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판도라의 벽장
<클로젯> 판도라의 벽장
  • 오세준
  • 승인 2020.02.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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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 ENM
사진 ⓒ CJ ENM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물이 확실히 언젠가부터 강세다. 여기서 강세는 관객들에게 '나름 잘 먹힌다'고 말할 정도랄까. 아니면 완성도 측면에서 '평타는 친다'고 해야 할지. 이를테면 <검은 사제들>, <곡성>, <사바하>, <변신>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비추어 보았을 때 <클로젯>도 썩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무서웠고, 겁을 먹고 놀랐다. 상업 영화 시장 안에서 어느 정도 잘 팔릴 상품임에는 분명 괜찮은 듯 느껴진다. 물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다. 좀 더 사적인 이야기를 보태자면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다른 세계로 넘아가기 위해 등장하는 '벽장'의 사용이 호러물에서 쓰이니 꽤나 요긴하다 느꼈다. 무언가 튀어나올 듯한 긴장감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한 도구적 사용, 그리고 대부분의 집에서 볼 수 있다는 보편성까지.

뜸금없을 수 있지만, 이런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클로젯>은 어떤 영화인가", 이 영화는 '상원'(하정우)이 퇴마사 '경훈'(김남길)의 도움으로 벽장 넘어 이계(異界)로 넘어간 딸 '이나'(허율)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자식을 구하기 위한 부모의 내용이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속내는 그럴만한 사정이 존재한다.

먼저 상원의 가족 이야기다. 상원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고,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당시의 사고 트라우마로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딸을 위해서 애쓰는 중이다. '경훈'의 경우 역시 비슷하다. 무당인 엄마가 굿을 하는 도중에 강력한 원귀의 힘으로 죽고 만다. 그는 이 원귀를 쫓는 중이다. 그리고 원귀는 작은 소녀로, IMF 당시 아버지가 자행한 자살 시도로 엄마와 함께 죽고 만다. (이 아이는 벽장에 갇혀 죽는다)

 

사진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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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무서움과 부족한 신선함

<클로젯>이 가지는 공포는 벽장에서 정확히 어떤 것이 나올지, 어떤 상황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순간에 있다. 그렇다면 영화는 이 순간만을 집중하는 것이 관객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좋은 전략일 터. 그래서인지. 영화는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복잡한 플롯이 아닌 비교적 단순한 구성으로, 사건이 벌어질 벽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건축 디자이너 상원은 이나와 함께 살 숲속의 위치한 저택으로 이사를 가지만, 온 신경은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딸은 갑자기 돌변하고 사라진다. 전단지를 뿌리고, 방송에도 출연하지만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이를 접한 퇴마사 경훈은 상원을 찾아가 이 모든 것은 딸 방에 위치한 벽장 속 원귀의 소행임을 알린다.

영화는 중간중간 몇 차례 소행을 펼친다. 원귀가 잡아간 아이들이 튀어나와 좀비처럼 돌아다니거나 윈귀(딸)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는 등 피해야 하는 상황과 막아야 하는 상황 사이에서 꽤 힘을 준다. 그러나 원귀라는 강력한 존재 앞에 인간인 상원과 경훈은 너무 나약하기만 하다.

<클로젯>이 설치한 공포를 주는 장치들은 그 효과가 약하거나 무력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되려 그렇지 않기에 영화는 조금 밋밋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서사적인 측면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숲속의 집으로 이사를 가는 설정이나 다수의 아이들이 실종된 사건 등은 <컨저링>과 같은 영화에서 여러 차례 나온 부분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인 우리가 위치한 상황은 적잖은 공포와 익숙한 테마 사이이다. 특히, 필자가 다소 아쉽게 생각한 것은 '미장센'이다. 다시 말하면 영화는 그럴듯함을 추구한 나머지 '공간에 대한 활용'이 부족했다. 실제로 영화는 숲속의 집에서 이뤄지는 만큼 공간에 대한 세팅에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집의 외부와 내부 모두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이것이 위에서 설명한 '순간에 집중'한 탓이다. 영화가 가지는 기시감을 공포로 대체하니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벽장'에 온갖 무서움이 다 들었기 때문일까. <클로젯>의 한계는 결국 기어코 벽장 문을 열어야만 느껴야 하는 영화적 체험에 있다.

 

사진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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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인공들의 욕망과 결핍도 다소 빈약하다. 이사의 목적이 딸과 잘 지내기 위함인데, 금전적인 부족이 아님에도 '일'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상원. 결국 딸을 되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는 영화가 처음에 보여준 모습과 번복될 뿐이다. 또 경훈 역시 '엄마의 복수'인지, 아니면 '직업 소신'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탓에 그의 캐릭터가 확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계에서 귀신이 된 아이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는 시도를 해도, 그것이 꽤 감정적으로 잘 다가오지 않는다. 큰 틀에서 보면 <도가니> 때부터 <미쓰백>, <어린 의뢰인>, <나를 찾아줘> 같은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잘 다뤄온 사회 문제(아동 폭력)이기에, 더군다나 <클로젯>과 같은 장르물에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찾고자 하는 것은 꽤 수고로운 일이다.

영화 처음 경훈의 어머니가 굿판을 벌이는 모습을 캠코더로 녹음된 영상을 보여주는 질감은 강렬하고 좋았으나 이후의 이야기 전개, 사건의 전달이 다소 진부하고 따분하다. 물론 이런 부분을 봉쇄하고자 하는 감독의 장르적 장치의 전개는 효과적이었으나 상충한 상태에서 무언가 더 보여주지 않은 채 이야기를 끌어가는 부분이 조금 약하다.

글쎄.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영화를 보는 동안 여러 차례 소리를 지르는 관객들의 반응을 느꼈을 때는 공포영화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어렵지 않은 듯하다. 겨울의 한기에 더할 싸늘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지.

 

사진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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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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