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BIFF] '디어스킨' 미치광이의 외투 사냥
[24th BIFF] '디어스킨' 미치광이의 외투 사냥
  • 오세준
  • 승인 2019.10.17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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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어스킨'(Deerskin, France, 2019, 77분)
감독 '쿠엔틴 듀피유'(Quentin DUPIEUX)
사진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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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어스킨>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작품으로, 쿠엔틴 듀피유(Quentin DUPIEUX)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일련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외투를 트렁크에 넣고, "평생 다시는 외투를 입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곧바로 한 남성이 등장하더니 휴게소 화장실에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변기 속에 집어넣는다. 넘치는 물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발로 밀어넣는다. 이후 그는 한 남성으로부터 사슴가죽 스웨이드 재킷을 통장 잔고 7,500유로를 몽땅 털어 구매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덤으로 캠코더를 받는다. 그의 이름은 '조르주'(Jean DUJARDIN) 아내와 결별한 상태로, 어느 외딴 산간 마을에서 한 달 동안 지내기로 결정한다. 당장 돈이 없는 그는 결혼반지를 담보로 숙박 비용을 지불하고, 영화감독인 척 허세를 부리며 근처 바에 일하는 아마추어 편집기사 '드니즈'(Adèle Haenel)에게 돈을 빌린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세상의 모든 외투'를 없애고, 자신의 사슴가죽 스웨이드 재킷만이 유일한 재킷으로 만드는 일이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조르주'(Jean DUJARDIN) /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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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스킨>은 '한 남성의 광적인 집착'이 주변 마을(정상적인 세계)에 녹아 들어가는 당황스러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외투에 대한 집착, 심지어 유독 '사슴가죽'에 대한 페티쉬는 주인공인 '조르주'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드는 설정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자신의 소비'를 위해서 거액을 지불할 뿐만 아니라 '결혼반지'까지 담보를 잡는, 자기 자신을 일방적으로 '고립'시키는 인물이며, 그에게 고립은 되려 '사슴가죽 스웨이드 재킷'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더 나아가 세상의 외투를 모두 제거하고자 하는 나름의 목표를 만들게 한다. 재킷을 입고 시종일관 거울을 보거나 혼잣말로 재킷과 대화를 나누고, 덤으로 얻은 캠코더로 재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가 보여주는 나르시시즘은 존재 자체에서 발현하는 것이 아닌 오직 '재킷을 입었을 때'의 자신에게 애착을 보인다. 바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여성에게 "지금 제 재킷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죠?"라고 말하는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처럼.

그렇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이 남성의 광기를 수용하는 마을(세계)의 태도이다. 조르주는 드니즈를 편집기사로 고용하는 한편 그녀로부터 제작비를 빌미로 돈을 빌린다. 그리고 그녀에게 줄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처음에 등장한 장면이 그가 촬영한 것으로 밝혀진다. 조르주를 쫓던 '쿠엔틴 두피유 감독의 카메라'는 어느새 그의 손에 든 캠코더로 바뀌며, 차량 블랙박스처럼 그의 차량에 고정된 위치에 머물거나 때로는 일상 브이로그와 같이 바뀌면서 리얼한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 방식을 통해서 조르주의 광기가 본격적으로 표출되며 살인까지 저지르는 섬뜩함을 보여준다. <디어스킨>이 풍기는 'B급 정서'는 조르주의 캠코더를 통해서 사실적이고 리얼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네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살인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의 목적과는 별개로 정작 이 세계가 그를 말릴 생각이 없다. (경찰의 출몰, 유가족의 슬픔, 뉴스 등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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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IMDb
'조르주'(Jean DUJARDIN)와 '드니즈'(Adèle Haenel) / 사진 ⓒ IMDb

조르주가 살인을 저지르는 영상을 보고도 놀라지도 않고 심지어 제작을 맡아서 확실하게 진행하겠고 하는 드니즈의 모습을 통해 애초에 감독이 설계한 이 영화의 세계는 '한 인간의 광기가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만든 세계나 다름없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디어스킨>은 단순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영화는 아니다. 조르주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자. 거액의 돈을 주고 옷을 사는 모습, 자신의 옷이 유일한 재킷임을 믿고 싶은 모습은 현대인들이 명품이나 희소성이 있는 상품에 과감한 소비를 보여준다. 자신을 직접 찍거나 거울 속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만 봐도 절대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영상의 인기를 위해서 불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조르주랑 별반 다르지 않다. 오싹하면서 유머러스한 코미디로써 이 영화가 과연 얼마나 현실과 다를지 생각해보는 것도 분명 '관객 나름의 코미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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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CoAR 오세준 기자, yey12345@cco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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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르》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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