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사정', 그것을 따라가는 여정 안에서
누군가의 '사정', 그것을 따라가는 여정 안에서
  • 오세준
  • 승인 2019.11.28 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나를 찾아줘'(Bring Me Home, 한국, 108분)
감독 '김승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영애를 스크린으로 본다는 것. <나를 찾아줘>는 일단 이 사실만으로 충분히 봐야 할 이유를 가진다. 한편으로 '이영애의 14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무게를 감독이 버텨내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에는 '그녀가 아니었으면 아쉬울 수 있었겠다'와 '데뷔작으로 주연이 이영애라니'와 같은 연기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찰 정도로 영화 안에는 그녀의 강렬하고 인상적인 모습들이 가득 담겼다. 실종된 아이를 찾아 나서는 엄마 '정연'(이영애)의 이야기, 영화는 물이 빠져나가 허허벌판이 되어 버린 황량한 갯벌 위를 걷는 그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초점을 잃은 눈빛, 망연자실한 모습과 함께.

<나를 찾아줘>가 기대해야 하는 것은 박스오피스 1위나 높은 관객 점유율'뿐'일까. 이상한 질문이다. 흥행과 수익을 위해서 당연히, 아니 애초에 저 질문이 유효한지 분명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첫 문장의 의도는 '하나'다. 정연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얼마나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게 하는가', 즉 108분 동안 벌어지는 관객과 영화의 술래잡기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감독은 관객을 몰입시킬 장치를 훌륭히 배치했는지, 이야기 안으로 확실히 끌고 들어올 수 있는지, 이 글은 앞선 질문들의 답을 찾는 작업이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의 작동: 관객에게 '정연의 확신'을 심어주기

필자가 영화를 보면서 놀랐단 것은 적의 실체를 처음부터 '뚜렷이'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윤수를 발견했다는 제보로 그곳을 찾으러 가던 남편 '명국'(박해준)이 교통사고로 죽은 이후, 그 제보가 어린아이들의 장난이었다는 사실이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순간 곧이어 카메라는 낚시터 마을의 경찰 '홍경장'(이재명)을 보여준다. 그리고 옆에 있던 김순경이 윤수의 사진을 보며, 강노인네 '만선낚시터' 민수랑 닮았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수배지를 프린트하고 아이와 강노인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까지 하며 나름의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민수'가 김씨 할머니가 죽으면서 길러달라고 부탁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이 아이가 노동 착취와 폭행을 당하며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점이다. 또 김순경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돈을 주면서 입막음을 한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나를 찾아줘>는 처음부터 김순경을 통해서 관객에게 '민수'가 '윤수'임을 확신하도록 설득시킨다. 즉, 정연을 통해서 '만선낚시터'의 비밀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관객이 먼저 정연이 낚시터에 오기 전에 모든 것을 알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의문점은 이 지점에 있었다. 모든 것을 너무 빨리 공개하는 감독의 이 방식은 어떤 의도를 품고 있나. 더 이상 비밀이라 할 것도 없는 '만선낚시터', 정연이 아이를 찾으러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이 이야기를 계속 지켜봐야 할 이유, 그것은 '정연이 어떻게 아이를 되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질문이 유효하기 위해서 감독은 정연과 명국을 돕는 '승현'(이원근)이라는 인물의 작은 이야기를 집어넣는다.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승현은 뒤늦게 성인이 돼서야 그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린 것을 후회할 만큼 멋있게 자라서 복수할 생각이었지만, 되돌아 온 것은 부모의 유골함뿐이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이야기의 존재는 '정연'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이다. 6년 동안 아이를 찾는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미친 듯이 살았던 이유가 '부모로서의 죄책감'으로 작용했다면, '승현'의 존재는 남편까지 잃은 그녀에게 살아야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 훗날 윤수가 승현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버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영화의 세팅은 끝났다. 정연은 슬픔을 잊고 다시 윤수를 찾을 희망을 얻었다. 이제 그녀가 '민수'를 되찾아 오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김순경이 했던 의심을 하는 여자가 외부에서 찾아왔으니 만선낚시터의 사람들과 윤경장은 그녀를 경계하고 민수를 숨긴다. 여기서 관객은 물음을 가질 수 있다. '정연은 어떠한 근거로 '민수'를 '윤수'로 확신할 수 있는가', 영화는 김순경과 정연을 통해서 두 번의 식사 장면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순경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정연이 눈치채는 것이 있다면, '가족의 풍경'이다.

'만선낚시터'가 가지는 공간적인 음침함, 이를테면 아이들이 컨테이너에서 허름하게 지낸다거나 끊임없이 폭행과 노동으로 채워진 일상의 모습들, 가족이라는 단어와 결코 섞일 수 없는 이질감이 민수가 윤수이라는 정연의 확신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정연이 저녁에 몰래 윤수를 찾으러 온 순간, 같은 처지로 붙잡혀 살고 있는 지호와 함께 몰래 도망치려는 민수는 만선낚시터 사람들에게 들켜 쫓기다 파도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아이의 죽음으로 정연은 복수를 자행하고, 지호와 함께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떠밀려온 민수의 시체를 확인하면서 그가 '자신의 윤수가 아님을 확인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렇다. 영화는 분명 빠르게 달렸고, 정연과 마을사람들의 결렬한 싸움도 있었지만, '남은 무언가'를 더 보여준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러 여전히 윤수를 찾아 떠도는 정연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다소 긴 호흡으로 써 내려오면서 필자가 확인하려 한 것은 관객의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 영화는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결말을 통해서 이 영화가 정연에게 심어주고 싶은, 달리 말하면 관객에게 정연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은 영화 초반 그녀가 남편이 죽은 상황에서 승현의 존재를 통해 자신이 살아야겠다는 이유인 '희망'을 고스란히 간직한 결과이다. 분명 영화의 화두는 '윤수의 생존여부'였지만, 이야기는 '전연이 민수를 데리고 만선낚시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묻는다. 이 모든 것이 과연 영화를 보기 전 떠올렸던 예측가능성의 범주에 들어있었는지. 김승우 감독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지켜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담은 작품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의도가 영화 속에서 어떤 것들을 의미하는지 관객 개개인의 몫이지만, 분명한 건 해답을 도출해낼 때까지 감독의 카메라는 집요하게 그것들을 포착해 담아냈다는 것이다.

 

정연의 남편이 죽은 이유가 고작 아이들의 장난 때문이었고, 그러한 정연에게 남편의 보험금을 빼앗기 위해서 윤수의 정보를 파는 건 남편의 동생이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정연의 사정'은, 가족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계속해서 외면당하는 처연하고도 공허한 울림이다.

 

관객인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것은 파도에 휩쓸려가기 전 정연을 보며 자신의 엄마가 아닌 자에게 ”엄마!“라 소리치는 민수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 울부짖음은 지금도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의 가족에게 건네는 감독의 작은 위로와 희망이 아닐까.

자식을 잃어버린 한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나를 찾아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제외한 수많은 가족을 경유한다. 그러나 그들은 남의 사정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정연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감독의 장치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찾아달라고 기다리는 전단지 속 '부모를 잃은 수많은 아이들의 얼굴들'이다.

<나를 찾아줘>는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 등 제작부에서 일한 김승우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감독은 복잡하지 않은 내러티브 안에서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밟아 나아간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에 대한 냉담한 접근 방식은 우울하거나 슬픔 감정을 자아내는 한편 충격적이고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부패한 경찰, 노예 사건, 사회의 무관심, 인간의 이기심 등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를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잘 다루어졌다. 독창적인 캐릭터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그가 앞으로 어떤 영화를 선보일지 앞으로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영애, 김승우 감독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영애, 김승우 감독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