사회 그리고 삶 전체를 바라보는 작품들이다. 이들의 시선은 비로소 순수함을 잃었을 때,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내리는 아픔이 영화의 기질로 가지고 있으며,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용기'와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긍정적인 힘을 가진다. <아워바디>, <여름 생존자>는 한 개인의 감정을 육체적인 이미지 또는 클로즈업을 통한 배우의 얼굴로 스크린 안에 움직임을 구현하는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보' 감독의 첫 장편이자 마지막 작품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무려 4시간이나 하는 긴 러닝타임에도 뛰어난 연출로, 단연코 '2019 올해의 영화'라 불릴 수작이다. 현재 중국 사회를 직조하는 카메라는 '부조리'의 세계를 과감하게 벗겨낸다.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는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길.

 

1 <롬 Room> 짠 탱 휘 Tran Thanh Huy | 2019

믿음과 배신. 추락을 위한 비극적인 생존 이야기.

 

2 <모국 Motherland> 토마스 벵그리스 Tomas Vengris | 2019

관객이 목도해야하는 것은 기어코 태워지는 소년의 순수.

 

3 <미키와 곰 Mickey and the Bear> 애너벨 아타나시오 Annabelle Attanasio | 2019

아빠의 그림자를 사랑한 소녀의 이야기.

 

4 <벌새 House of Hummingbird> 김보라 KIM Bora | 2018

나를 울리는 영지의 편지와 은희의 얼굴. 

 

5 <아워바디 Our Body> 한가람 HAN Karam | 2018

여성의 욕망과 육체를, 영화의 세계 안으로 투영하는 감각적인 연출.

 

6 <여름 생존자 Summer Survivors> 마리아 카브타라드제 Marija Kavtaradze | 2018

세계의 실존을 '개인의 정신과 사물의 운동'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감독의 뛰어난 방식.

 

7 <와일드라이프 Wildlife> 폴 다노 Paul Dano | 2018

이미지의 은유와 함축을 통한 '가족'이라는 세계.

 

8 <창펑타운 Changfeng Town> 왕 징 Wang Jing | 2019

양귀자의 연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이렇게!

 

9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An Elephant Sitting Still> 후 보 Hu Bo | 2018

그곳은 '비극의 징후'가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 막을 수 없을 지경.

 

10 <테스와 보낸 여름 My Extraordinary Summer with Tess> 스티븐 바우터루드 Steven Wouterlood | 2019

'나'에서 '너' 그리고 '모두' 함께 추억을 쌓는 따사로운 여름 휴가.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