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세비지', 내몰린 남성성
[24th BIFF] '세비지', 내몰린 남성성
  • 오세준
  • 승인 2019.10.17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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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비지’(Savage, New Zealand, 2019, 101분)
사진 ⓒ IMDb
사진 ⓒ IMDb

 

영화 <세비지>는 24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샘 켈리(Sam KELLY) 감독이 연출했다. 

얼굴에 대놓고 '야만적이다'라고 문신을 새긴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데미지'(Jake Ryan), 뉴질랜드의 세비지 바이크 클럽 2인자이다. <세비지>는 1989년의 시간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 데미지의 유년 시절인 196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액자식 구성됐다. 그는 엄마와 동생들에게 틈만 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에게 강한 남성성을 표출하며, '호모'를 혐오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어느 날 데미지는 동생을 위해 음식을 훔치다가 곧장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그곳은 오직 '힘'만이 강자인 세계이며, 여전히 폭력으로 다스리는 어른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데미지는 어머니가 주신 목걸이를 보며 자신을 만나러 올 가족을 묵묵히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설상가상 한 남성 관리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이런 그의 과거는 그가 소년원을 나와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으며, 갱이 되면서 범죄 세계 안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샘 켈리 감독의 데뷔작 <세비지>는 데미지를 통해 남성성의 해체를 시도한다. 범죄가 만연한 세계 속에서 데미지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결국 '소속감'이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 즉 그가 지닌 '남성'이라는 성적 지위가 자신이 연약하다며 폭력으로 다스리거나 성폭행한 '남성들'로부터 파괴되고 수치심으로 가득 차면서 공격적이고 사나운 언어나 행동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결핍된 남성성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이러한 그는 "조직이냐 가족이냐" 내지는 "친구냐 가족이냐"와 같은 소속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극심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남성성을 극대화해야 했던 순간들에 대한 모습들은 영화 초반 한 여성이 "왜 그 가면(타투)을 쓰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면서 “내가 누군지 알 수 있게 하려고”라는 데미지의 답변으로 다시 귀결된다.

 

사진 ⓒ IMDb
사진 ⓒ IMDb

하지만 샘 켈리는 <세비지>를 통해서 단순히 한 남성의 위기를 다루지 않는다. 그는 '데미지'가 자라온 환경과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서 그 가면을 벗기는 작업을 시행한다. 그것이 과거 소년원을 출소한 이후에 다른 갱의 조직으로 만난 동생과의 갈등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러 자신이 속한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까지, 또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이나 육체 더 나아가 조직원들까지, 결국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감독이 의도하는 이야기의 끝이며 지나친 남성주의로부터 데미지의 완전한 해방인 것이다.

 

Don't be soft

<세비지>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정도로 내몰린 데미지의 모습처럼 뉴질랜드의 광활한 풍경을 뒤로 한 채 길거리의 골목, 도시의 외곽 만을 조명한다. 가족 어느 누구도 자신을 찾지 않았다는 슬픔이 알고 보니 항상 자신을 찾고 다녔다는 그의 엄마의 슬픔으로 이어지는 순간 다시는 그가 가면을 쓸 이유가 사라진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낸 데미지. 샘 켈리 감독은 데미지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남성성을 부추긴 상처들을 차가운 시선이 아닌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뜻함을 그려낸다.

[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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