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커밍 홈 어게인' 상실되어가는 순간의 절박함
[24th BIFF] '커밍 홈 어게인' 상실되어가는 순간의 절박함
  • 오세준
  • 승인 2019.10.17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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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밍 홈 어게인'(Coming Home Again, United States/Korea, 2019, 86분)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으로, 웨인 왕(Wayne WANG) 감독이 연출했다.

웨인 왕 감독의 신작 <커밍 홈 어게인>은 <영원한 이방인>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재미교포 1.5세대) 작가 '이창래'의 자전적 에세이(잡지 '뉴요커'에 게재된)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인 가정을 배경으로, 한국계 미국인 1세대 '이창래'(Justin CHON)와 암 투병 중인 '어머니'(Jackie CHUNG)의 이야기를 그린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를 돌보는 상황에서 아들 창래는 그녀가 유명한 농구 선수였고,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창래는 마주하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의 흔적, 또 자신의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깊은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 그는 엄마를 힘들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자신을 책망하고, 새로운 치료로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는 여동생의 말을 거부하며, 오로지 '어머니의 선택'에 따를 것이라 말한다.

영화는 미니멀리즘한 구성으로, 한 집안의 풍경을 담는다. 이러한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오로지 '인물의 존재감'이다. 이를테면 창래의 어머니가 음악을 흥얼거리거나 손톱을 깎고, 가발을 쓰고, 또 힘겹게 욕실을 사용하는 등 과장되지 않고 롱테이크로 자연스러운 프레임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창래'의 모습을 통해서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물의 존재감은 인물들 사이, 정확히 창래와 어머니 사이에 발생하는 감정들의 발현이다. 어머니라는 위대한 존재와 그 존재를 늦게 깨달아버린 아들의 관계, 이것은 분명 관객들로 하여금 조심스럽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하며, 그들의 상황을 통해서 슬픔을 느끼도록 한다. 특히, 창래와 어머니의 추억이자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가지는 문화, 이를테면 음식이나 노래는 이 영화가 적어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분명 더욱더 극명하게 다가갈 것이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웨인 왕 감독은 <커밍 홈 어게인>을 통해 깊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그 감정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나 여기서 '깊은 감정'은 눈물을 흘리거나 흐느끼는 듯한 복받치는 감정이 아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절제된 움직임, 또 정확하고 분산되지 않는 인물과 사물의 배치 등 웨인 왕 감독은 철저한 '통제'를 통해서 한 가정을 탐색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창래와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교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창래와 어머니가 방문자들(외부인) 사이에서 존재하는 구성은 감독의 감각이 눈에 띄는 장면이자 창래와 어머니의 갈등과 감정이 증폭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느린 전개를 통해서 '분명하게' 보여주려 하는 감독의 의지 역시 느껴진다. 이문세의 <옛사랑>과 더불어 어머니가 해줬던 갈비, 잡채, 전 등 한국 음식은 모자 관계를 이어주는 강한 유대감으로 작용한다.

창래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해줬던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추억이 재현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너무 늦은 것일까. 함께하고 있지만 함께하고 있지 않은 기분. 곧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더불어 창래와 동생, 아버지 모두가 절망적이며, 슬픔을 가지는, 아픈 시간이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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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오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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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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