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 디즈니 왕국 속 엘사의 위치
'겨울왕국 2' 디즈니 왕국 속 엘사의 위치
  • 오세준
  • 승인 2019.11.22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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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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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의 제작'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1편은 당시 한국에서 디즈니 최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북미(4억 달러)·일본(2억 달러)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입(7600만 달러)을 올렸다. 전 세계 극장 매출은 12억 달러, 우리돈 1조원에 달했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당연히 속편 제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수익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한국에서 개봉 전날인 20일 사전 예매량이 100만 장을 넘겼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극장가 전체 예매율의 90%를 휩쓸었다. 상영 예정 스크린만 2500여 개로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상당히 뜨겁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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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향한 도약

전편 <겨울왕국>이 흥미로웠던 것은 '엘사'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영화 초반 동생 '안나'는 한스 왕자에게 한순간에 반해 결혼하고자 하면서 '전형적인 공주'(디즈니가 전통적으로 그려온)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엘사'는 동생의 결혼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왕국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 성을 만들고 홀로 살기를 결심한다. 이 대목에서 보여지는 엘사의 모습은 신데렐라를 연상시키는 금발과 하늘색과 하얀색이 조화롭게 섞인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그녀가 뿜어내는 반짝거리는 얼음은 분명 유리구두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자신이 자라온 왕국을 등지며 어떠한 관계와 맺지 않음을 실천한다. (물론, 그 이유는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겨울왕국2>는 이런 엘사를 더욱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탐구로 작용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1편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엘사의 힘'에 대해 깊게 조명한다. 과거 아렌델 왕국은 숲에 살며 자신들을 태양의 자식들이라 칭하는 '노덜드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엘사와 안나의 할어버지는 그들이 마법을 가졌기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몰래 전쟁을 일으킨다. 이후 정령들은 화가 나 숲을 마법의 안개로 가두어 버린다. 그리고 정확히 32년 5개월 정도가 지나 엘사는 숲으로부터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고 느끼고 왕국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하나뿐인 동생 안나와 크리스토프, 올라프, 스벤과 함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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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다소 스토리가 어둡고 복잡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어린아이들보다 성인에게 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라는 점이다. 안개로 뒤덮인 숲이나 어둠이 가득한 여러 공간, 죽음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의 요소 역시 이 영화가 가진 색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희망찬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아빠의 옛 이야기와 엄마의 구슬픈 노랫말로 시작해 마법의 숲이 재현하는 과거와 숨겨진 진실까지, 과거와 현실을 끊임없이 오가는 영화의 전개는 그녀의 가족, 왕국의 역사를 경유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너무도 당연하게 이러한 세계관의 정립이 디즈니가 겨울왕국의 앞으로의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한 전략처럼 다가온다.

<겨울왕국2>는 여름이 지나고 겨울을 맞이하는 '가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하는 '변화'에 대한 울라프의 고민은 엘사, 안나의 성숙으로 이어지며, 그녀들의 부모가 보여준 희생 나아가 왕국과 원주민의 화합까지 이어진다. “이 숲이 우리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게 만드네요”라는 대사처럼 갈등의 중심이자 엘사를 불러낸 '마법의 숲'은 엘사와 안나를 성숙한 어른으로 변화하기 위한 장소이며, 엘사의 정체성(정령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안나를 여왕으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는 장소다. 또한 왕국과 원주민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으면서 바다로 흘러가는 폭포와 강이 있는 곳이기에 지리적인 측면에서도 상징적이다. (심지어 전편에서 침몰한 부모의 배도 발견된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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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필자의 흥미를 이끄는 것은 겨울왕국 '시리즈'가 일종의 영웅서사로써 다가온다는 점이다. 한 왕국의 딸들이 부모를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왕위를 물려받고 '울라프'나 '크리스토프'같은 용기를 주는 조력자를 만나며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렸던 전편에 이어, <겨울왕국2>는 거듭되는 시련 속에서 정령을 만나고 숲속에 숨겨진 공간('조셉 켐벨'에 따르면 '동굴의 가장 깊은 곳', Approaching the Cave)에 다다르며 적과 마주하는 흐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해리포터처럼 공간을 항해하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원질신화'(monomyty), 켐벨이 언급하는 '영웅이 되기 위한 열두 단계'에 가깝게 느껴진다. <겨울왕국>이 단순히 '왕자 콤플렉스'를 떨쳐낸 정도의 신선함이 있었다면 <겨울왕국2>는 신선함보다는 '여성'으로써의 신화를 구축하기 위한 도약으로 '그 가치'를 증명해낸다.

그 가치는 분명 엘사와 안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명확히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엘사의 경우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가 자신이 가진 잠재적 힘의 근원인 볼드모트를 마주하는 것이라면 안나의 경우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루시, 피터, 에드먼드, 수잔이 현실이 아닌 나니아라는 세상에서 미지의 존재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정리해서 말하면 엘사는 자신의 힘으로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잠재적인 두려움을, 안나는 마법이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에서 하나뿐인 가족 '엘사'를 잃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두 인물은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두려움을 지니고 있으며, 끊임없이 위협하는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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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위기에 처한 올라프는 안나를 향해 "이제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해"라고 말한다.

크리스 벅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해 "<겨울왕국>이 해피엔딩이라면 <겨울왕국2>는 해피엔딩,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다. 살다 보면 항상 행복한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장애물이 나타나고 예상치 못한 시련도 겪게 된다. 이번 작품은 (...) 캐릭터들이 '어떤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심호한 감정선이 들어있다"라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엘사는 정령이, 안나는 여왕이 된다. 모험을 통해 각각 정체성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비단 변화는 두 사람의 위치로 끝나지 않는다. 겨울왕국이 가진 '영화로써의 변화'가 위치한다. 적어도 <겨울왕국2>는 "Let It Go"가 103분 동안 머릿속에 들리지 않을 만큼 나름의 변화를 꾀한 작품이다. (속편이 직면한 과제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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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분명 그동안 디즈니에서 보지 못했던 '엘사'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독자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쳐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법의 힘이나 안나와 친구들의 조력이 더해져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겨울왕국2>가 어쩌면 그러한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결과일지도. 왕국이 아닌 숲을 선택한 엘사는 정착하지 않는 유목민들처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 디즈니의 상징인 '성'과는 정반대로 위치하며, <슈렉>이 보여준 '아름다운 동화의 밖'의 세상을 의미한다.

거세게 들이닥치는 파도를 뛰어넘은 엘사의 모습이 선명하게 자리 잡은 필자의 머릿속에는 이후 더 큰 무언가를 뛰어넘을 그녀의 결기(決起)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글 오세준, yey12345@ccoart.com]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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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오세준
《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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