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7000rpm 그 어디에서 (전편)
<포드 V 페라리> 7000rpm 그 어디에서 (전편)
  • 배명현
  • 승인 2019.12.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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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을 위한 가이드라인입니다. 후편은 영화를 본 이후에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너무 성급한 시작으로 보이는가. 하지만 이렇게 적어야만 한다. 이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기왕이면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이글을 쓰는 지금, 영화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경박한 시작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시작해보겠다.

사실 처음 영화의 제목을 보았을 때 관람하지 않으려 했다. 대형 제작사에서 만든 양상형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드와 페라리 두 기업이 이겨보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러닝타임의 절반이 카 체이스 씬인,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감독은 <로건>의 감독이었다. 나의 판단을 한 발짝 유보하기로 했다. 내 예상이 틀릴수도 있다는 예감이 든건 예고편을 보았을 때이다. 예고편은 단순한 버디무비 혹은 카 체이스만 담은 영화가 아니었다. 나는 성급한 일반화를 반성했고 영화에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오늘 영화를 보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훨씬 놀라웠다. 이 영화는 실화를 어떻게 영화로 풀어내야 하는지, 균형감각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 모든걸 다루면서 재미를 주는 방법까지도. 먼저 나와 같은 오해를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걱정은 집에 두고 영화관에 가시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껏 영화를 즐겨주시길 바란다.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영화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이다. 하지만 그건 영화 속 순간일 뿐이다. 러닝타임 내내 나오는 주요 적은 ‘포드’이다. 두 주인공 케롤과 켄에게 적은 포드의 경영진이다. 적은 늘 내부에 있다는 관용어가 딱 들어맞는다. 플롯은 내내 포드의 경영진과 캐롤의 대비를 보여주도록 짜여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개인과 포디즘(경영진)의 대결이라는 도식에 끼워 넣고 싶지 않다. 그렇게 판단한다면 해석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렇다면 영화의 후반부에서 ‘켄’이 했던 선택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이 페이지는 영화를 보기 이전 읽는 추천사에 가깝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때문에 영화의 해석을 얄팍하게 만드는 ‘성과’v’악’의 대결로 해석하지는 않겠다. 때문에 더더욱 영화를 보는 관점이 중요할 것이다. <포드 v 페라리>는 실재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정말 실화인가. 역사가 실재의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영화로 만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영화는 감독의 관점을 따라가게 된다. 감독의 시선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줄거리부터 따라가 보도록 하자. 영화는 캐롤의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르망에서 최초로 우승한 미국인이다. 그러나 아름답지진 않다. 가장 아름답게 ‘결정된’ 실재는 어둡다. 영화의 첫 씬은 중요하다. 이 영화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기 때문이다. 캐롤이 어둠을 뚫고 지나가면 화면은 바뀌고 더이상 운전할 수 없다는 처방을 받는다.

다음은 켄의 등장이다. 그는 자동차 수리공이다.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씬 다음은 경주로 이어진다.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관객은 캐롤이 운전자, 켄이 자동차 개발자가 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감독은 예상을 빗나가게 만든다. 실제 ‘르망 24시’에서 운전을 해야 할 사람은 켄이었고 그를 서포트하는 사람이 캐롤이다.

첫 장면은 관객을 놀리기 위한 장면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미래를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제한된 정보만을 받는다. 르망이 캐롤의 마지막 주행이었느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캔이 얼마나 오랫동안 달리지 못했는지를 방증하는 장면이다. 주위의 어떤 사람도 그가 운전할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오직 관객만을 위해 찍은 병원 씬이 정보를 전달한다. 그가 더이상 달릴 수 없다고 때문에 켄이 달려야 한다고.

이 영화는 켄을 달리기게 만들기 위한 영화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급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온다면 이를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켄의 위기는 늘 극복된다. 그의 경제적 위기, 포드에 의해 좌절된 의지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건 켄이 아니다.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부인 몰리가 있지만 그녀는 정신적 지주일 뿐이다.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준 지원자는 캐롤이다.

때문에 영화는 두 번 켄과 캐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장면을 배치해두었다. 켄의 첫 자동차 대회와  르망에서의 후반에서 말이다. 캐롤은 혼잣말로 지시를 내린다. 켄은 이 지시를 들은 것처럼 정확하게 운전한다. 이는 단지 둘의 운전실력을 드러내려는 장면이 아니다. 실력 때문이라면 한 번으로 족하다. 감독은 이 둘을 한 사람으로 까지 생각한 것 같다. 때문에 영화 마지막 장면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피해 설명하는 건 여기까지 해야겠다. 더 이상 설명 하려면 스포가 불가피하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에게 들려줄 해석이 있으니 다음 글은 영화가 끝난 후에 읽어주시길 바란다.

 

7000rpm 그 어디에서 (후편)에서 계속.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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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배명현 에디터, rhfemdnjf@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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