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Time is enemy
<1917> Time is enemy
  • 배명현
  • 승인 2020.02.10 0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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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17’(1917, 미국, 영국, 2019, 119분)
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
사진ⓒ ㈜스마일이엔티
사진ⓒ ㈜스마일이엔티

<1917>은 새롭지만 새롭지 않다. 이건 부정일 수도 긍정일 수도 있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2시간 동안의 러닝 타임 동안 단 한 번의 컷으로 나누어진 형태이다. 쉽게 말해 롱테이크씬 하나로 찍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 촬영 기술적 혹은 CG를 사용해 편집점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이 그것까지 알아 차리긴 힘들다. 감독도 이것을 의도했을 것이니 롱테이크 영화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도전은 놀랍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롱테이크 하나로 이루어진 영화를 상상한다. 실례로 히치콕의 <로프>가 대표적이다. <1917>은 과거 실험 영화에서나 볼 법한 과감하게 선택했다. 이 도전이 놀라운 이유는 롱테이크 자체가 놀랍다기보단, 영화를 촬영하며 감수해야 할 수고와 예상치 못한 변수들, 거기에 수익을 노리는 대중영화에서, 이런 실험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물론 롱테이크가 지루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버드맨>도 거의 모든 씬을 롱테이크로 찍으면서 재미를 주지 않았는가. 때문에 <1917>의 특징이 롱테이크일 수는 있지만 성취가 롱테이크일 수는 없다. <1917>만의 고유한 특징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 이 글을 적는 필자는 2월 9일, 92회 아카데미 시상 전날에 글을 쓰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기생충> 대신 작품상을 받는다면 아마 촬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지금까지 롱테이크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구장장 말했는데 촬영 때문이라고? 진정하고 들어보시라.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정신을 잃었던 스코필드가 깨어나 건물 사이를 빠져나오는 장면이다. 사방에서 조명탄이 터진다. 극명한 명암의 대비와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압도적이다. 그 압도적 아름다움은 죽음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있는 스코필드는 그 아름다운 순간에도 두려움과 살아야 한다는 그리고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는 압박 속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이 아름다움은 관객에게만 유효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영화는 롱테이크 기술이 가진 의미가 무너지게 된다. 롱테이크는 영화와 현실의 시간을 동일하게 만듦으로써 현장감과 현실성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영화 속 인물과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상이하다면 영화가 주려는 현장감의 롱테이크라는 맥락은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감독이 과연 이걸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다. 감독은 누구보다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잘 안다.

 

사진ⓒ ㈜스마일이엔티
사진ⓒ ㈜스마일이엔티

샘 멘데스 감독은 이 아름다운 순간을 통해 아이러니를 전달한다. 주인공 스코필드는 명암의 극명한 대비 속에 누군가를 마주한다. 어떤 존재가 앞에 있다는 건 알지만 식별할 수 없는 상태. 그 상황에서 둘은 고민한다. 쏘아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스코필드의 동행으로 진행되는 영화이기에 우리는 스코필드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장에서 누가 살아남지 않아도 좋다고 하던가. 그 장소에서 죽어도 괜찮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둘의 망설임은 관객에게 강렬한 체험 속으로 밀어 넣는다. 실제론 아주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스코필드의 앞에 놓인 상대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그리곤 상태의 총성에 불안을, 위기를. 두려움을 체험한다. 죽어선 안 돼! 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조그맣게 읊조리게 된다.

방금 전까지 아름다움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을 삽시간에 차갑게 만든다. 이 극명한 온도차는 샘 멘데스의 놀라운 연출력에 기인한 설계이다. 이 설계에 관객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적진을 뚫고 가야 하는 주인공의 압박을 미약하게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Time is enemy'라는 태그라인이 <1917>의 북미 홍보 문구라고 한다. 롱테이크와 현장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를 완벽하게 압축한 홍보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영화에도 아쉬운 지점은 존재한다. 계속해서 언급되는 롱테이크이다. 과연 이걸 어떻게 찍었는 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들게 하는 탁월한 장면들은 영화가 아닌 영화 밖에서 카메라의 위치를 상상하게 한다.

거장 로저 디킨즈 (스카이폴같은 액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카리오와 같은 걸출한 작품은 물론 코엔 형제와 오랜시간 작업해왔다.)의 촬영이 너무나 탁월했던 까닥일까. 필자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와중에 다른 관객들이 한 말을 기억한다. “대체 이 영화 카메라는 어디에 있는 거야?”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와중에 카메라의 존재에 대해 언급한 관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영화의 특징이자 강점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약점이라는 아이러니가 재미있다.

 

사진ⓒ ㈜스마일이엔티
사진ⓒ ㈜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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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좋아 2020-02-10 15:04:15
롱테이크라는 기법과 이미지의 아름다움! 멋진 해석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