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위를 쾌속질주
바둑판 위를 쾌속질주
  • 오세준
  • 승인 2019.11.07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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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The Divine Move 2: The Wrathful, 2019, 106분)
감독 '리건'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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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영화, 어쩌면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영화. 바둑과 범죄액션의 결합을 선보였던 조범구 감독의 <신의 한 수>(2014)가 5년 만에 스핀오프로 다시 돌아왔다. 전편 <신의 한 수>에서 프로바둑 기사 '태석'(정우성)이 교도소 수감하던 도중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심지어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맹기바둑으로 전승을 이뤄낸 '귀수',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전편을 봤던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귀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직 '승부'에만 집중

전편 <신의 한 수>가 태석을 중심으로 '살수'(이범수)에게 복수하기 위한 팀플레이였다면 이번 작품은 오로지 복수를 위해서 미친 듯이 독주하는 '귀수'(권상우)의 모습이 그려진다. 두 작품 모두 '복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똑같은 공통분모를 가진다. 하지만,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주인공 귀수를 중심으로 '허일도'(김성균), '똥선생'(김희원), '부산 잡초'(허성태), '외톨이'(우도환), '장성무당'(원현준) 등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배치 시킨다. 완연한 '캐릭터의 놀이터'를 펼쳐낸 셈이다.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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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둑'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출해내는 점이다. 이미 전작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장위동 흑뱅기원, 관철동 골목길, 포르노 촬영 트럭, 냉동창고 등 다양한 장소에서 게임을 펼치며 치열한 두뇌싸움을 보여준 만큼 '바둑'을 통한 긴장감있는 연출의 한계가 어느 정도 존재하기 마련. 그러나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이러한 걱정과 우려를 꽤 영리하게 비켜나간다. 사활 바둑, 관전 바둑, 맹기 바둑, 판돈 바둑, 사석 바둑까지 다양한 대국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전작과는 다른 결의 독특한 대결양상을 선보인다.

영화가 이러한 도장깨기 스타일의 바둑 액션뿐만 아니라 '귀수'에게 많은 배경 이야기, 즉, 이렇다 할 사연을 품지 않고 오로지 '승부사'로써 길러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감독은 오로지 이 인물에게 복수할 확실한 명분만 지니게 하는데 어쩌면 이러한 점이 이 영화가 가진 나름의 성취이자 미덕이다. 어린 귀수가 잔혹한 어른들의 세계로 강제 편입되어 지면서 그들과 겨루기 위해 강력해지는 설정은, 초반에는 수련을 통한 '인간의 한계'를, 중반은 성장한 귀수의 실력을 검증하는 '승부사의 세계'를, 후반은 복수의 끝을 향해 돌진하듯 귀수를 영화 끝까지 밀어낸다.

더불어 1988년에서 시작된 영화의 배경 속 고스란히 녹여진 골목길, 화장실, 주물공장 등 이색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액션은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전달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말죽거리 잔혹사>나 <야수>가 떠오르는 권상우의 전투신이 바둑보다 더 볼만하다는 것이 함정이다. 이 작품으로 그의 육체가 전혀 노쇠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한편으로 위에서 이 작품의 이점이 '귀수'에게 집중한 전개라고 언급했지만, 흥미롭게도 그를 제외한 여러 캐릭터들이 쉽게 낭비된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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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세상은 둘 중에 하나야. 놀이터가 되든가. 생지옥이 되든가.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 아니. 이미 점치고 있을 것이다. '귀수의 완벽한 복수의 성공을',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그가 '어떻게' 이기는지 편안하게 앉아서 지켜보는 것. 극 중 귀수를 따라다니며 관전을 하는 똥선생의 위치가 딱 관객의 자리이다. 물론 그가 '죽지 않는 돌'로 불리는 이유와 다르게 관객은 킬링타임(시간을 죽이는)으로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계에서 흥행한 영화를 시리즈로 확장하는 개념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신의 한 수: 귀수편>의 흥행은 앞으로 시리즈로써 살아남을 수 있는 판가름이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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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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